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의 독서 칼럼] 우리의 뿌리를 찾아서

소설 '뿌리 이야기'를 읽고

책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란 말이 있다. 그러나 이 문장이 현재 중,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며 사람들은 자연스레 활자와 멀어지게 되었고 ‘사색’에서 ‘검색’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하여 필자는 우리네 삶의 이면을 담은 책의 가치를 환기하고자 김숨 작가의 ‘뿌리 이야기’를 사람들과 공유하려 한다.

 

 

김숨의 ‘뿌리 이야기’는 중편 소설로 여행사를 다니는 여자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그녀는 남자친구와 진전없는 연애를 하는데 그는 어느 날부터 유화가 아닌 나무뿌리를 오브제로 삼는 조형 작업에 몰두한다. 이후 여자가 실직하게 됨으로써 과거 위안부였던 고모할머니가 자신의 손을 잡은 기억을 반추한다. 남자와 포도나무 뿌리를 구해오던 날, 여자는 자신과 고모할머니 이야기를 전하였고 그는 자신의 작품에 고모할머니 이름을 작품명에 붙여 전시한다. 일련의 작업 과정을 지켜본 여자는 어린 시절 고모할머니의 행동과 심정을 이해하며 끝을 맺는다.

 

소설 속 남자는 자신이 입양아임을 알게 되며 버려지는 나무뿌리나 철거민촌을 찾아다닌다. 즉, 뿌리에 대한 그의 집착은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통해 입양아로서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함에서 잉태되었다고 판단된다. 또한 자신의 실존에 관해 묻는 장면에서 남자는 매우 섬세하고 성찰적인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작품 속 상징적 소재는 ‘뿌리’이며 남자와 고모할머니는 마음을 의지할 곳 없이 소외된 존재로 나타난다. 흔히 뿌리가 무엇을 지탱하는 근본으로 통한다는 점에서 작중 뿌리는 가족과 같은 정서적 가치의 기반이자 삶의 근원적인 토대를 의미한다. 또한 여자가 뿌리를 보며 이들을 이해하게 되므로 뿌리는 결핍된 자들의 연결고리로써 연대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

 

인간에게 뿌리란 긍정적 삶을 영위하게 만드는 중요한 존재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철거민과 입양아, 일본군위안부 여성 등을 정체성을 잃어가는 뿌리 뽑힌 나무에 비유함으로써 산업화로 인해 삭막해진 현실 속, 삶의 터전과 인간성을 상실한 현대인의 방황을 주제로 한다. 나아가 그러한 뿌리들의 조화와 공존을 통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책을 읽고 현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소외되는 존재들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러던 중 최근 본 영화 ‘미나리’에서 조명한 이주 노동자들의 삶이 눈에 띄었다. 한국 보건사회연구의 이주노동자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 시간이 법정 기준을 초과한 비율은 25%나 된다. 또한 노동자들의 주거환경, 현지인에 의한 차별 또한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식 개선 교육을 하여 국민의 관심과 노력을 얻어내야 할 것이다. 소설의 끝자락에서 여자가 뿌리의 존재를 몸소 느꼈듯이 말이다.

 

 참고: https://www.metroseoul.co.kr/article/2021061350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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