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하의 시사 칼럼] 정에 대하여

한 달 전쯤이었다. 집으로 차를 타고 돌아가던 중에 예전에 우리 가족이 가끔 갔었던 족발집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족발집이 있던 자리에는 다른 테이크 아웃 형식의 가게가 들어서 있는 것이었다. 나는 가게가 바뀐 것을 보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 그 음식점은 우리 가족이 가끔 찾았었던 곳인데 난 지금도 그 집을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생생했다. 그날은 코로나 19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외식을 자제하다가 확진자 수도 줄었고, 지역 경제 살리기를 위한 지역 화폐도 있어서 오래간만에 우리 가족이 다시 그 집을 찾았던 날이었다. 다시 찾아간 그 집은 코로나 19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주방에서 근무하시는 분도, 서빙하시는 분도 없이 사장님 혼자 근무하고 계셨다.

 

그런데 오래간만에 오는 음식점이라 기억도 잘 안 나실 텐데 “이 집 따님이 미역국을 좋아하셨죠?”라며 미역국을 직접 끓여주셨다. ‘미역국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아시는 거지?’라고 생각했는데 이 집을 방문한 게 약 2년 전쯤이었는데, 미역국 있는데 주냐고 하셔서 엄마가 우리 딸이 미역국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을 기억하신 모양이다. 나도 기억이 안 나는 것을, 게다가 그 수많은 손님 중 나를 기억하셨던 것이 정말 신기하고 또 감사한 마음이 들어 코로나 19가 잠잠해지면 꼭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집이 없어지고 그 대신 다른 가게가 들어선 것을 보니 뭐랄까 좀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였다.

 

 

한국 음식점에서는 손님을 대하는 것이 다른 나라 음식점과는 좀 다른 것 같다. 우리나라처럼 사이드메뉴를 리필해 주는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고 한다. 게다가 리필을 하면 그 반찬을 원래보다 수북이 담아주시는 정겨운 모습을 종종 경험하는데,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먹는 것에 인색한 것을 아주 싫어하는 것 같다. 식구(食口)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먹는 것을 나누면 가족이 된다고 생각할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함께 먹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른들은 ‘언제 밥 한번 먹읍시다.’라는 것이 헤어질 때 인사말일 만큼 한국인에게 함께 먹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종의 의식이다. 때로는 그렇지 않은 곳들도 있어서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에게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문제를 넘어서 누군가를 진심으로 대접한다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 음식은 많은 사람이 즐기고 또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족발집 대신 테이크 아웃을 하는 반찬가게가 들어선 것을 보니 코로나 19는 모두 함께 밥을 나누어 가족이 아니어도 식구가 되는 우리의 문화를 점점 사라지게 하고 혼자 밥 먹기를 위한 배달음식, 테이크 아웃 음식이 많아지게 만드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마저 든다. 한둘씩 사라져가는 식당들을 보며, 언젠가 혼자 밥 먹기가 아닌 함께, 또 가림막 없이 식사하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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