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혜의 독서 칼럼]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의 세상에서 평등을 외치는 당신을 위한 안내서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우리들은 서로에게 차별의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경청함으로써 은폐되거나 익숙해져서 보이지 않는 불평등을 감지하고 싸울 수 있다. 우리가 생애에 결쳐 애쓰고 연마해야 할 내용을 ‘차별받지 않기 위한 노력’에서 ‘차별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옮기는 것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책은 내가 학원에서 추천을 받은 책이었다. 파스텔 색깔의 예쁜 바탕이었지만 그려진 그림은 그렇게 귀엽지 않았다. 흰색의 4마리의 오리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었고 반면 검은색 오리는 폭력을 당했는지 밴드를 붙인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표지만 봐도 대충 어떤 이야기를 하는 책이었는지 감이 잡혔다.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2018년 6월 어느 목요일에 지하철 1호선에서 있었던 시위의 사연이다. 장애인이 장애인 리프트를 타다가 추락하여 사망한 사건이었는데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상길 역에서 시청역까지 타고 내리고를 반복했다. 결국 6개의 정거장을 가는데 1시간 40분이 걸렸고 시민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누군가는 이런 시위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것인데 많은 사람은 자신의 일상을 방해하는 다른 사람들의 집회와 시위를 공공질서에 해로운 행위라고 본다고 한다. 나는 책으로 사건을 접했으니까 격렬하게 항의한 시민들을 뒤로하고 시위를 한 장애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만약 사건 현장에 내가 있었고, 면접이 있는 날이었다면 또는 다른 회사와 협의하는 중요한 미팅이 있었더라면 다수의 시민처럼 그들에게 항의했을지 의문이 들었다.

 

 

171p 다수자는 소수자의 의견을 거침없이 공격할 수 있다. 반면 소수자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표현을 순화하고,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도록 극도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요구된다.

_'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저/ 창비, 171p

 

또 다른 사건을 이야기하자면 2016년에 발생한 사건이다.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사회복지 대회에서는 장애인 활동가 10명이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라면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축사를 하는 단상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경호원들은 그들을 휠체어에서 분리하여 밖으로 끌어냈다. 이때 해외 사회복지사들은 시위하러 올라온 사람들에게 몇 분이라도 발언권의 기회를 줬어야 했다며 비판하였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많이 참여한 사회복지대회에서 일어난 일은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다수자는 소수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서 잘 말하라고 요구를 한다. 사실상 침묵을 강요하는 것인데 아직 세상은 완전히 정의롭지 않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당신은 스스로 원하는 방식으로 호명되고 있는가? 당신은 타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호명하고 있는가? 당신의 호명 권력은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_'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저/ 창비, 96p

 

우리는 때때로 차별을 안 하려고 노력한다. 그 시선을 속일 수는 있어도 우리 깊은 마음속은 속이지 못한다. 또한 우리는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혜택을 알지 못한다. 때로는 너무 일상적이어서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 수능을 볼 때 영어 과목에서는 듣기문제가 16문제나 된다. 하지만 만약 듣지를 못한다면 점수를 얻을 수 없다. 또한 나는 버스를 탈 때 휠체어를 타지 않음으로 편하게 탈 수 있다. 하지만 만약 휠체어를 타거나, 앞이 안 보이거나 그런다면 나의 생활은 지금과 절대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말을 할 때 차별인 말을 할 때가 있다. 잘 알지 못했다면 당신이 예민하다는 대꾸보다는 내가 다음부터는 조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면 되고 그 상황을 성찰하면 된다.

 

 

또한 시위는 세상을 더욱 공평하고 정의롭게 만들기 위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행동들인데 이걸 만약 소수자들이 한다면 세상을 그들의 말을 들어주기는커녕 더욱 안 좋은 시선으로 쳐다보고 그들을 향해 불평과 야유를 쏟는다.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기에 나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공감했지만 아직 세상은 차가운 면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었다.

 

 

서는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내가 서 있는 위치, 볼수 있는 풍경을 알려면 한발짝 앞으로 나와서 봐야한다. 그러면 나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해보아야 한다는 것인데 어쩌면 우리는 특권을 누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_'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저/ 창비, 38p

 

독서하고 나서, 내가 지금 이 세기를 살고 있는데 얼마나 평등한 세상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평등한 세상이라고 하면 조금 아이러니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여성의 인권이 많이 향상된 것, 다인종 국가에서 흑인의 권위가 상승한 것, 장애인이어도 비난받지 않고 당당하게 거리를 다닐 수 있는 것, 커밍아웃을 한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얼마나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일상적이고 몸에 밴 거여서 알지 못했던 것들을 누구에게는 차별인 것이었던 것을 알지 못했다.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누가 내 잘못을 지적해준다면 심리적으로 앓는 것이 아니라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니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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