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의 사회 칼럼] 벨루가가 죽었다

 

 

여수 아쿠아플라넷의 벨루가가 죽었다. 자연 상태에서 벨루가의 평균 수명은 약 30년이지만, 1년 새에 차례로 죽은 벨루가들은 겨우 12살 정도이다. 이것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다. 벨루가는 수족관에 갇혀서 구경거리가 되었다가 죽었다. 사람들은 벨루가의 죽음을 '폐사'라고 부른다. '폐사'란, 짐승이나 어패류가 갑자기 죽게 된다는 의미이다.1

 

그러나 벨루가는 '갑자기' 죽은 것이 아니다. 수족관에 전시되고 있는 해양포유류의 폐사 문제는 몇 년 동안 꾸준히 발생하였다. 2020년 해수부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10년간 돌고래를 보유한 국내 수족관 8곳에서 61마리의 돌고래 중 절반 가까이 되는 29마리가 폐사하였다.2 돌고래가 계속해서 폐사한 이유는 수족관 환경이 해양포유류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수족관 돌고래의 사인 중에는 패혈증의 비중이 높다. 패혈증은 세균 감염에 의한 질병으로, 국내외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수족관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해양포유류의 면역 체계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3

 

연이은 해양포유류의 죽음, 그리고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의 동물원이나 수족관 등은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벨루가나 돌고래 등의 해양포유류를 전시 중이다. 해양포유류는 지능이 높아서 자신이 갇혀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동물을 사들여 가둬놓고 전시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아직 갇혀있는 해양포유류를 바다쉼터로 보내고, 연구 이외의 목적으로 해양포유류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그리고 연구 목적으로 국내로 들여온 해양포유류는 연구 목적 외에 전시, 공연 등의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감독해야 한다.

 

누군가는 교육을 위해서 동물원과 수족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육을 위해서 실제 동물을 볼 필요는 없다. 디지털 동물원, 디지털 수족관을 통해 실제 서식지에서 자연 상태 그대로의 동물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살아있는 동물을 전시하는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가면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모습보다 스트레스로 인해 정형 행동을 보이거나 구석에 숨어있는 모습을 주로 보게 된다.

 

또 누군가는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해 동물원과 수족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경우에 멸종위기종을 보호할 장소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물을 전시하는 것은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행위가 아니다. 비좁은 공간에서 다수의 사람에게 노출되면 동물의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동물원과 수족관의 환경이 개선되어도 ‘전시’를 목적으로 하는 공간인 이상 동물들의 자연 서식지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나는 이러한 이유들로 수족관의 해양포유류 방류뿐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 동물을 가두고 경제적인 수단으로 이용하는 동물원과 수족관의 실제 동물 전시 중단을 촉구하고 싶다. 현재의 앞서 제시한 디지털 동물원으로 충분히 대체될 수 있으며,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다른 생명을 고통받게 하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위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 기관의 엄격한 감독이 필요하다. 또, 사람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하루빨리 국내의 동물원과 수족관이 변화하길 바란다.

 

각주

1.인용:https://ko.dict.naver.com/#/entry/koko/71cdd056cc8545f4869747cb1216b367
2.참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의원이 해수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수족관의 돌고래 보유 현황’, http://www.yangyi.kr/assembly_post/238
3.참고:

https://www.chosun.com/special/special_section/2021/04/06/SQ5F37AM6BA4ZCC7PY3QPU6X64/?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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