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정치 칼럼] 풍전등화의 정의당

우리가 알던 정의당은 어디갔나?

 

 

“이제 거대양당 사이에 저 심상정 하나 남았습니다. 여러분” 지난 대선 유세 도중 심상정 후보가 했던 발언이다. 지난 대선에서 정의당은 양당체제 심판을 외치며 제3정당에게 힘을 실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정의당은 2.37%라는 저조한 득표율을 얻었고, 당장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 때문인지 양당체제 사이에서 제3정당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대선 이후 정의당에게는 첫 번째 시험대였던 검수완박 국면에서 민주당의 편을 들며 또 다시 민주당 2중대로 회귀하고 말았다. 특히나 검수완박법이 서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의당의 잘못은 더욱 크다. 양당 사이에서 소수자를 대변하겠다는 정의당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뒤통수를 친 행보이기 때문이다.1

 

뿐만 아니라 정의당이 검수완박에 찬성했다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지역구 후보는 민주당을 찍고, 정의당에는 비례대표에 투표하는 기존의 방식을 행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층에도 외면당하고 진보세력에게도 외면당한 정의당은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처했다.

 

정의당의 딜레마

정의당은 창당 이후 줄곧 민주당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왔다. 노동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으며 진보정당을 표방했지만 사실 이들의 주된 지지기반은 민주당 지지자이면서 비례대표는 정의당에 교차투표하는 유권자들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까지만 하더라도 정권교체라는 진보 세력의 하나된 목표가 있었기에 정의당은 꾸준히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례표를 받아 현상유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이후 정의당과 민주당은 틀어지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반민주적 행태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정의당은 민주당의 이런 행태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민주당을 비판하자니, 정의당에 교차투표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례표가 줄어들 것이라는 딜레마가 발생했고, 조국사태, 박원순 조문 논란 등에서 정의당은 진보정당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채 양당 사이에 끼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정당이 되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정의당이 민주당을 비판했다며, 정의당을 국민의힘 2중대라고 몰아붙였고, 국민의힘은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라며 몰아붙였다. 정의당을 지지했던 진보 유권층은 정의당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에 실망해 지지를 철회했다. 결국 정의당의 민주당 기생 전략은 정의당에 교차투표하는 민주당 지지자 없이는 정당이 작동할 수 없게 하도록 만들었다. 정의당 스스로 성장을 가로막는 딜레마에 빠지게 한 이 전략은 정의당이 민주당의 원조 위성정당이 되도록 했다.2

 

심상정을 쳐라

위기의 정의당을 살려낼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창당에 준하는 대규모 혁신을 하는 것이다. 이번 개혁은 단순한 혁신이 아니라 정의당의 방향성을 처음부터 다시 재정립하여 20년간 지속된 진보의 재구성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그래서 더 이상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아닌 정의당이 대변하는 약자들, 이들을 넘어 중도 유권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지지기반을 형성해야 한다. 그 출발은 1세대 진보 정치인 심상정을 비롯해, 많은 시민들에게 큰 고통과 상처를 안긴 검수완박 협잡에 가담한 의원들을 쳐내는 것이어야 한다. 정의당 의원 6인 전원을 비롯해 검수완박에 동의한 여영국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이른 시일 내에 정계 은퇴해야 한다. 정계 은퇴가 아니라면 정의당 내부에서 들고 일어나서 이들을 영구제명 시켜야 한다. 이들과 함께 간다면 정의당은 영원히 양당의 2중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의당 내의 의견 그룹 ‘새로운 진보’ 세력을 청산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국민참여계 출신인 이들은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민주당 2중대의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들을 청산할 용기나 과감함조차 없다면 정의당의 미래는 없다. 누구든 즉시 이들을 청산하고 진정한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총대를 메야 한다.

 

87년 진보청산

정의당이 청산해야 할 것은 비단 인물만이 아니다. 정의당의 낡은 사고방식 역시 청산되어야 한다. 정의당식 진보는 아직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시대착오적인 경우가 있다. 병사 월급 200만원, 지소미아 협정파기, 남북문제 자주적 해결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런 사고방식은 현실적이지 않는 구시대적 사고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외교 파탄에 정의당은 동조, 나아가서 더욱 극단적이고 강력한 노선을 걸었으니 외교 파탄에 대한 정의당의 책임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는 87년 진보를 청산하고 오로지 시민을 대변하는, “진보라면 이런 생각을 가져야만 한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 지금까지 진보라고 여겨왔던 주장이 과연 진보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의당의 정체성 재정립

그렇다면 새로운 정의당은 어떤 정당이어야할까? 정의당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단지 용기가 없어서 실천하지 못했을 뿐이다. 바로 양당사이의 틈바구니 속에서 제3정당으로 성장하여 타락하고 있는 한국정치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한국 정치가 사상 최악의 양당체제에 휩싸인 지금이 정의당에게는 기회다. 소수자만을 대변하는 소수정당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꿈, 시민의 희망’이라는 정의당의 슬로건처럼 노동자를 대변하는, 양당에 지친 30% 내외의 스윙보터층을 공략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한다. 한마디로 외연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말했던 두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의당의 뿌리는 지역이다

정의당은 지역활동에 소홀했던 경향이 있다. 그도 그럴것이 정의당은 지난 역사에서 늘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례표를 얻어 유지해왔기 때문에, 굳이 지역활동을 통해 지역에서 입지를 굳히고,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하지 않더라도 상관이 없었다. 이런 방식은 정의당을 고인물 정당으로 만들었으며, 지역에서 치고 올라오는 인사가 없어 수년째 심상정 없으면 작동조차 어려운 시스템을 야기했다. 게다가 비례의원이 대부분이니 비례대표 순번을 두고 매 선거마다 당내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재정적인 측면이나, 동원 가능한 인원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이런 시스템을 고수해서는 없다. 이런 시스템이 지속된다면, 설령 심상정을 비롯한 당내 기득권을 내친다고 해도 그 자리에는 또 다른 심상정이 들어갈 것이고, 한 명의 강력한 리더 없이는 작동하기 어려워 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역위원회를 더욱 강화하고, 정당연설회를 지역에서 끊임없이 열고, 길거리에서 양당, 지역의 부정적 이슈에 대해 서명운동하고, 적극적으로 투쟁하면서 지역조직을 활성화해야한다.

 

정의당 : 모 아니면 도

지금 정의당은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여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다음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는 고사하고 원내진입조차 어려워보인다. 이제 정의당에게는 두 가지 길만이 남았다. 민주당에 완전 충성하여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조금의 의석이라도 가지고, 정당을 연명해나갈 것인지, 아니면 제 3정당으로 거듭나는 모험을 택할지 말이다. 정의당의 선택은 비단 정의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의당의 선택으로 약자들이 기댈 곳이 사라질 수도 있고, 양당체제가 붕과되고 한국정치가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정의당은 지금 한국 정치의 키를 쥐고 있다.

 

참고

1.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2/05/01/VM4Q7O625VFVLOYXMPXHWFDG4E/?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2. http://www.redian.org/archive/16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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