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현의 스포츠 칼럼] 이 스포츠를 스포츠라 부르기 어려운 이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무기한 연기되었다. 그러나 오늘 내가 주목한 이슈는 아시안게임 연기가 아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여 이제는 더 큰 규모의 게임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대표 선발전 이슈를 비롯한 많은 논란들,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논쟁거리인 '이스포츠를 축구, 펜싱과 같은 스포츠와 같은 부류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평소 롤드컵이라 불리는 롤 월드 챔피언십을 즐겨 보는 나도 그다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그 생각을 간단하게 소개하려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첫째, 이스포츠의 게임들은 공공재가 아니라 사기업의 상품이라는 점이다. 농구, 축구의 주인이 누구냐고 하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해답이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최근 유명세를 치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주인이 누구냐고 하면 십중팔구는 개발과 운영을 담당 중인 게임사 라이엇 게임즈를 이야기할 것이다. 이처럼 각 게임은 명확한 소유주가 존재한다. 1) 사기업의 이익 추구를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상품을 스포츠화시켜 국제 대회에 출범시킨다는 것은 사기업을 세계 차원에서 홍보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둘째, 게임은 정형화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여타 스포츠의 룰은 한번 만들어지면 큰 변화가 일어나기 쉽지 않지만, 게임은 계속해서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는 복잡한 코드의 집합체이다. 실제로 이스포츠를 관람하다 보면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1년을 주기로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전략이나 규칙 등이 바뀌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버전마다 시스템, 룰 등이 바뀌기 때문에 이에 매번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따른다.

 

셋째, 게임은 프로그래밍 된 정보의 집합체나 다름없다. 오래 서비스된 게임일수록 더욱 다양한 코드들이 혼잡하게 섞여 있을 텐데, 그 과정에서 버그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배드민턴 경기를 진행하던 도중, 코트의 한쪽의 바닥이 꺼져버리는 일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경기장에서 경기를 재개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게임 경기 진행 중 버그가 발생한 상황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복잡하게 꼬인 전선을 풀기가 어렵듯, 개발 과정에서 꼬여버린 코드로 인한 버그를 바로바로 해결하긴 쉽지 않다. 특정 버그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코드가 꼬여버려 다른 버그가 발생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버그들은 원활한 경기 진행에 치명적 요소이다.

 

넷째, 게임은 수명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어떤 게임이든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수요가 떨어지면 서비스를 종료한다. 이는 온전히 게임사의 판단에 달린 것인데, 이는 곧 스포츠 종목의 존폐가 특정 사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다.2), 3) 또한, 이러한 사기업의 결정 때문에 해당 종목의 선수들은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다른 이스포츠 종목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가? 그것도 아니다. 이스포츠 내에서도 다양한 게임들이 존재한다. 수영선수가 축구선수로 전향하는 것이 쉽지 않듯이, 사격 게임을 주 종목으로 삼던 선수가 전략 게임 선수로 전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논란들이 존재하지만 끝끝내 이스포츠는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이는 게임 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게임이 더 이상 오락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변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스포츠 종목 채택 과정에서의 몇몇 문제들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진전이 없는 것은 정부의 정책과 세계의 인식이 급격하게 발전하는 게임 시장에 발맞추지 못해서가 아닐까? 지금 당장 게임을 스포츠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지만, 발전하는 기술과 변화하는 인식에 따라 스포츠로 인지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자료>

1) e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입성에 반대하는 이유 - 스포츠니어스 김현회 기자

(sports-g.https://www.sports-g.com/Or1ticom)

2) 페이커의 올림픽: e스포츠 앞날의 억제기들 - 김성회의 G식백과

(https://www.youtube.com/watch?v=UIjNK6QLbh0)
3) e스포츠는 왜 아직 스포츠가 되지 못했을까 - 파이낸셜투데이 변인호 기자

(http://www.f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6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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