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서연의 건전가요 칼럼]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배우다

지난 5월 6일, 본 기자는 탈북자들로 이뤄진 ‘평양 아리랑 예술단’의 공연을 보았다.  공연 마지막 순서로 예술단과 관객이 다 같이 ‘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기자는 처음 듣는 노래였지만 많은 중년층 관객들이 따라 부르는 것을 보고 놀랐다. 탈북한 예술단 단원들이 노래를 부를 때는 북한 주민들이 꿈꾸는 자유에 대한 갈망과 이상향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그래서 이 노래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이 곡은 1980년대에 '건전가요'로써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건전가요? 처음 듣는 생소한 단어였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아 대한민국>의 가사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 /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 / 우리의 마음속에 이상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

도시엔 우뚝 솟은 빌딩들 농촌엔 기름진 논과 밭 / 저마다 자유로움 속에서 조화를 이뤄가는 곳

도시는 농촌으로 향하고 농촌은 도시로 이어져 / 우리의 모든 꿈은 끝없이 세계로 뻗어가는 곳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 이렇게 우린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

아~ 우리 대한민국 아~아 우리조국 / 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이 노래는 크게 히트하며 인기를 끌었다. 작사가는 이상적인 국가에 대한 바람을 쓴 것이었다고 했다. 작사가의 의도대로 정치성도 없고, 노래가 좋아서 국민들이 호감을 느끼게 되었고, 여러 응원가로 쓰였다. 이 노래는 그 당시 정권엔 환영할 만한 모범적인 가사였지만, 정권에 불만을 느끼던 사람들에겐 현실을 감추려는 모습으로 비쳤다. 이 곡은 대중가요가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증명하는 대표적인 비판 사례이다.

 

 

'건전가요'는 건전한 대중가요라는 뜻으로 건전하고 밝고 좋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실제는 당시 군사정권이나 대한민국을 예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1970년대 및 80년대에는 정부의 강요에 의해 대부분 음반에 건전가요를 수록해야 했다. 그리고 사전 심의를 통해 1996년 이전까진 모든 노래가 검열받았다. 그 때문에 노래 가사가 개사되거나 또는 삭제되는 경우가 흔했다. 지금으로선 이해되지 않지만 국가가 정하여 강제로 보급한 건전가요와 금지곡 제도는 당시 음악에 대한 규제가 어떠했는지 잘 드러내는 예이다. 그 시대를 대변하는 시대별 건전가요도 있었는데 해방 이후 나라의 부흥을 이루기 위해 '저축의 노래', '노동의 노래', '일터로 가자' , 수출행진곡' 등이 있었고, 1960년대 건전가요는 '맹호들은 간다', '우리는 청용이다', '육군 김일병', '빨간 마후라'와 같은 반공사상과 관련된 노래가 많았다.1  

 

건전가요는 많은 사람이 즐겨 부르는 가요를 통해 국민들을 통제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잘살아보세', '새마을 노래'처럼 잘살자는 의식을 가지게 함으로써 국가의 부흥에 도움이 되는 노래처럼 긍정적인 면이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대부분 정권을 찬양하고, '나의조국', '대통령찬가' 등을 애국가요로 선정하는 등 정치적인 면이 더 컸다. 그리고 음반마다 '음반삽입의무제'를 강요했다는 점, 정당한 이유 없이 다수의 금지곡을 양산했다는 점 등은 문화예술마저 정권의 희생양으로 삼았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언론이 통제당하는 시절에 그런 사유도 모른 체 건전가요라는 명목하에 따라 불렀다. 대중가요는 정부의 강요와 통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선호도와 취향에 선택되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성장하고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지금 우리나라의 과거에 그런 또 다른 어두운 면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금지곡으로는 '아침이슬'이 대표적이다. 노랫말 중 여러 단어가 북한의 적화통일을 상징하고,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많이 불린다는 이유 때문에 금지곡이 되었다.

 

<아침이슬> 가사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의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 아침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 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1980년대에는 '어허야 둥기둥기‘, ’시장에 가면‘ 이 음반에 가장 많이 실린 건전가요였는데 말 그대로 ‘건전’한 노래였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에 가면’은 1분 20초 만에 끝나는 짧은 곡이라 많은 가수가 선택했다고 한다. 건전가요에 대한 대항한 일도 있었는데 어느 밴드에 실린 건전가요는 욕설이 가득했고, 또 다른 그룹의 앨범에 실린 건전가요는 재생 시간이 0:00 초로 되어있다. 이 밖에도 건전가요에 대항한 가수들의 여러 사례가 있었다. 그러다 1988년 정권이 바뀌면서 사전심의제와 같은 악법들이 위헌 판결을 받았고, 더 이상 음반에 강제적으로 실리지 않게 되었다. 이렇듯 건전가요는 구시대의 산물로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권위주의를 상징하는 예가 되었다. 2참고)

표현의 자유는 과연 어디까지일까?가사에 외설적이고, 남을 비방하고, 욕설을 섞는 등 내용이 저속한 노래는 본 기자도 지양한다. 그러나 남의 창작물을 무턱대고 자기식대로 해석하고 왜곡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정권의 이념과 맞지 않다고 금지곡으로 만들고, 개사를 강요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그야말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돼서는 안 된다.

 

같은 글이나 그림을 보고도 개개인의 느낌이 다르듯이 가요 역시 문화예술로써 각자의 느낌을 존중하고 인정해주어야 한다. 지금 세대를 살아가는 기자에겐 건전가요가 판을 치던 세상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지금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BTS처럼 우리나라 가수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고, K-POP이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치며 대한민국의 국위선양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며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기도 한다. 이처럼 국가의 지배하에서 통제받았던 때 보다 각자의 개성과 표현을 중요시하고 인정해 주는 지금의 상황이 오늘날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노래를 비롯한 문화예술 그 무엇도 정권의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건전가요. 뜻대로 풀이하자면 당연히 좋은 말이고, 본래의 취지대로 사용했다면 좋은 평가를 받았겠지만, 그것이 왜곡되고 다른 방향으로 쓰인다면 그것은 빈껍데기뿐인 공허한 단어일 뿐이다. 

 

<참고자료>

1)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663543&cid=60487&categoryId=60488

2) https://ko.wikipedia.org/wiki/건전가요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