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버림받은 괴물들의 아름다운 내면에 대한 이야기

팀 버튼 특별전 소개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미국의 영화감독이자 애니메이션 감독, 영화 프로듀서, 각본가이면서 예술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팀 버튼의 흥미로운 전시가 2022년 4월 30일부터 9월 1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가위손, 배트맨, 유령신부, 비틀쥬스 등 들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인지도 있는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그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작업한 여러 스케치부터 아주 어렸을 때 그렸던 작품,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작가만의 흥미롭고 독창적인 세계를 엿볼 수 있어 굉장히 뜻깊다. 어릴 적에 하던 기묘한 상상들과 꿈에서 주로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밝힌 그는 사람들은 잘 귀 기울이지 않는 괴물들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해 그것을 시각화시키고 감상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직접 그의 전시에 가서 작품들을 관람한 후 감상 포인트 몇 가지를 뽑아보았다.

 

 

우선 팀 버튼이 만든 그의 캐릭터들의 눈은 모두 비슷한 모양이었다. 기괴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내면서도 상대를 두렵게 하려고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겁에 질린 듯한 눈동자를 하고 있다. 그 때문에 그들은 각각 다른 형태의 몸을 가지면서도 모두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무섭고 거칠어 보이는 겉모습과는 조금 다른 그들의 뒷이야기, 혹은 상처받은 기억이 문득 궁금해지는 것도 그 단순하지만, 호소력이 짙은 슬픈 눈동자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뒷이야기에 대해 상상하는 것 또한 감상자의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로 다양하고 감각적인 형태, 그리고 강렬한 색감 속 숨겨진 여러 의미이다. 그가 창조한 여러 괴물은 모두 다채로운 색감과 함께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판타지적인 몸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림의 외적인 요소를 마음껏 누리며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묘미가 되겠지만 자세히 그의 그림을 살펴보고 그 괴물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곱씹어 그림이 던지는 여러 단서를 조합하다 보면 그냥 재미있게만 보고 넘어갔을 작품들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괴물이 크기가 더 큰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듯한 작품을 자세히 보면 사실 이들은 같은 생명체이고 두려움을 줬던 괴물은 사실 생명을 얻은 꼬리(자신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며 사실 우리를 괴롭게 하는 것은 다른 어떤 대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내면과 자아의 혼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알아가고 위로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팀 버튼의 전시를 보고 난 뒤, 이 괴물들이 사람들을 그토록 매혹적으로 끌어당기고 연민을 느끼게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내가 보기에는 그 이유가 괴물들의 모습이 묘하게 감상자 자신과 닮아 있어서인 것 같다. 괴물들은 대부분 혼자 남겨져 있어 외로워 보이거나 상대를 겁주는 듯한 몸짓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앞서 말했던 작은 요소들을 통해 무언가를 열심히 말하고 있다. 이는 겉모습에 가려 모두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던 그들의 진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우리 역시 어쩌면 마찬가지인 것 같다.

 

누구나 나조차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의 모습이나 힘들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보여주고 싶지 않아 숨기기만 했던 그런 면들을 작품 속에서 발견하고 또 괴물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나아가 나도 모르게 안아주고 싶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돌보지 않았던 스스로가 위로받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그런 점이 이 전시의 가장 큰 매력 요소로 작용해 더욱 빛나고 인상 깊이 남도록 만들고 있다.

 

끝으로, 이제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다. 만약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가서 관람하고 간직할 만한 따스한 기억을 안고 돌아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 이 글에서 소개했던 매력 포인트 3가지를 염두에 두고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는 감상방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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