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준의 역사 칼럼] 몽골제국이 유럽세계 정복을 멈추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생겼을까

몽골군과 유럽군의 전력비교를 근거로

 

"내가 죽으면 내 육신은 죽게 할지라도, 내 조국은 죽지 않게 하라."

몽골제국의 부흥을 선도한 칭기즈칸이 죽기 전에 남긴 말이다. 이 유언에서 우리는 그가 제국의 안녕을 무엇보다도 염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몽골제국은 이후 100년도 채 안 되어서 몰락하고 만다.  한 가지 의문점은 25년 만에 13세기 당시 그 어떤 국가도 차지하지 못한 광활한 땅을 다스린 몽골제국이 어째서 유럽 전체까지 정복해서 유라시아대륙 전체의 통일에 성공하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당시 유럽 세계가 몽골에 대항할 정도로 특출나게 강했던 것일까?  본 칼럼에서는 몽골제국이 유럽 세계정복에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와 함께, 만약 유럽 세계를 정복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지를 역사가설을 세워 근거들로 추측해보겠다.

 

 

13세기 몽골제국은 금, 서하, 남송을 정복해 최초로 중국 전역을 지배하고 호라즘, 러시아원정에 성공하는 등 서구세계에 대한 정복 야욕을 드러냈다. 그러나 원정을 시작하려는 마침 칸의 죽음 소식이 전해지고 본격적인 서구세계 정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만약 이 당시 몽골의 원정대가 멈추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 세계는 어떻게 다를까?  역사에서 가정은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필자는 역사에서 가정을 통해 그 당시 서로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던 국가들의 관계와 전력을 비교해 보고 분석하며, 지금의 역사적 흐름에 대한 이해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몽골군이 세계를 평정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 필요가 있다.  몽골군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보급'이 거의 필요 없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몽골군은 유목민족답게 말을 타고 다니는데, 이동하면서 말린 육포로 식사를 해결하고 젖을 마시면서 갈증을 해결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격속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고, 대략 몽골 기병이 하루에 이동하는 거리가 100km가 넘는다고 한다. 현대전에서 전차를 사용한 전투에서도 진격속도가 30~40km인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속도가 아닐 수 없다. 비슷한 시기의 십자군을 살펴보면 진격속도가 10km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과 보급의 문제로 주변 도시들을 노략질하던 점을 고려할 때 몽골군이 얼마나 효율적인 군대인지 알 수 있다.

 

실제 역사를 보면 몽골군은 칭기즈칸 사후 그의 손자 바투를 중심으로 한 유럽 원정대를 편성했으며, 그들은 1223년 칼카강 전투를 시작으로 러시아 정벌에 나선다. 러시아군은 다수의 농민 병과 소수의 중기병인 '드루즈나'로 구성된 8만 명의 대군이었는데, 몽골군의 위장 유인 전술인 '망구다이 전술'에 참패를 맞이한다. 이후 몽골군 진격속도의 이점을 활용해 러시아 20만 대군의 보급로를 끊고 포위해 궤멸시킨 시트 강 전투에서도 승리한다. 몽골군은 키예프를 함락시킨 후 대규모 학살을 자행하고, '타타르의 멍에'라고 불리는 몽골의 러시아 지배 시기로 들어가면서 러시아원정을 성공시킨다. 이후 폴란드 연합군은 독일·오스트리아에서 용병모집을 통해 병력을 확충하고 몽골군과의 전투를 준비한다. 하지만 이들역시 러시아가 그랬던 것처럼 몽골군의 전략·전술에 참패하며 다시 한번 몽골군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다.

 

 

이처럼 동유럽을 정벌하며 승승장구하던 몽골군은 서유럽정벌에 나설 준비를 한다. 그러나 오고타이칸의 죽음이 바투의 원정대에 알려지면서 이들은 서유럽 정벌을 코앞에 두고 돌아가게 된다. 몽골군이 자신들에게 저항했던 민족의 정복지를 다루는 방식은 다소 야만적인데, 유목민의 경제 관념상 농경민의 문화보다는 가축을 기를 목초지가 이득이었기에, 모든 문명을 파괴하고, 불태워 그 위에 풀을 심어 목초지를 조성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 세계사에서 펼쳐지는 서유럽과 동유럽 간의 차이는 13세기 몽골에의 지배 여부가 만든 것이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만약 몽골군이 서유럽까지 모두 정벌을 완수했다면 지금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들의 지배방식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겠지만 서구세계가 이후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서유럽은 몽골군의 정벌을 홀로 받지 않으면서 경제적 혜택은 모두 얻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문명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즉, 몽골군이 서유럽까지 정복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과학기술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몽골군이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무너뜨려, 유럽에도 많은 동양인이 거주했을 것이며, 종교, 건축, 예술 등지에서 동서양의 문화가 더욱 융합되었을 것이다. 

 

13세기 그 어떤 나라보다도 뜨거운 100년을 보냈던 몽골제국, 지금의 우리가 과학기술의 발전위에서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것도 그들의 역사가 조금만이라도 바뀌었다면 상당히 많이 변하지 않았을까? 역사가설을 세워보면서 다시 한번 역사의 경이로움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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