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현의 의료/심리 칼럼] 눈에 보이지만 없는 색

우리가 평소 접하는 화학색이 아닌, 구조가 만들어내는 빛깔에 대한 이야기

우리가 색을 인지할 때, 빛의 흡수와 반사의 원리를 통한 일정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물체가 색소 입자를 포함하고 있고, 이 때 빛이 색소에 부딫쳐 흡수되는 색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반사되는 색을 통해 우리는 물체를 구분한다. 예를 들어 사과가 빨간색이라면, 가시 광선에서 다른 색들의 파장은 흡수하고 빨간색을 보여주는 파장을 반사해 우리 눈에는 사과가 빨간색으로 보여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한 가지의 예외가 있다. 이 구조는 색소가 없더라도 특정한 색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색은 색소보다 은은하고 신비로운 매력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이것은 바로 ‘구조색’이다. 구조색은 생각보다 우리가 많이 아는 대상 속에 숨어 있다. 전복의 껍질에서 보이는 신비로운 오로라색, 보는 사람들을 빠져들게 하는 공작새의 아름다운 날개, 아름다운 푸른색의 몰포나비 모두 구조색의 원리를 가지고 있다.

 

구조색의 원리를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몰포나비의 윗날개이다. 몰포나비는 너무나 신비롭고 아름다운 푸른색을 띠고 있으며, 이는 옛날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나비에게서 색소를 추출해 응용한다면 상당히 신비로운 색을 띠고 있는 물건을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사람들은 실망하고 말았다. 몰포나비에게서 추출한 색소에는 그저 탁한 회색빛밖에 없었고, 푸른색은 온데간데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몰포나비가 화학색이 아닌 구조색으로 푸른빛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비 날개의 독특한 나노구조에 의해 파란빛을 반사하고 다른 빛은 흡수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몰포나비의 파란색 날개에 아세톤이나 알코올 등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나노 구조가 바뀌면서 녹색 등의 다른 색으로 변하게 되고, 액체가 증발한 후에야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온다. 나비의 비늘을 문지르거나 하면 물론 비늘의 미세 구조가 파괴되어 본래의 아름다운 색을 잃고 만다.[1]

 

 

이 구조색은 실생활에서도 다양한 곳에 이미 나타나고 있다. 눈에 더 잘 뛰는 도로표지판이나 눈부심을 방지하는 스크린 등이 구조색을 응용하여 해외에서 개발된 바 있다. 환경에 해로운 각종 안료 성분 없이도 구조색으로 다양한 색을 구현하는 기술 또한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도 동물의 구조색을 모방하여 컬러필터 및 자연광을 이용하는 반사형 디스플레이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구조물의 개발에도 조류의 구조색을 응용하고 있다. 그리고 2018년 한국화학연구원 연구팀은 구조색의 원리를 이용해 입김을 불면 색상이 변하는 투명 필름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구조색은 그저 색소를 추출하는 것만이 아닌 다양한 구조를 만들어내야 하므로 위조지폐 등의 범죄를 막을 수도 있다.[2]

 

이와 같이 구조색은 색소가 아닌 구조로 색을 낸다는 특성으로 실생활 다양한 곳에 응용되고 있다. 화학색과는 달리 모방하기가 까다롭고 다른 빛깔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색은 실생활의 여러 방면에 사용될 가치가 있다. 하지만, 구조색이 실제로 대량생산되는 과정에 도입되려면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구조색은 조그만 손상에도 완전히 다른 색을 띄게 되기 때문에 위조지폐나 불법복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화폐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또한 작고 섬세한 구조를 대량으로 만드려면 경제적 부담도 커질 것이다. 구조색은 사람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이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구조색의 생산과 이용에 대한 일정한 길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각주

[1]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Structural_coloration

[2] 참고: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10415031712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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