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현의 의료/심리 칼럼] 가치 있는 것이란

 

사진을 찍어본 적이 있는가? 여행을 갔을 때, 맛있는 음식이 나왔을 때, 특별한 일이 있을 때 등 중요한 시간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사람들은 사진을 많이 찍곤 한다. 사진을 찍음으로서 추억을 간직할 수 있고, 더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으며 이는 사람들에게 큰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핸드폰 카메라가 발달하고 SNS가 보편화되며 사람들에게 사진은 특별한 것이 되기에는 너무 흔해져 버렸다. 눈을 돌리면 어디서든 사진을 볼 수 있다. 필름 카메라,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아닌 디지털 카메라는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게 해주었지만, 너무 쉽기 때문에 오히려 가치를 잃어버리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사진은 가치 있기에는 너무 흔해진 것일까?

 

우선, 사진의 사전적 의미는 '물체를 있는 모양 그대로 그려 냄, 또는 그렇게 그려 낸 형상'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람들은 사진을 통해 순간을 간직하고, 떠올릴 수 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특성 때문에 그 순간을 간직한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진이 흔해짐으로서 간직할 수 있는 순간은 너무 많아져버렸고, 이에 따라 사진은 이제 가치가 없다는 의견이 속속 등장했다. 이 의견은 흔한 것에 대한 중요성은 잊어버리게 되며 순간은 그 순간 그대로의 가치가 있을 뿐이라는 근거가 뒷받침되며 더 커져 갔다. 너무 많은 순간을 멈췄기 때문에 이제는 멈춰서 간직하기보다는 그 순간을 즐기는 편이 오히려 낫다는 말이다. 

 

하지만 너무 많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는 주장은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된 존재를 가치 없는 것으로 전락시키기에는 너무 빈약하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너무 많기 때문에,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다. 예를 들어, 글을 인쇄하고 정보를 전달하며 다양한 형태로 변형하기 유리한 "종이"는 우리 생활에서 아주 흔한 물건이다. 길에서는 버려질 게 뻔한 광고를 종이에 인쇄해 마구 뿌려대고,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그 종이를 버린다. 하지만 이것이 종이가 가치 없는 물건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종이는 그 위에 새겨지는 정보에 따라서 가치가 결정되며, 이러한 가치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게 매겨진다.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사진은 어떤 그림을 담느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고, 이것은 수가 많거나 적음과는 관계가 없다. 

 

과거에는 카메라가 보편화되지 않고, 찍을 수 있는 사진의 수도 적었으며 매우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기에 사진은 희귀했다. 기술이 발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사진의 수와 종류는 많아졌지만, 이는 결코 사진이 의미 없는 것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 수가 적고 희귀하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수가 많고 희귀한 것이 아니라고 해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가보지 못하는 곳의 상황을 생생히 전달해주고, 모르는 내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는 의미를 가진 사진은 그 수에 관계없이 가치 있다. 어떤 사물의 가치를 판단할 때, 그것의 희귀함보다는 가진 의미에 대해 고려해보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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