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3인칭 시점에 치우치지 않기

‘판단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단편영화 감상

삶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의 연속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고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판단하는 행위는 어쩌면 아주 당연하고 원초적인 의식 흐름의 결과라고 통칭할 수도 있겠다. 따라서 판단은 의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무의식적으로 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을 자신의 입장에서 판정 짓기 마련이다. 이는 우리가 타인으로부터 받는 모든 판단이 그 형태가 긍정이든, 부정이든 모두 주관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특히 인간은 감정에 유동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타인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내리기란 더 어렵다.

 

그런데도 우리는 다른 사람이 그들의 세계에서 제멋대로 만들어놓은 판단의 테두리 속에 자신을 잃어갈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경쟁 사회에서는 누군가의 판단이 곧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특히 현대에는 다수결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자신에 대해 같은 종류의 평가를 하면 그것을 곧이곧대로 수용하려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자신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판단은 개인 편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절대 객관적일 수 없고 답이 될 수 없다.

 

반면 살면서 필자 또한 타인을 감정적으로 판단한 적이 많다. 오로지 내 위주에서 그 사람에 대해 판정 짓고 결론 내리는 것은 그게 좋은 평가든, 좋지 않은 평가든 결코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따라서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할 때에는 항상 신중해야 하고 무의식적으로 자리잡혀있는 감정을 삭제해야 한다.

 

 

‘판단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단편영화에서도 우리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십 여분 남짓의 짧은 단편영화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던 우리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낸 작품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대학생 주인공이 전 남자친구, 학교 후배,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 등 여러 타인으로부터 자신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듣게 된다. 그리고 엇갈리는 판단들 속에서 자신에 대한 진실한 평가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한다. 이윽고 분명한 '정답'을 가려내기 위한 내적 갈등이 절정에 다다른 주인공은 결국 '타인에게서 자신을 찾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자기 자신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이해를 해야 건전한 자아 형성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유독 필자는 여주인공이 담배를 피우는 엔딩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판단의 평범성에 대한 영화를 본 관객으로서 한 번 더 반성하게 만들어준 장면이었다. 필자가 주인공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에서 충격을 받았던 것은 사실 여주인공이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은연중 이미 내리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고 그동안 굳혀왔던 프레임을 벗어버린 것 같다. 

 

그만큼 타인을 판단하고 평가할 때에는 항상 신중하고 무의식적인 생각을 견제해야 한다. 또 속으로 생각한 타인의 판단을 영화 속 전 남자친구나 학교 후배처럼 입 밖으로 낼 때에는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 동시에 나 자신 또한 외부 사람들의 평가를 객관화시키고 감정적인 판단들에 지나친 의미부여를 하여 자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항상 경계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나를 타자화 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이 판단을 편견으로 굳히는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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