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우의 시사 칼럼]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야 한다

국내 10대 부터 30대까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수치는 자살이 특정 사람에게만 한정된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인의 자살을 이야기하기 위해 뒤르켐의 ‘자살론’에서의 논의를 가져오고자 한다. 뒤르켐이 자신의 책에서 논의한 자살 유형 중 하나인 아노미적 자살은 현대 한국 사회를 설명하기에 적합하다. 사회적 맥락에서 삶을 살아가는 개인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기회와 그것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함으로써 둘 사이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살이다. 경제 공황, 실업률의 증가, 코로나19와 같은 급격한 사회 변화는 아노미적 자살을 가져온다. 아노미 상태에 직면한 사회는 안정적인 사회 구축망을 형성하지 못하고 개인이 사회 앞에서 무너지게 된다. 한국의 높은 자살률과 아노미적 상태를 보며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탐구하고자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자살이라는 현대 사회의 비인간적인 일면을 보여주는 현상을 분석하기 전에 사람들이 왜 자살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논의를 해보고자 한다. 자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사상가는 많지만, 그중 현대인의 자살 문제를 분석하기 위한 근거를 제시하는 사상들에 대해서만 다뤄보도록 하겠다. 쇼펜하우어는 철학에 근거한 인간의 본성에 대한 논의를 통하여 자살 현상을 삶에의 의지에 사로잡힌 인간존재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행위라고 규정한다. 자살 현상은 그것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인간 본성과 세계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제공할 수 있는데, 전통 철학에서 자살을 비판하는 토대가 되었던 자기보존의 의무는 오히려 자살이라는 이기적인 행위를 선택하게 한다. 즉 쇼펜하우어에게 자살은 맹목적인 삶에의 의지를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며, 고통스러운 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서 자살을 무조건 비판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과 삶의 원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로서 파악한다. 카뮈에게 자살은 공허하고 부조리한 세계를 앞에 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제1의 방안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매일 반복되는 생활의 연쇄 속에서 의식의 저항을 느끼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권태이다. 이러한 권태는 삶의 부조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계기로 작동한다.

 

현대의 높은 자살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이데거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존하는 현존재는 특히 목적으로 그 자신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일차적으로 여기에서부터 자신의 실존을 규정할 수 있다’1라는 하이데거의 말처럼 인간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도움이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서는 직업, 명예와 같은 것들이 현존재의 가치보다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되며 현대인의 삶의 중심이 자신이 아닌 물질적인 것들이 되어간다. 직업, 명예, 권력은 현존재를 위한 수단일 뿐인데도 지배적인 지위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그 자체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세계 속에 함께 놓여 이 안에 존재하는 존재자들과 관계를 통해서 존재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자들과 함께 존재한다. 그렇기에 타인과의 유대가 약화된 현대 사회에서 실존을 회복하고 삶을 영위해 나가기 위해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은 필수적이다.

 

자살률은 사회를 가장 잘 설명하는 지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현대인들에게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쇼펜하우어와 카뮈 등의 사상을 통하여 사람이 자살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하이데거의 실존 사상을 통해서 현존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와 죽음을 깨달을 때 비로소 실존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다. 현존재가 죽음을 인식하게 되면 삶의 이유를 알아낼 수 있듯이 현대인들도 자신의 삶의 유한성을 인식하면 비로소 실존적인 존재로서 자리하게 된다. 인간은 진공의 상태에서 혼자 살아갈 수 없으며 타인과의 연대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자살을 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아닌 자살을 하지 않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 인용 : 존재와 시간 ( 마르틴 하이데거 ) / 324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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