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현의 독서 칼럼] 누가 그레고르를 죽였는가

2016년, 서울지하철 사고로 인해 36세 남자가 스크린도어에 끼어 숨졌다. 그가 지하철 역무원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회사에 늦는다고 연락해야 해서 휴대전화를 찾아달라고 하였다. 그는 어머니, 동생도 아닌 회사를 먼저 찾았다. '변신'의 주인공인 그레고르도 마찬가지였다. 그레고르는 가족의 구성원이 아닌, 기계 같은 존재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는 처참하게 죽는다. 가족들은 매정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그가 죽을 때는 오히려 기뻐하였다. 그레고르에 있어 가족들의 결정은 정당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만약 당신의 가족 중 한 명이 벌레가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 책 "변신"에서 주인공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신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변화를 경험한 사람은 그레고르뿐이었을까? 그레고르의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의 가족은 그가 벌레가 되기 전에 번 돈으로 아낌없이 소비하며 평화로운 삶을 살았다. 하지만 나중에 그레고르는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벌레로서 대접을 받았다. 여기서 당신은 그레고르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도 변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가족의 결정은 여기서 정당화될 수 있을까?
 


이 책 '변신'은 산업혁명 시대를 비유한 것이다. 그레고르의 죽음 문제는 본질적인 의미가 상실될 때 발생한다. 마이크가 고장나면 가격과 이전 성능에 상관없이 본질적인 기능을 상실한다. 그것은 자율성의 상실이다. 가족을 위해 돈을 벌던 그레고르의 이전 모습이 잊혀지고 사라졌다는 뜻이어서 가족들은 그레고르를 가치 없는 존재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동일한 기준을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없다. 인간은 있는 그대로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유 없이 울거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해서 엄마가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엄마에게 이 아이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그레고르도 마찬가지이다. 그레고르는 또한 한 인간으로서 존재할 가치가 있다. 그가 의사소통도 못하고 일도 못하는 벌레로 변해도 그는 인간이다. 그는 우리와 같기 때문에 살 권리가 있다. 그가 현금 없는 벌레로 변했다는 이유로 버려지고 그의 가장 가까운 가족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 정당할까? 그는 지금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하는데, 그것은 이 세상과 그의 가족을 위해 필요하지 않나? 그는 존재로 인식되지 않고 존재로 평가될 뿐이다. 그는 '인간 소외'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낸다. 어제까지 열심히 일했던 사람이 업무에 문제가 생겨 교체되는 것은 그레고르의 상황과 같다. 애초에 그레고르를 소외시키고 죽인 것은 가족과 거대한 사회구조다. 그레고르는 외부인이 아니기 때문에 무능하고, 가족은 외면당하고, 천성적으로 평가하는 사회에 짓밟힌다. 그는 결국 그의 가족과 거대한 사회 구조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이 상황은 엄격하게 정당화되지 않는다.
 

가족의 무료 사진


또한, 가족은 인간이 살면서 처음 접하는 공동체이다. 인간은 대부분 가족 안에서 자란다. 우리는 가족의 헌신적인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인간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만큼 관심사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힘든 세상에서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이자 지친 마음을 달래줄 쉼터가 집이다. 그래서 집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존재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잠자는 것처럼 스스로 일상을 영위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가족의 무관심은 사형 선고와 다를 바 없다.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상황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레고르를 외면한 가족의 책임이 크다. 벌레가 된 건 그레고르의 잘못이 아니다. 물론, 가족의 잘못도 아니다. 하지만 그레고르를 죽이는 건 가족의 책임이다. 그레고르는 가족의 일원이었지만 무능해져서 가족의 잘못으로 인해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 그레고르는 그의 가족이 그를 돌봤더라면 더 오래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레고르의 죽음은 가족의 잘못이고, 이것은 정당하지 않다.

 

사실, 그레고르를 소외시키고 죽이는 것은 그의 가족만이 아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그의 생각과 말을 다시 들여다보면, 그가 걱정했던 것은 원인도 모른 채 갑자기 변한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 '가족을 부양하지 못한 자신'이었다. 그 사람조차도 자신을 본질로 여기지 않았다는 거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레고르는 그의 가족, 그 자신, 그리고 사회 구조에 의해 살해되었다.

 

그럼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돈을 벌지 못하면 사람 취급 받지 못하는 세상. 즉 물질만능 사회 속 인간 존재의 하찮음을 말하려는 바이다. 어쩌면 우리는 사회에 의해 살해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가치를 돈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을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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