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의 생활 칼럼] 멀찍이서 전하는 따뜻한 마음, 언택트 봉사활동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점자책 만들기'와 '배리어프리 영화 자막 제작 봉사'를 중심으로

‘비대면’, ‘언택트’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제안되면서 선생님, 친구들과의 소통은 먼 과거의 사건처럼 느껴짐과 동시에 ‘언택트 봉사활동’이라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꽤 오래전부터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은 달갑게 여겨지는 존재는 아니었다. 입시 경쟁 시스템으로 인해 학생들로 하여금 봉사는 그저 피 같은 공부 시간을 할애하여 억지로 해야만 하는 시간 채우기 수단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봉사’는 본래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을 실천을 통해 배우도록 하는 귀중한 역할을 한다. 자신의 직접적인 행동으로 타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퍼트릴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외면해오던 봉사의 가치와 중요성을 몇몇 언택트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소개함으로써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선 청각장애인분들이 영화를 충분히 즐기고 감상할 수 있도록 자막을 제작하는 활동이 있다. 이메일을 통해 10분가량의 영화 영상을 받은 뒤 자막 타이핑 작업과 싱크대싱크 작업을 기본 교육 영상을 보며 익힌 후 적용하는 것이 큰 틀이다. 또한 해당 영상을 보면서 영상 속 등장인물과 전체적인 줄거리를 숙지한 후, 들리는 대사를 정확히 타이핑하는 것이 중요하며 간략한 자막 대본에 추가적인 소리 설명이나 세세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영상 속 배경음악이나 연주된 악기에 대해 추가로 조사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맞춤법 검사를 함으로써 작업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배리어프리 영화’가 탄생하는 것이다. 소리 없이 영화를 본다는 것의 어려움이 얼마나 클지에 대해 마음 깊이 생각해본 적 있는가? 이러한 봉사활동은 평소 당연시하며 흘려보내던 주변의 소리, 배경 음악들을 하나하나 되새겨보며 이들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타인과 나의 다름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또 다른 활동으로는 시각장애를 갖은 아이들을 위해 점자책을 만들어주는 것이 있다. 기본 키트를 활용해 직접 손바느질을 하고 내용을 구상하여 의미 있는 점자책을 만드는 활동이다. 어려운 내용의 책이나 활자를 점자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숫자, 그림, 알파벳, 한글 등 쉽게 본뜰 수 있는 부분을 다룬다는 점이 청소년들이 부담 없이 봉사에 참여할 수 있게끔 만든다고 생각한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자막 제작 봉사와 더불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 조금씩 책임감을 느끼고 완성해나갈 수 있다. 이를 통해 오직 내가 들인 시간과 정성으로부터 기쁨을 얻고, 도움을 받게 될 사람들을 생각하며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몸소 깨달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따뜻한 마음을 멀찍이서 전해보인다면 마치 타오르는 장작의 불꽃처럼 세상을 환히 밝힐 수 있지 않을까. 그 빛은 얼어버린 비대면의 시대를 녹일 하나의 희망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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