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의 독서 칼럼] 편지를 주고받는 것 자체가 현실 속 기적과 같은 일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읽고

누구나 한 번쯤은 책을 읽다 감동하여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다. 오늘은 내가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이꽃님’ 작가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라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은 후 이꽃님 작가의 팬이 되었다. 그래서 이꽃님 작가의 다른 소설 3권을 다 읽었는데, 그중에서도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

 

 

책의 내용은 이렇다. 엄마에 대해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니면 자기를 버렸는지 눈곱만큼도 아는 게 없이 15년을 살아온 주인공 은유는 새엄마와 결혼을 앞둔 아빠를 원망하는 마음으로 1년 뒤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느리게 가는 우체통’에 넣는다. 편지의 내용은 자신의 가정에 대한 불만과 억울함 같은 절망적인 내용이었다. 사실 은유가 그렇게 절망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을 보듬어줄 엄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은유는 아빠가 자신에게 무관심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가출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2주 만에 주인공 은유와 같은 이름의 ‘은유’가 답장 편지를 보내왔다. 그 편지는 1982년도를 사는 또 다른 ‘은유’가 보낸 것이었다. 그 뒤로 현재를 사는 은유와 과거를 사는 ‘은유’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또한 서로의 고민과 감정을 소통한다. 처음엔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편지에 대해 믿지 않았지만, 이후에는 이 마법 같은 일들을 받아들이고 서로 친구로 지내게 된다. 그리고 현재의 은유가 과거의 ‘은유’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과거에서 자신의 엄마를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현재의 은유에게 아빠는 엄마가 살아있는지조차 얘기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과거의 ‘은유’는 미래에 은유의 아빠가 될 사람을 찾아서 은유의 엄마를 찾아주려고 한다. 과연 과거의 ‘은유’는 미래에 은유의 엄마가 될 사람을 찾고, 그 진실을 은유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소설은 그 과정을 전부 편지를 주고받는 형태로 보여준다. 결말에 이르러서는 엄청난 반전과 함께 현재의 은유, 과거의 ‘은유’가 함께 치유되는 이야기가 깊은 감동과 함께 펼쳐진다.

 

나는 이 책을 여러 번 읽었다. 그러나 마지막 내용에서 한 번도 울지 않은 적이 없었다. 여러 번 읽었기에 결말을 알면서도 눈물이 나오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책을 쓴 이꽃님 작가는 청소년 소설을 많이 썼다. 대부분 요즘 청소년들의 힘듦을 주제로 삼았다. 그리고 나는 그 주제 속에서 우리 청소년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따듯하게 어루만져 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졌다. 그러므로 나는 여러 번 읽었어도 계속 감동을 하였던 것 같다.

 

또 이 책에서 내가 더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은 시대를 뛰어넘어 편지를 주고받게 됐다는 현실적이지 않은 소재에 숨겨진 의미다. 책에 이런 말이 있다. ‘어쩌면 우린 너무 많은 기적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사는지도 모르겠어.’ (인용 :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이꽃님, p. 217) 이 말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것 자체가 현실 속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숨은 의도라고 생각한다. 나는 소설 속에선 미래와 과거를 넘나들며 편지를 주고받는 기적이 있지만, 우리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진심을 담은 편지를 보내는 것도 같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런 사소한 기적들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들을 찾을 수 있었던 이 책을 여러분들이 한 번쯤은 읽어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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