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형의 영화 칼럼] 그들은 그저 그렇게 살아간다

 

최근 들어 몇몇 나라에서 동성애자 결혼에 대한 법이 정당화되고 합법화 되기 시작했다. 이제 세상이 점점 동성애자에 대한 이해와 그들을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하고 그것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성끼리의 결혼은 옛날 같으면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결혼만이 아닌 동성끼리 교제하는 것조차가 세상의 시선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세상은 그들을 자신들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아예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차별하고 대우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들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시선 속에서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저 그들의 삶을 살았고 지금도 그 삶을 그저 살아가는 중이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고 바라보면 다르게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받아왔던 그 시선이 얼마나 차가운지도 공감하게 될 것이다. 그들을 향한 차가운 시선은 어땠을까? 과연 그들을 우리도 공감하고 같이 아파할 수 있을까. 영화 <메종 드 히미코>이다.

 

오래전 사오리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왔다. 그의 아버지는 그의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린 아버지를 증오한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게이였고 그렇기에 그는 그들의 가족을 떠난 것이다. 어느 하루, 젊고 잘생긴 청년이 그녀를 찾아왔다. 그의 이름은 하루히코였고 그는 아버지의 연인이었다. 하루히코는 사오리의 아버지가 암에 걸리게 되어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다는 것을 알린다. 그래서 하루히코는 사오리에게 그의 아버지 히미코가 만든 게이들만을 위한 실버타운에 와서 일을 거두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그녀는 살아오면서 아버지를 평생 증오해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생활비가 필요했던 그녀는 아버지의 유산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매주 한 번씩 그 실버타운에 가서 일을 도울 것을 결정한다. 버스를 타고 어느 한적한 곳에 내린 그곳에는 ‘메종 드 히미코’ 라고 적힌 실버타운이 바다를 앞에 두고 자리하고 있었다.

바닷가에 접해서 유럽의 작은 성을 연상시키는 게이 실버타운. 그 안에는 각자만의 개성과 사연을 가진 채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사오리는 처음에는 원래 게이를 혐오했었기 때문인지 낯설고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 달가워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초반에 유산만을 생각하며 일을 해나간다. 하지만 날이 지날수록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각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개념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보게 된다.

 

어느 날은 대학교에서 게이와 관련된 동아리 학생들이 와서 모두 함께 국수를 건져먹는 게임을 같이 즐겨 하면서 그 삶을 즐긴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또 다른 게이 노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여자로 태어나 예쁜 옷을 마음껏 입어보고 싶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사오리는 여자도 맘에 드는 옷을 마음껏 입지 못한다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오리는 또한 아버지와 영원히 연락을 끊을 줄 알았던 엄마를 액자 속 사진에서 발견하게 되고 사오리의 시선은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날은 늘 순탄하지 않았다. 실버타운 벽에는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글귀가 써지고 어느 날은 실버타운 사람들과 한껏 차려입고 놀러갔는데 그곳에서 동성애자를 차별하고 욕을 하는 심각한 상황을 사오리는 눈 앞에서 직접 목격하게 된다. 사오리는 직접 욕을 한 사람들에게 사과를 하라며 소리를 치고 이 장면을 통해 사오리가 초반 사오리의 모습과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가 만약 영화 속 사오리라면 그녀와 똑같은 행동과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대부분 사람들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보면 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모두 이해할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에는 사오리의 초반 모습과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똑같이 살고 있고 그저 조금 다른 것 뿐.

 

만약 그것이 힘들다면 우리가 그들의 처지가 된다면 어떨지 생각하면 다를지도 모른다. 사회에서조차 차별받는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서 조차 그런 시선을 받는다면 그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살아가면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을 위해 이해하고 위로해준 곳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도 점차 영화 속 실버타운과 같은 존재가 생기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함께 그 일을 고민하면서 조금 더 그들을 이해해보면 어떨까? 마치 영화 속 성소수자들이 행복해지기 위한 따뜻한 집 같은 존재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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