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린의 미술 칼럼] 왜 우리에게 현대 미술이 필요한가

현대 미술은 난해하다. 미국의 저명한 미술 철학자 아서 단토는 최근 예술의 종말을 선언했다. 그는 예술을 '구현된 의미'라고 정의했다. 작품의 형식, 표현 방식이 무엇이든 예술가가 표현하고자하는 의미를 담고만 있다면 그것이 곧 예술 작품이란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미학에서 예술의 본질이라 일컫던 현실에 대한 모방, 미 등에 종말을 고한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 예술은 무한한 자율성과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다.(무엇이 예술인가, 아서 단토, 2015 참고) 하지만 이토록 예술의 경계가 흐려진 탓에 ‘이게 예술이야?’라는 무수한 의문들과 함께 대중들에게선 더욱 멀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현대 미술에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예술을 감상함으로써 우리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예술이 추구하는 단일한 목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가의 소명도, 우리가 고취해야할 예술적 이상 따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 사회엔 틀에 갇힌 우리의 역할이 있고, 추구해야할 이상 또한 존재한다. 정해진 답을 찾아 살아가는 게 우리의 현재지만 예술에 정해진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작품으로부터 신선한 충격을 받고, 자유로운 사고를 이어나가고, 우리만의 해석을 찾으며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위 작품은 이불 작가의 설치 조각 작품인 몬스터:블랙 (1998) 이다. 위 작품으로부터 우리는 환상 속 기괴한 괴물의 모습, 과학 기술의 폐해, 인간의 내면 등 다양한 해석을 떠올릴 수 있다. 

 

작품 속 예술가의 의도를 앎으로써 느낄 수 있는 재미와 배움도 있다. 현대 미술은 현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신선한 방법으로 상기시키고 우리가 그것에 대해 곱씹어 보도록 한다.  아래 사진는 제 58회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 사자상 수상작인 '태양과 바다'의 퍼포먼스 장면이다. 인공 해변에서 배우들은 평화롭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피서객을 연기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그들은 평온한 멜로디로 환경 파괴의 심각성과 그로 인해 초래될 위험에 대해 노래하며 우리에게 '인류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다음 세대가 누릴 수 있을까?'라는 경고의 매세지를 던진다.  이처럼 예술은 무거운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가진다.

 

현대 미술이 어렵고 지루하단 것은 편견이다. 앞서 언급한 예술의 '난해함'은 다른 말로 낯섦과 새로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난해함은 대중과 현대 미술을 가로막는 장애물일 수 있지만, 예술의 의의이자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현대 미술을 통해 새로움을 즐기고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 어떨까? 반복되는 일상 속 특별한 즐거움이 될 것이다. 위와 같은 주장을 함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현대 미술이 대중들에게 더욱 쉽고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을 지 고민이 된다. 사람들이 예술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예술계의 과제인 것 같다.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