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현의 사회학 칼럼] 학교라는 작은 사회

 

 

벌써 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입학식에 참여했고 나처럼 긴장 가득한 표정의 주위 친구들을 조심스럽게 관찰하며, 인사말 한마디에도 설레고 떨렸던 것 같다. 그 모습들은 까마득히 먼 과거의 일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렀다. 입학 전에는 마치 중학교와는 새로운 세상이라도 펼쳐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친구들도 곧잘 적응해서 고등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면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기도 하였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나는 자연스럽게 학교라는 작은 사회의 일원이 되어 있었고 이것은 다시 나의 행동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과연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서 나는 사회를 구성하였고 또 그 사회에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을까? 좀 더 자세하게 이를 분석해보고 싶었다. 

 

먼저 학교는 왜 사회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자. 사회의 의미부터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회'란 일정한 경계가 설정된 영토에서 종교 ·가치관 ·규범 ·언어 ·문화 등을 상호 공유하고 특정한 제도와 조직을 형성하여 질서를 유지하고 존속하는 인간집단이다.1 학교는 이런 의미에서 그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학교는 분명한 경계를 가지는 실체이며, 학생들의 사회화라는 공통된 가치관을 지니고 있으며, 동일한 문화를 형성하며 질서가 유지된다. 특히 일반계 고등학교인 우리 고등학교는 다수 학생들이 성적을 높여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서로 돕거나 때론 경쟁하며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학교를 떠난 사회인들의 눈에는 학교라는 사회의 문화는 매우 이질적인 문화이며 학창시절 이외에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것이다. 예를 들어, 시험 기간이라는 독특한 시기를 겪으면서 목표를 향해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경험한다. 상반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학생들은 이런 생활에 익숙하다. 그러한 과정에서 성장을 경험하고 진정한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담금질 되는 것이다.

 

특히 이런 사회가 만들어지는 데 있어서 구성원인 학생들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당연히 학생들이 학교라는 사회를 구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각자의 행동과 그 행동의 결과가 장기적으로 누적되면서 사회의 분위기, 즉 문화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 주변의 한 학교는 10년 전 국악을 전공하고자 하는 한 학생이 국악고에 진학하지 않고 일반고인 해당 학교에 진학하였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그 학생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 학생이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학교의 명성을 높여주었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그 학교에는 판소리를 배우는 동아리가 생겨났고 그 이후에 많은 국악과 진학 졸업생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렇게 사회는 구성원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작은 움직임이라도 그것이 나비효과가 되어 사회의 문화를 바꾸어 나갈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학교라는 이름의 우리가 속한 이 사회는,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학교의 이미지를 나의 페르소나로 삼아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고, 학교가 입방아에 오를 때면 나 또한 부끄러움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가 다니는 고등학교가 주변 지역에서 유독 코로나 환자가 많이 발생하여 뉴스에도 정확하게 이름이 언급되면서 주변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던 적이 있는데, 내가 사회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학생으로서 느끼는 작은 사회, 학교에 대한 내 생각들을 모아 보았다. 우리가 사회의 구성원이므로 학생들이 학교를 만든다는 것이며, 우리가 긍정적인 문화를 형성한다면 그것은 다시 우리의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학교생활에서 더욱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각주

1.인용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08170&cid=40942&categoryId=3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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