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율의 사회현상 칼럼] 죽음이 전해 준 교훈

고대 그리스부터 21세기 대한민국까지

 

'죽음이 전해 준 교훈'이라는 이솝우화에 실린 이야기를 살펴보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는 어떤 의의가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키워드는 생득적, 출신과 연고주의이다. 이솝의 이야기 중에 ‘죽음이 전해 준 교훈’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사자와 나귀와 여우가 함께 사냥했다. 사냥이 끝나고 사자는 사냥감을 모아두고 각자가 얻을 몫을 나누자 말했다. 이때 나귀는 사냥감을 공평하게 삼등분했고, 사자는 나귀를 잡아먹어 버렸다. 그러자 여우는 대부분의 몫을 사자에게 몰아줬고 사자가 그 이유를 묻자 여우는 ‘죽은 나귀가 가르쳐 주었답니다’라고 말했다.

 

그럼 이제 이 문제를 현재의 경제 상황에 맞게 해석해보도록 하겠다. 사자, 나귀, 여우는 서로 다른 직급에 있는 사람이라고 가정한다면 사자는 사장, 여우는 부장, 나귀는 신입 사원이나 인턴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이들이 사냥 즉 자신의 회사의 상품을 팔거나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남은 이윤을 분배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상식으로는 사장이 더 많은 돈을 가져가는 것이 정당하다. 그는 그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 것이고 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손해를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위계질서에 따른 수익 분배 구조는 정당한 것이다…라고 하지만 사실 위의 가정에는 심각한 맹점이 있다. 바로 사자와 사장, 나귀와 인턴이라는 특성을 타고났다는 것과(생득적)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것(후천적) 이라는 차이점이다.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누가 어떻게 봐도 백수의 왕이라 불리는 사자와 그저 짐꾼일 뿐인 나귀가 같은 조건을 타고났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 둘에게는 선천적으로 야생에서의 생존 능력, 힘, 권위 등의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고 같은 인간인 인턴과 사장으로 가정한다는 것은 틀린 가정이다.

 

나는 이들의 생득적 차이에 집중하고 싶다. 사실 이 사건의 본질은 생득적 차이로 인한 불합리한 사회 구조의 형성에 있다. 이 사회 주고 안에서 사자는 상관이고 여우는 간부, 나귀는 쓸데없는 저항심을 보이는 비순종자 것이다. 나귀는 ‘같이 사냥했으니 같이 몫을 나누자’는 의견을 내놓았고 이는 당연히 힘을 가지고 있는 기득권자에게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나귀가 반항하자 우월감에 찌들어있던 사자는 ‘네가 감히?’라는 생각이 들며 그의 머리를 내리쳤을 것이다. 거기에 한술 더 뜬 여우는 그러한 사자를 보며 ‘우리 형님’ 하며 원초적인 힘의 차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우에게는 스스로 생각할 자아가 없었던 걸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도 분명 평소에는 자신이 사는 방식대로 잘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득권에 대한 반발이 곧 죽음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며 자신의 목숨 보전만을 위하는 선택의 기준을 가졌다.

 

이처럼 메꿀 수 없는 생득적 차이로 인한 사회적인 위치는 우리 사회에 막연히 퍼져있다. 어느 시대나 소위 '잘나가는' 집안이나 다른 집단이 있었을 테고 그들은 다음 세대에게 막대한 권력을 물려주며 세대교체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학연, 지연 그리고 혈연. 이 세 인연은 그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잘 나타내주는 단어이다. 학연이란 출신 학교나 학벌 등이 같아 생기는 인연이고, 지연은 출신 지역이 같아 생기는 연인이며, 혈연은 말 그대로 출신 부모에 따라 생기는 인연이다. 마지막 혈연은 억지로 끼워 맞힌 감이 없지 않지만, 이 세 단어의 설명에는 모두 '출신'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출신은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전통적 사회관계를 우선하는 이념을 연고주의(緣故主義)라고 한다1. 이 연고주의가 윤리적으로, 또 논리적으로도 옳지 않은지를 설명할 근거는 무궁무진하게 많다. 먼저 연고주의는 현재의 업무 수행 능력보다 과거의 출신 성분에 집착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어렵다. 또한 좋은 인재를 뽑지 못하고 과거에 맺어진 인연으로만 선발하다 보면 업무 실적도 좋아지지 못할뿐더러 업무 효율도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또한 정당한 과정으로 선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미 이 세계를 떠받들고 있는 보편 가치인 정의와 평등에도 위배된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게 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데 톡톡히 제 역할을 한다.

 

이 연고주의가 실제로 드러났던 집단에는 가장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정치권의 정당들이 있고, 연예계에서도 접대 등 다양하게 학연을 중시하는 문화가 발달한 것으로 나타난다.. 스포츠계에서는 국내 프로 야구 롯데자이언츠 팀 논란이 있다. 롯데자이언츠(이하 롯데)는 감독 및 코치, 심지어는 선수들까지 부산 출신인 사람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방침은 롯데의 전통과도 같이 여겨져 팬들마저도 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2

 

'죽음이 전해준 교훈'은 2,000여 년도 더 지난 기원전 600년경에 이솝이라는 그리스의 지성인에 의해 쓰였다. 그것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이솝우화' 인 것이다. 이솝은 그리도 먼 옛날, 21세기의 대한민국의 상황을 예견하고 글을 썼던 것일까? 물론 농담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가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보면, 당시에도 이 연고주의가 있었다는 것을 추측해볼 수 있다. 뛰어난 문학과 예술은 시대를 초월하여 존재하지만, 인간의 본능과 이 연고주의 같은 인간의 오점은 시대와 함께 유지되는 듯 하다. 언제나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살아가자.

 

출처:

참고1.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68906

참고2. https://namu.wiki/w/연고주의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