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혜의 성찰 칼럼] 다치고 나서야 깨닫게 된 건강의 중요성

인대가 끊어져 보조기를 하면서 돌아보게 되는 시간

나는 2월 20일 일요일날 교회에서 계단을 내려오다가 인대를 다쳤다. 계단이 1개 남은 줄 알았지만 사실상 2개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내 발에서는 유튜브 ASMR 영상에서 나올법한 뼈가 부서지는 소리를 내었다. '우두둑' 소리를 듣자마자 '이런 소리가 나면 안돼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다시 차분히 가다듬고 왼발을 바닥에 디디는 순간 정막 '억' 소리가 나오는 통증이 나를 감쌌다. 결국 나는 곧바로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고 다음날부터 보조기와 함꼐하는 생활은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바뀐 것은 나의 보행이였다. 나는 목발을 집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첫 2주는 발을 디딜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걷는 속도도 너무 느려져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 예전에 어디선가 어르신들에게는 횡단보도가 너무 길게 느껴지고 건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전에는 몰랐지만 다치고 나서야 그 이야기에 매우 공감을 할 수 있었다. 횡단보도에 초록 불이 켜지자마자 한 걸음씩 나아가도, 반절밖에 건너지 않았는데도 고작 15초밖에 안 남은 상황이 나에게는 너무 답답했었다. 빨간불로 바뀌었지만 한 4분의 1 정도의 거리가 남았었기에 나는 어린이처럼 손을 들고 나머지를 건널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게도 운전자들이 나를 향해 경적을 울리지 않아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렇게 방학 때에는 학원과 집을 주로 왔다 갔다 해서 괜찮았다. 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개학하고 나서였다. 어머니께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나를 차로 등·하교를 시켜주셨다. 그리고 나는 엘리베이터 카드를 받았기에 그나마 편히 5층에 있는 우리 반까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수리하거나 전원을 꺼버렸을 때에는 너무 힘들었다. 누군가에게 나의 가방을 1층 또는 5층에다가 놓아달라고 부탁을 해야만 했다. 나를 도와준 사람에게는 당연히 고마운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마음 한구석에 계속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지하에 있는 급식실까지 엘리베이터가 연결되어있지 않아서 1층에서 복도를 지나고, 계단을 내려간 다음, 점심을 먹고 난 뒤에 다시 올라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교실까지 가는 루틴은 정말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나는 유아가 처음 계단을 접했을 때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가는 것처럼 올라가고 내려갔기에 같이 밥을 먹는 친구들이랑 이동하는 속도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더군다나 고3이여서 다들 자기 공부하기에 바쁘니까 나도 누구한테 같이 가자고 부탁할 수도 없는 상황이여서 마음이 쓰라린 날도 많았다.

 

 

3주 후반쯤이 되서야 드디어 걷는 속도가 빨라졌으며 나는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너무 오랜 기간동안 찍찍이로 다리, 발등을 압박했기에 내 발의 색깔은 동상이 걸린 것처럼 푸르스름 했다. 시간이 지나 3월  22일, 나의 32일 동안 지속되었던 보조기 생활은 드디어 끝이 났다. 의사 선생님께선 앞으로 2주 동안 달리기와 같이 강도 높은 운동은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홈 트레이닝을 할 때 최대한 왼발을 사용하지 않는 운동을 했다.

비록 조깅과 비슷한 속도의 걸음으로 걸으면 약간 아프다. 그리고 잠잘 때 뒤척이는 습관 때문에, 뒤척이는 과정 중간에 발이 살짝 틀어져서 오는 통증으로 매 새벽마다 한 번씩은 깨고 있다. 얼마나 근육이 많이 조각조각으로 파열이 되었으면 아직도 완치가 안되는지 싶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보조기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싶다. 할아버지께서는 항상 나에게 "건강한게 최고야~"라고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매일매일 내 자신을 성찰하면서 정말 건강했던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였고, 두 발로 걷고 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였는지 진심으로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보면 잃은 것만 많아 보일 수도 있긴 하지만, 거동 범위가 한정 되면서 강제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니였지 않을까 싶다. 고3이여서 당연한 거일 수도 있지만, 친구들과의 수다 시간이나 점심시간 같은 짜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게 된 것은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나처럼 이렇게 길게 보조기를 끼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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