[안승호의 독서 칼럼]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그리고 법의 불완벽함

베니스의 상인 그리고 법의 불완벽함

영국의 대문호인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리어왕]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작품들을 만들었고 그의 작품들은 연극 분야에 정말 큰 영향을 미쳤을 뿐만아니라 셰익스피어만의 독자적이고 천재적인 언어 감각으로 영문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나는 이 작품 중 베니스의 상인을 읽고 나서 만약 안토니오가 포셔(판사로 변장한 바사니오의 아내)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어 목숨을 잃었다면 그 판결을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지 아니라면 왜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작품을 요약하여 설명하자면 베니스의 상인인 안토니오가 자기 친구인 바사니오의 사랑을 위해 본인의 살을 담보로 원수인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다. 바사니오는 포셔라는 여인을 구했지만, 안토니오를 구하진 못했다. 그가 파산하여 돈을 갚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리 대금업자인 샤일록은 딸을 잃은 분노와 안토니오에 대한 원망이 합쳐져 걷잡을 수 없이 그 안의 짐승을 깨웠고 오직 안토니오의 목숨만을 노리고 법정에 서게 된다. 샤일록은 증서를 제시하고 판사에게 베네치아 법정의 공정성을 주장하며 안토니오에게 칼을 대도 된다는 판결을 받는다. 하지만 판사는 그에게 증서에는 피를 흘려도 된다는 조건이 없기에 만일 안토니오가 샤일록에 의해 피를 흘리게 된다면 베네치아의 법에 따라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결국 샤일록은 무너지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안토니오는 풀려나게 되고 배들도 무사히 도착하여 다시 이전과 같은 부유한 삶을 살게 된다. 그런데 만일 이 재판이 현실에서 발생하였고 포셔와 같은 지혜로운 재판관이 없다면 우리는 어떤 판결을 해야 정의로운 판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안토니오와 샤일록 재판의 쟁점은 다음과 같다. 법이 정의롭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법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의롭지 않다고 느껴져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첫번째 주장을 따르면 생기는 문제점의 원인은 정의의 주관성이다. 베니스의 상인 같은 경우 샤일록이 굉장히 악인으로 묘사되고 안토니오가 비교적 선인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에 이 재판이 정의롭지 않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지만 현실은 확실한 선인과 악인을 구분 짓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의견이 쉽게 갈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베니스의 상인 같은 경우에도 이 재판이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법을 지켜야 하는 재판과 그렇지 않아야 하는 재판사이에 판단 기준이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법의 존재 이유가 사라질 수도 있다.

 

두 번째 주장을 따르면 생기는 문제점의 원인은 법의 ‘완벽함’이다. 법은 결과적으로 신이 아닌 사람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결함이 불가피하게 생기게 된다. 하지만 두 번째 주장을 따른다면 이 결함을 누군가 악용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이 또한 법이 존재하는 이유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법을 무조건 따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법은 신이 내린 것이 아닌 인간이 인간의 언어로 만든 하나의 규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누가 읽는 지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것이 달라지는 이런 불완전한 규칙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사회가 있다면 그 사회는 정의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법에 대항하고 따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비록 불완전한 법이지만 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며 신의 완벽함에 견주지는 못하지만, 인간이 만든 최고 수준의 무언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법을 따르되 법의 불완정성을 인정하고 언제든 민주적이고 올바른 과정을 거쳐 법의 효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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