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준의 만화/애니 칼럼] AI를 파괴하는 AI의 이야기, Vivy - Fluorite Eye's Song

스토리, 연출, 작화, 배경음악, 액션 모두를 잡은 웰메이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터미네이터, 아이 로봇, 매트릭스 등 인간과 AI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은 많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AI에 관한 스토리라인은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다. 후술할 Vivy라는 애니메이션또한 여타 AI소재의 작품들이 보여준 플롯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Vivy에서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스토리를 작화, 배경음악, 카메라구도의 치밀한 완급조절을 통해 몰입감을 한껏 끌어올리면서 이를 극복한다. 모든 애니메이션에서 클리셰로부터 벗어나는데에만 집중하는 요즘, 이 작품은 뛰어난 미장센을 통해 진부함에 도전한다.

 

"나의 사명은 노래로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것."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시대, 주인공 '디바'는 한 테마파크의 캐스트로서 활동하는 AI이다. 디바는 '노래로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언제나 무대에 오르지만, 사람들에게 인기는 없었다. 그럼에도 언젠가 마음을 담은 노래를 불러서 메인 스테이지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노래를 계속한다. 

 

그러던 어느 날 디바는 100년 뒤 일어날 인간과 AI 간의 전쟁을 막기 위해서 찾아왔다는 AI, '마츠모토'를 만나고 모두를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자신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 그와 함께한다. 이들은 100년 뒤 일어날 비극을 막기 위해 전사(前史)에 있었던 AI와 인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사건들이 그대로 되풀이되지 않도록 분투한다.

 

 

Vivy는 2021년 2분기 현재 방영 중인 작품으로 많은 시청자에게 훌륭한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AI라는 다소 진부할 수 있는 소재로 어떻게 호평을 끌어내고 있는 것일까? 우선 Vivy의 제작사는 '진격의 거인', '갑철성의 카바네리', '마법사의 신부' 등 뛰어난 작화와 연출의 치밀함이 특기이다. 이번 작품인 Vivy 또한 제작사의 노력이 돋보였다. 보통 애니메이션들은 작품 내에서 작화의 수준이나 표현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Vivy는 작품내 서사가 절정에 가까워질수록 작화의 퀄리티와 표현, 촬영방식이 크게 바뀐다. 시청자는 작화의 변화를 감지하고 내용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되며, 클라이맥스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이런 부분은 플레이타임 내내 작품에 몰입하기 힘든 시청자를 위한 제작사의 배려라고 할 수 있다. 

 

Vivy - Fluorite Eye's Song, 이 작품의 제목이다. 제목에도 숨겨진 뜻을 찾아볼 수 있는데, Fluorite는 '형석'이라는 광물을 가리킨다. 형석은 산업용 유리나 광학용 렌즈에 사용되는 광물로 작중 디바의 눈이 강조되는 묘사가 많은데, Fluorite Eye's는 디바를 연상시킨다. '눈'이라는 소재는 '마음의 창'이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인간의 눈과 달리 광물로 이루어진 AI의 눈을 나타내면서 신체를 구성하는 물질이 다른 인간과 AI 사이 인간성의 차이를 묻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Song은 '노래'라고 단순히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문학적으로 접근하면 누군가의 삶, 발자취 등을 '~의 노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즉 단순히 사명을 완수해내는 AI로서의 디바가 아니라 인간성을 가진 디바의 삶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끊임없이 인간성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위의 포스터에서는 양쪽 세계에 걸쳐 AI가 인간을 멸망시키는 세계를 선택할 것인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자신(AI)을 파괴하는 세계를 선택할 것인지 주체적으로 선택할 위치에 선 디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인간성에 대한 회의를 느꼈다면 이 작품을 감상하길 바란다.

 

사진출처 twit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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