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사춘기를 지나는 학생들과 그 학생들을 담는 학교

 

 

"하루하루가 그저 나를 스쳐 가고 있을 뿐, 나는 그 속에서 무던히 애쓰고 있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흘러가고 있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런 말을 하고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 대부분 나를 위로하면서도 속으로는 나를 아주 비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요즘 부쩍 짜증이 늘고 말투도 거칠어졌다. 그런데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오랜만에 학교에서 만나니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냥 순수했던 초등학생에서 중학교로 넘어올 때, 그 1년 사이에 한 사람이 완전히 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서히, 매일매일 조금씩 학생들은 변해간다. 말을 거칠게 하고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며, 자신을 망가뜨린다. 이런 현상은 가장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자연적인 이유로 일어난다. 사춘기, 즉 이차 성징이 찾아오고 반항심이 커지며 흔히 말하는 '중2병'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차 성징이 일어날 때 특정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겉으로 볼 때는 갑자기 사람이 변했다고, 전의 순수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시기에 어떤 잘못을 하면, 이 애가 사춘기구나... 하고 이해하는 투로 넘어가자고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꾸어 생각해보자. 이 나이대의 사람들도 원해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도 이차 성징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자신이 그 과정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거나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학교에 갔을 때 주변에서 욕이 난무하고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습관들을 일상적으로 행하는 것을 보면 어디서부터 잘못되기 시작했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는 이렇게 학생들이 변해가는 이유가 학교의 구조에 일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학교에 가면 각자 반에 들어가서, 각자 지정된 자리에 앉은 후, 지정된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는다. 그리고 40분에서 50분간 수업을 한 후에는 10분씩 쉬는 시간을 가진다. 10분의 쉬는 시간 동안에는 무언가를 하기가 쉽지 않다. 스스로 공부를 한다 해도 수학 문제 2개 정도를 풀거나 선생님 심부름을 하고, 복도에서 친구 몇 명을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면 끝나는 시간이 10분이다. 어딘가에 나가서 놀기에는, 또는 좋아하는 어떠한 일에 몰두하기에는 10분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학교에서 창의성을 키우거나 적성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굉장히 힘들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하루의 반 이상을 보낸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길어진다. 그리고 학생들은 집에 간 후에도 계속해서 숙제나 복습, 예습 등 학업적인 부분에만 집중하며 항상 비슷한 나날들을 보낸다. 이렇게 학생들이 정해진 틀 안에서 항상 비슷하고 무료하게 생활하기 때문에 사춘기가 와서 스스로 정체성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혼란이 생길 때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자유학기제, 자유 학년제 등을 실시하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이 학생들에게 실제로 적성을 찾도록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공권력에 의해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의 학교이기 때문에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세세하게 보고 상담해주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개별성을 존중해주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함으로써 학생들이 각자의 능력을 개발하고 사춘기를 조금 더 순탄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의 시작은 학교 건물의 구조를 바꾸는 것과, 교복을 선택적으로 입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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