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의 사회 칼럼] 생의 마지막을 정리해주는 특수 청소 전문가

신문에서 특수 청소 전문가로 일하시는 분을 인터뷰한 글을 읽었다. 평소에 흔히 접해보지 못한 직업이었고, 인터뷰 내용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점들이 많았다. 글을 처음 읽고 정말 힘든 일이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런데 인터뷰 내용을 몇 번 반복해서 정독하다 보니 이 직업에서 종사하시는 분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신다는 것을 알았다.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 직업을 소개하고자 주제로 정하게 되었다. 

 

생의 마지막 흔적을 정리해주는 분이 있다. 바로 '특수 청소 전문가'라는 직업인데, 항상 방독면과 방호복, 수술용 장갑을 착용하고 경찰이 오가는 사건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다. 이분들은 가짜 명함과 가짜 안내문으로 자신의 직업을 위장한다. 하지만 왜 자신의 직업을 위장할까? 특수 청소 전문가는 경찰과 유족, 건물 주인 등의 의뢰로 범죄 현장이나 누군가 세상을 떠나고 방치된 자리를 청소하는 사람들이다. 죽음과 가까운 직업 특성상 주변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의뢰인들이 많아서 직업을 숨기는 사람들이 많다. 

 

 

 

특수 청소는 여러 과정에 걸쳐 이루어진다. 당연히 일반적인 청소보다 그 절차가 복잡할 수 밖에 없다. 먼저 주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청소를 허가했는지 확인한다. 허가를 받은 후 방독 마스크와 수술용 장갑, 신발 덮개 등을 착용하고 집에 들어가 사람의 흔적부터 치운다. 그 후에는 유가족의 의견에 따라 버릴 물건과 남길 물건을 분류하고 정리한다. 악취가 밴 벽지를 모두 뜯어내고 소독까지 하면 마무리된다.간추려 보면 간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일이 오래 걸리게 되면 며칠이나 걸릴 수 있다고 한다. 가족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청소하는 것 뿐 아니라 그 외의 과정도 중요할 것이다. 

 

특수 청소 업체 하드웍스 김완 대표는 과거에 작가로 일하며 잠깐 일본에서 머물렀는데, 그때 일본에서 활성화된 플리 마켓 중고품 상당수가 누군가의 유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유품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자연스럽게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순환이 이뤄진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처음으로 '유품 정리사'라는 직업을 접했다. 그 뒤로 한국에 돌아와 일반 청소 일에 뛰어들었고, 그러다 특수 청소 의뢰를 받아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몇몇 사람들은 '유품'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기도 한다. 죽은 사람이 과거에 썼던 물건이라는 점에서 께름칙하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특수 청소 전문가들을 무시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위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듯, 유품이 재활용되어 쓰이거나, 새 주인을 만나 재탄생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우리 주변에도 새로운 주인을 만나 제 역할을 하는 물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값지고 소중한 일을 하는 이들에게 손가락질하고, 대놓고 무시하는 행동은 옳지 못하다. 앞으로 다양한 직업이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준다면, 특수 청소와 같은 일이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선입견을 깨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유품 정리사와 특수 청소 전문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일본에서는 멀리 사는 유가족이 고인의 살림을 정리하기 어려울 때 주로 유품 정리사를 부른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단순히 물건을 모으거나 치운다는 점이 특수 청소와는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품 정리사와 특수청소 전문가의 영역이 뒤섞여 있는 형태이다. 아직 이런 일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 '직종별 직업 사전'에도 2018년에야 유품 정리사만 처음 등재됐다고 한다.2

 

죽은 사람들의 집을 마지막으로 흔적을 정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이 무슨 사연이 있었고, 또 무슨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는 흥미로울 것이다. 그리고 죽음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닌, 우리 삶의 일부이기에, 이 일을 통해 죽음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각주

1.참고 :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5/2020060504151.html
2.참고 :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5/20200605041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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