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데미안'을 읽고, 쉬운 길보다 아름다운 길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결코 성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데미안』은 나를 힘들게 하는 책이었다.1 내 마음을 시험에 들게 하고,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에 대해 혼란을 갖게 하는 책이었다. 그 이유는 헤르만 헤세의 다른 책에서 보았던 그의 종교관, 철학관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왠지 모를 섬뜩함과 거리낌을 갖게 한 이 책을 내가 감히 비판하거나 예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감정을 배제하고 순전히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만 기고하겠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밝은 세계, 빛의 세계의 삶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프란츠 크로머'라는 방탕한 아이에게 약점을 잡힌 뒤로, 어두운 세계와의 접촉이 이루어진다. 거짓말의 대가가 얼마나 험난했는가! 싱클레어는 크로머의 부하 노릇을 하며 내적인 혼란과 괴로움을 겪는다. 안정적인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죄를 짓는 삶을 사는 것은 여린 그에게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그런 그를 구해준 것이 바로 '막스(마르크스) 데미안'이었다. 데미안은 크로머의 괴롭힘을 끊어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르침을 주었다. 바로 '카인(가인)의 표적'에 대한 가르침이었다.

 

"가인이 … 그들이 들에 있을 때에 가인이 그의 아우 아벨을 쳐죽이니라", 창세기 4장 8절 中

 

가인과 아벨 이야기는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하나님은 형 가인의 제물을 가증스럽게 여겨 받지 않으셨고, 아벨의 것만 받으셨다. 이를 시기한 가인은 아벨을 죽인다. 어떤가? 누가 봐도 가인의 죄, 가인의 잘못 아닌가? 하지만 데미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게 가인의 행동은 당연하였다. 인간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존재로, 선과 악을 두 갈래로 가르기보다 둘 모두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완전히 실현한 신이 바로 '아브락사스(압락사스)'였다. 결국 데미안은 자신의 내면이 향하는 것, 그것이 선이든 악이든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 본문 116p 中 

 

데미안의 철학은 놀랍다. 새롭고 신기한, 기존의 기독교적 이분법을 완전히 깨부수는 계몽적인 철학이다. 이러한 철학을 맛본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따라 자신을 각성시켜나간다. 아직은 부족한 모습이 많지만, 나름의 한결같은 철학관을 가지고 삶을 살아낸다. 데미안의 그를 깨우고자 했던 노력과 싱클레어의 알을 깨고 나오려는 의지가 합쳐져서, 즉, '줄탁동기(시)(啐啄同機)'가 일어나 싱클레어의 인생은 새로운 시작을 마주한 것이다.2 '나'의 모든 부분을 인정하고, 진정한 자아를 마주 보는 삶을 살게 된 싱클레어는 내면을 따르는 인생을 살아간다. 여기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진정한 '나'의 목소리를 따르는 삶이 나에게 가장 좋은 삶이라는 점이다. 스스로 성찰하고 각성한 사람의 신념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

 

우리는 어떻게 진정한 내면을 마주할 수 있을까? 먼저 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한다. 데미안의 철학대로라면, 선과 악에 대한 고찰보다 '진짜 나의 내면이 바라는 것이 무얼까'를 고민해야 한다. 세상의 기준보다 나의 내면의 잣대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데미안의 주장에는 솔직한 마음으로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기독교인으로서 선과 악의 갈림길에 대한 고민은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자기 자신을 마주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도 그랬듯, 내면과의 만남은 삶에 있어서 고귀하고 숭고한 과정이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길은 결코 그 끝에 성공을 가져다줄 수 없다. 내면을 찾으려 노력하고 따르는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다우며, 그 끝에 진정한 삶의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참고1: 헤르만 헤세, 『데미안』, 전영애 옮김, 민음사(2000)

▶ 참고2: 「줄탁동기」, 두산백과(terms.naver.com/entry.naver?cid=40942&docId=1226002&categoryId=32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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