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주의 문화 칼럼] 사람이 많을수록 도움의 손길은 줄어든다

방관자 효과에 대하여

 

 

살면서 방관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영어사전에서 방관자는 bystander로 번역된다. 옆으로 비껴 서 있는 사람이라는 뜻 같아 흥미로웠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Book Thief」란 책을 읽고 2차 세계 대전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에서 '방관자 효과'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다. 방관자 효과란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1 즉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줄 확률은 낮아진다는 것이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말 같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바라보면서 외면한다는 것이 매정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방관자 효과’에 대해 잘 모른다면, 그를 도울 수 있었던 많은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가 큰 희생을 치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가장 놀랍고 위험한 사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방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09년 10월 24일 Richmond 고등학교에서 15세의 소녀가 약 10여명의 남성들에게 폭행당한 사건이 있었다.2 사건 당시 소녀의 주변에 있던 사람 수는 자그마치 10명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먼저 도와주려고 나서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그들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만들어낼 뿐이었고 사람들이 더 모여들어도 변하는 건 없었다. 후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뭔가 도와줄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여하튼 저는 이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없습니다."는 식의 답변을 하였다. 분명 소녀를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최소한 경찰에 신고 전화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이 끔찍한 현장에서 왜 그냥 보고만 있었던 것일까. 나는 방관자 효과를 일으키는 심리적 요인에 대해 찾아보았다.

 

흥미로운 두 가지 요인으로 ‘책임의 분산’과 ‘평가 우려’가 있다. 우선 선생님이 어려운 과제를 내주셨다고 생각해보자. 팀원들이 너무 게으르지 않은 이상 혼자보다는 다수가 함께 하는 편이 부담감을 줄여줄 것이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고, 나 혼자만 하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1968년 사회심리학자 달리와 라타네가 '방관자 효과는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도움이 필요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 결과, 혼자 있을 때는 85%가 도움을 주는 반면, 두 명이 있을 땐 62%, 네 명이 있을 땐 31%가 도움을 주었다.3 이렇게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책임은 자연스레 남에게 넘어가게 된다. ‘다른 사람들도 보고 있고, 나 혼자만 있는 게 아니니까.’라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둘째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그룹에서 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았을 때 ‘어, 저 사람 혹시 도움이 필요한가?’ 하다가도 ‘에이, 아무도 안 도와주는데 뭐.’와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영국 리버풀 스트리트의 기차역에서 진행되었던 한 실험이 있다. 한 여성이 계단에 누워 있었지만, 무려 34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녀를 그냥 지나쳤고, 결국 5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여성은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였다.4 그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으니, ‘그 사람은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와 같은 조용한 규칙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 규칙이 깨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 사람이 그녀를 도와주자 다른 사람도 그 여성을 도와주러 온 것이다. ‘나만 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으니’ 부담 없이 모여들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실험에 방관자 효과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문제를 목격한 ‘첫 번째 사람', 또는 '유일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면 된다.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저 문제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런 방법 이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거나 지식을 쌓아두거나, 상대를 도움 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로 보는 것만 해도 방관자 효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소녀가 10명의 남성들에게 폭행당하고 있는‘ 식의 비극적인 상황에서만 방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길거리에서 돈을 구걸하는 사람을 지나친 경험, 혹은 엄마를 잃어버려 울고 있는 아이를 보았지만 '누군가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에 못 본 척했던 경험이 한 번쯤 있지 않은가. 이 모든 경험 속에서 우리도 한 명의 '방관자'였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했으니 말이다. 남들이 나대신 조치를 취해주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 우리가 먼저 '방관자 효과'를 끊어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당신은 방관자가 될 것인가, 도와주는 사람이 될 것인가?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인용: https://ko.dict.naver.com/#/entry/koko/4f796df4d3ef419dbd6b50d70bd03b65
2.참고: https://studiousguy.com/bystander-effect-examples-in-real-life/
3.인용: ':https://news.g-enews.com/view.php?ud=201703080914570672118_1&md=20170517150545_S
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4S1LLrSzVE&t=22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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