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의 법률 칼럼] 알고 보면 유익한 생활 속 계약

 

 

"안토니오는 샤일록에게 살 1파운드를 줘야 한다. 단, 샤일록은 그 과정에서 피를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 이는 베니스의 상인의 내용 중 일부이다. 살 1파운드를 줘야 한다는 내용은 샤일록과 안토니오 사이에 맺어진 계약이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베니스의 상인은 너무나 유명하다. 샤일록이 안토니오를 해할 의도가 있음을 눈치챈 재판관 덕분에 안토니오는 자신의 살 1파운드를 지켜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신은 여기서 뭔가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는가? 살 1파운드를 줘야 한다는 계약 내용 자체에 뭔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는가? 나는 이 내용을 보고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계약 내용조차 계약서에 담길 수 있을까? 하물며, 계약자는 그것을 실행해야 하는 의무를 지닐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 칼럼은 이 질문에 대한 내 나름의 심화 탐구이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안토니오와 샤일록이 맺은 계약은 '우리나라 민법 제 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 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에 의해 이뤄질 수 없는 계약이다. 또한, 나는 책에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받는 샤일록(고리대금업자)의 모습을 보며 '민법 제 746조(불법 원인 급여):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됐다. 

 

 

민법 제 746조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한 가지 예시를 들어보고자 한다. 만약 ‘강원랜드 카지노’에 빠진 a에게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b는 a에게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746조에서 제한하고 있는 것은 '불법의 원인'이다. 따라서,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강원랜드 카지노'에 a가 돈을 사용한 것에 대해 b는 충분히 이익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한 사건에서 두 개의 판례가 서로 다른 판결을 내렸다. 한 판례에서는 b(돈을 빌려준 자)가 a(돈을 빌린 자)를 도박 중독에 빠뜨렸다는 점, 비정상적으로 고율의 이자를 받았다는 점 등에 비춰 이러한 원고의 행위를 보호해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으며, 다른 판례에서는 b가 a에게 미친 부정적인 영향(도박 행위 조장 등)만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볼 수가 없기 때문에 a는 돈을 갚아야 한다고 판결했다.1

 

나는 비록 판례에서처럼 판례를 들며 피고의 반환 의무를 따지지는 않았지만, 판례를 보고 나니 두 번째 판례에 더 공감이 갔다. 돈을 빌린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고 도박을 한다면, 안 갚아도 된다는 것이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가로, 나는 판례의 영향이 이후 재판들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기 때문에 혹여나 이 판결에서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법은 구체적인 것을 모두 명시해 놓지만,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판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계기가 됐다.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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