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의 문화 칼럼] 카니발(Carnival)을 좋아하시나요

사육제(謝肉祭)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카니발은 어떠한가. 우리에게 후자는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지만 본래의 뜻을 더욱 잘 담은 단어는 전자이다. 사육제는 “고기를 금한다”는 뜻으로 카니발(Carnival)은 Carne(고기)와 levare(없애다)로 구성된 합성어라는 언어적 유래를 내포하고 있다.1 현재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세계인의 축제는 기억 저편으로 희미해져 가고 있지만, 역사•문화적으로 상당한 의의를 지닌 카니발에 대해 알아봄으로써 희망의 메시지를 공유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둔 인류가 고려해야 할 '연대 의식'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세계 각국의 축제는 그 나라의 교유한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곤 한다. 그중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콜롬비아는 축제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축제가 1년 동안 끊이지 않는데 'Carnival of Black and Whites'라 불리는 '흑과 백 카니발'은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 이름만 들었을 땐 다소 다채로운 행사로 들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첨부된 사진에 나타나있는 것처럼 사실은 굉장히 그러하다. 이 연례행사는 콜롬비아 남서부에 위치한 파스토에서 1월 4일부터 6일까지 열리며, 형형색색으로 디자인된 퍼레이드 차량과 특유의 의상으로 이루어진 행진을 포함한다. 또한 이것은 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로서 2002년 세계문화유산의 일부로 공식 선언된 바 있다.1 

 

여느 축제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흑과 백 카니발에서 현저히 드러나는 특징은 '인종을 뛰어넘은 화합의 장'이라는 것이다. 즉, 이는 ‘인종'이라는 사회적 이슈와도 맞닿아있다. 그렇다면 흑과 백 카니발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답은 이 축제의 역사적 유래에 있다. 흑과 백 카니발의 기원은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과거 파스토 인디언들이 달의 신에게 기원하던 의식에서 시작되었고 남미로 향한 스페인에 의해 정복되며 그 모습이 변화하였다고 전해진다. 15세기 스페인의 식민지배 정책으로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대거 유입되고 고된 노동을 하던 흑인 노예들이 콜롬비아 포파얀이라는 지역에서 이에 향하였다. 그들은 스페인 국왕에게 정당한 휴일을 받을 것을 요청했고 사회적인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스페인 국왕은 1월 5일을 자유의 날로 지정하였다. 이를 기치 삼아 흑인 노예들은 기쁜 마음에 하얀 성벽을 검게 칠하며 축제를 연 것이 19세기 중반, 포파얀 마을에서 파스토 마을로까지 이어지며 현대의 흑과 백 축제가 탄생한 것이다. 이후 사회 각계각층의 참여와 세계화를 발판 삼아 축제는 오랜 세월 동안 지속하고 있다.

 

축제가 진행하는 동안은 지역 주민, 방문객 할 것 없이 모두 하나가 되는데 이 점이 흑과 백 카니발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광경이라 생각한다. 즉, '연대 의식'을 기반으로 세계인이 웃음을 나누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이러한 시너지는 현재로선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온다.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독일, 미국 등지에서 이는 아시아계 인종차별 문제가 큰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는 특수한 상황적 우울과 위기 속에서 싹 튼 불안과 공포를 특정 집단의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이기심에서 오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흑과 백 카니발'이 정복과 강제 노역이라는 아픔을 딛고 탄생하였듯이 이제는 흑과 백의 이분법적 관념에서 벗어나 지구촌의 통합이 이루어지기 위한 노력이 일기를 바란다. 또한 그 모든 과정이 곧 카니발이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참고: https://colombia.travel/en/fairs-and-festivals/black-and-white-carnival-paint-yourself-and-dis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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