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혜의 동기부여 칼럼] 사관학교 1차 시험을 치룬 미래의 사관생도들

07. 30. 2023 사관학교 1차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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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은 사관학교 지망생들이 1차 시험을 치르는 날이었다. 나는 국군간호사관학교에 가고 싶어 1차 시험을 응시했는데 점수가 예상되는 합격선보다 낮은 탓에 아쉬움이 많은 하루였던 것 같다. 내 주변에도 그렇고 많은 사람이 여행을 가는 성수기여서 차가 막힐 줄 알았지만, 예상외로 일찍 시험장에 도착하였다. 시험장에 도착하니 정문을 국군간호사관생도들이 지키면서 당일 미리 작성한 문진표와 신분증을 검사하고 있었다. 1차 시험 100일 전에 우리 학교에서 이루어졌던 국군간호사관학교 설명회가 다시 회상되면서 약간 사그라들었던 자신감이 다시 샘솟았다.

 

 

학교에 들어가니 학교 곳곳에서 사관생도분들께서 복도와 계단을 지키고 계셨다. 그리고 내가 응시하는 교실에서는 간호장교님과 다른 시험감독관님께서 교실을 지키고 계셨다. 모든 교실이 그런 것은 아니었고 사관생도 1명에 시험감독관 2명으로 배치된 교실도 있었다고 한다. 나는 칠판에 붙여진 수험번호 배치표를 확인하고 자리에 앉았다.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볼 때는 번호순으로 앉지만, 사관학교 시험 자리 배치는 번호가 무작위로 배치되어 있어서 약간 의아했다. 간호장교님께서는 들어온 학생들이 자리에 오차 없이 앉을 수 있도록 수험표와 신분증을 확인하셨다. 내 대각선에 앉은 학생은 고사실을 착각하여 몇 분을 남기고 이동하러 가기도 하였다. 대부분 신분증을 준비하거나 학생증을 준비해서인지 여권을 신분증으로 가져온 나에게 간호장교님께서는 "음~ 너는 여권을 가져왔구나!"라며 신기해하셨다. 쉬운 국어 지문을 읽고 간단한 문제들을 풀고 나니 시간이 흘러 드디어 국어시험이 시작되는 시간이 되었다.

 

이름을 4개나 적을 수 있었던 견출지를 모두에게 나누어주신 다음, 줄별로 전자기기를 내는 시간을 가지었다. 내 오른쪽 대각선에 앉은 한 남학생은 자기도 모르게 가방에서 노트북과 블루투스 마우스가 나와서 매우 당황하는 눈치였다. 자기가 어떤 전자기기를 냈고 그 개수를 한 명 한 명 적어내느라 시간이 많이 지나간 것 같았다. 시험감독관님께서 핸드폰 가방을 들고 고사실을 나가셨는데 아마도 임의로 정해진 장소에 보관하러 가신 것 같았다. 그리고 육군 윤효은 간호장교님께서는 예전에 교실 앞에 배치된 아날로그 시계가 배터리가 줄어들어 시간이 잘못 표시되는 상황이 있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자기가 가져온 아날로그 시계를 보고 시간을 체크하라고 하셨다. 시험장에 시계가 있을 줄 알고 자기 시계를 안 가져온 학생들도 우리 고사실에 여럿 있었다. 시험종료 10분 종, 5분 종, 1분 종에 의지해야만 해서 시간을 배분하는데 약간 힘듦이 있었다고 했는데 이 칼럼을 읽는 학생들은 꼭 아날로그 손목시계를 차고 오길 바란다.

 

작년보다 체감상으로 어려웠던 국어를 뒤로 하고, 영어가 다음 시간이어서 다들 영어단어 종이를 마지막으로 보고 있었다. 나도 한두 지문을 간단하게 풀어본 다음 필수로 알아야 하는 단어들을 마지막으로 보았다. 영어시험이 시작하고 나서 또다시 수험생 얼굴과 사진을 대조하는 얼굴 확인을 할 줄 알았는데 국어 시간 때에만 하는 거라고 하셨다. 수능 영어는 80분이지만 사관학교 영어 시험은 50분이어서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 지나갔다. 시간이 약간 부족할 줄 알았지만 다 풀고 나니 8분 정도 남아서 어려웠던 것만 후다닥 다시 한번 보고 답지를 제출했던 것 같다.

 

수능과 달리 사관학교 시험 때에는 점심시간이 없다. 그래서 가장 마지막으로 보는 과목인 수학은 11시 50분부터 13시 30분까지 100분 동안 치러진 다음에 시험이 끝나는 체제이다. 그래서 나는 수학 시험 보기 전 마지막 쉬는 시간 때에 미리 가져온 꿀 호떡과 과일을 복도에 있는 한 공간에서 새로 사귄 친구랑 같이 먹었다. 화장실 순서를 기다리다가 어쩌다가 내 뒷자리에 앉은 여학생과 친해지게 되었는데 친구랑 같이 조금 이따가 굶주리게 될 배를 채우니, 소소한 간식이었지만 새로운 친구랑 같이 먹어서인지 더욱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헷갈리는 수학 공식을 보려고 고사실에 들어갔는데 아까 영어 시간 때 너무 많은 친구들이 졸았다며 간호장교님께서 복도 쪽 창문과 창가 쪽 창문을 열라고 하셨다. 마스크를 끼기도 했고, 전날 긴장을 해서 잠을 깊이 못 자서인지 다들 많이 힘들고 졸려 보이긴 했다.

 

 

너무나도 어려웠던 수학 시험이 끝나고 나서 우리는 전자기기를 받은 다음 호명된 고사실에 따라 퇴실할 수 있었다. 내 앞에 있던 친구는 수학 시험을 보지 않고 쉬는 시간 때에 말도 없이 사라졌는데, 제출한 전자기기가 없어서 별로 문제는 되지 않았었던 것 같다. 허수 지원자를 거르기 위해서 응시료를 올리고 지원동기서를 받기도 하였지만, 수능 보기 3달 전, 수능보다 어려운 사관학교 시험으로 시험장 분위기를 체험하기 위해서 시험에 응시한 학생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내 주변에도 허수 지원자가 많았고, 시험장에서도 정말 사관학교를 지망하는 학생들과 수능 연습 삼아 온 학생들이 눈에 띄게 차이가 보이기도 하였다. 반면 고득점을 맞고도 마킹을 아예 안하는 등 사관학교 지망생들을 위해 배려를 한 분들도 계셨다.

 

파란 사관학교 버스를 뒤로한 채 나는 부모님의 차에 올라서 점심을 먹었다. 내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알았지만 사관학교 톡방에서도 시험이 매우 어려웠다는 댓글들이 속속히 올라와서 나만 어려워했던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약간의 안도감이 들기도 하였다. 올해는 해군사관학교에서 시험을 냈다고 하는데, 시험이 작년보다 많이 어려워져서 예상되는 합격선도 많이 내려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제복인'이나 '수만휘' 카페를 보니 고득점을 맞은 분들도 많았다. 그분들은 지금부터 2차 체력시험과 면접에 준비하는 길에 오른 것 같았는데 매우 부러웠다. 집에 도착하고 가장 자신 있던 영어부터 채점하면서 약간의 희망이 보이기도 했지만, 많이 어렵게 느껴졌던 국어와 수학에서 실수가 많이 속출했다. 물론 시험에서는 어떤 실수도 용납이 되지 않으며 실수도 곧 자기의 실력이지만, 조금만 더 침착하게 보았다면 당연히 맞았을 기본적인 문제도 틀려서 속상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아쉬움이 많이 들지만, 나는 사관학교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끝까지 자신감을 잃지 말고, 자기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기 말 성적표나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으면 만족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그 후자인 적이 더 많았는데 특히나 3학년 1학기 때 거의 매달 받는 모의고사 성적에 일시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간호장교를 희망했던 첫날의 자신감과 기대감은 어느 순간 인지해보면 사그라들어 있었으며, 비록 설명회를 듣고 동기부여를 받고 나서 다시 상승했던 자신감은 6월 모의고사 성적을 보고 또다시 하락했다. 게다가 '붙지도 않을 시험을 왜 신청했냐?', '네가 합격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라는 등 비난과 깎아내리는 말을 들으니, 나에게 자신감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에서 옆 반에 나와 같이 간호장교를 꿈꾸는 친구의 말은, 항상 나에게 너무나도 힘이 되었다. 언제나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그 친구는 나에게 자주 이런 말을 했다. "다혜야, 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니까 너는 합격 할 수 있어! 자신감을 가져!" 옆에 있으면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였는데, 업엔 다운이 있을 때마다 친구의 응원을 떠올리면서 시험 준비를 했던 것 같다. 나에게 응원해주었던 선생님들, 친구들의 말들을 하나하나 다시 떠올려보면서 여기에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많은 학생에게 체감상으로 아주 어려웠던 2023학년도 사관학교 1차 시험! 오랫동안 사관학교를 준비하고 진심으로 지망하는 학생들은 꼭 합격해서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장교의 길을 힘차게 걸어나기를 기원한다. 다들 시험을 치르느라 너무나도 수고가 많았으며 꼭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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