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채현의 시사 칼럼] 젠더 갈등이라는 이름의 허황성

젠더 갈등의 비갈등성에 대하여

올해 2월 실시된 한국리서치 조사1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중 71%는 우리 사회의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한다. 그런데 과연 이 젠더 갈등은 실존하는 갈등일까? 나는 젠더 갈등은 갈등이 아니며, 이 용어를 우리 사전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젠더 갈등의 비갈등성에 관해 논의하기 전, 먼저 젠더 갈등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젠더 갈등은 쉽게 말해 성별 간 갈등이다. 조금 더 풀어 말하면,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적으로 구분하여 양극단이 격렬히 대립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를 성별 간 혐오로 어지럽힌다는 그 젠더 갈등이다.

 

 

핵심은 젠더 갈등의 본질이다. 사실 젠더 갈등은 불합리를 고발하고 바꿔 나가는 움직임에서 비롯한다. 전근대적인 사회를 바꾸는, 양성평등을 이루는 간절한 외침이다. 이때 모든 변화는 마찰과 잡음을 수반한다. 그 모든 부산물을 단순 젠더 갈등이라고 치환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것은 더 나은 사회로 향한 목소리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일이다.

 

따라서 젠더 갈등이라는 말은 틀렸다. 젠더 갈등이 아니라 불합리에 대한 고발이다. 물론 변질된 혐오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것을 젠더 갈등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젠더 갈등이라는 명칭은 불합리에 대한 목소리를 축소하기 때문이다.

 

갈등은 불평등한 구조를 대등한 관계로 보이게끔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른 갈등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함. 또는 그런 상태.”2 이렇게만 보면 대립하는 두 집단은 서로 대등해 보인다. 젠더 갈등도 마찬가지다. 이 이름은 성별 간 불합리에 대한 시정 요구를 단순 충돌로 격하한다. 결국 사람들은 양성평등으로 나아가는 논의를 싸움으로 인식하여, 양성평등에 대한 담론을 피하게 된다.

 

그렇다면 젠더 갈등이라는 이름은 왜 등장했을까? 바로 ‘편 가르기’라는 사회 분열을 유발하기 위해서이다. 정치의 꽃인 선거는 유권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가장 잘 대변하는 사람을 뽑는 과정이다. 이때 지지자를 얻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편 가르기이다. 당신에게 적이 있음을 알리고, 나는 당신의 적에 반하는 입장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여기서 젠더 갈등이 이용된다. 이 명칭은 남녀를 서로의 적으로 인식하게끔 한다. 결국 젠더 갈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얻는 것은 편 가르기식 정치 문화일 뿐이다. 정말로 하등하고 쓸모없는 문화 아니겠는가?

 

정리하면 젠더 갈등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도 잘못됐다. 양성평등 담론을 축소하고, 정치적 분열을 낳는다. 결국 젠더 갈등에서 승자는 없다. 우리 모두가 패자인 lose-lose 게임이다. 이 패자뿐인 게임을 멈추기 위해선 젠더 갈등이라는 말을 우리 사전에서 삭제해야 한다. 실상이 없는 서로 간 혐오를 젠더갈등으로 실체화하는 것을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참고 및 인용 출처

1. 참고: 젠더 갈등의 심각성에 관한 국민 인식 ([YTN] 국민 71% "젠더갈등 심각"...)

2. 인용: 갈등의 정의 ('갈등': 네이버 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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