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재의 스포츠 전술 칼럼]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에 관하여

축구엔 정답이 없다. 대인 방어가 지역 방어를 만들어냈고 패스 축구에 대응하기 위해 게겐 프레싱이 성립했듯, 약 150여 년밖에 지나지 않은 축구 전술사의 역사는 끊임없는 모순과 대립 속에서 발전해 왔다. 따라서 감독과 코치들은 정해진 정답이 아니더라도 최선의 정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오늘 다룰 내용은 현대 축구에서 꽤 많은 감독들이 활용하는 하나의 전술적 움직임이자 공간을 창출해내는 하나의 방식인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Overload to isolate)라는 개념이다. 이 전술적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는 왜 이 전술이 많은 감독들에게 활용되고 있는지, 이 전술을 수행하기 위한 방식들을 논할 것이다.

 

 

-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Overload to Isolate)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Overload to Isolate)는 과부하를 뜻하는 ‘Overload’와 고립시키다, 격리하다를 뜻하는 ‘Isolate’에서 ‘to’를 결합한 단어다. 직역하자면 의도적인 고립으로, 경기장의 좌우 중 한쪽을 의도적으로 과부하 시켜 1vs1에 능한 선수에게 상대 풀백과의 1vs1 상황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도적인 고립은 축구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왜 이러한 전술을 활용하는 걸까?

 

 

 

빨간 팀, 즉 공격 팀이 4-2-3-1 포메이션으로 공격을 시도하고 있고 수비 팀인 노란 팀이 4-4-2 포메이션으로 좁게 수비를 시작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때, 수비 팀이 4-4-2 형태로 좁게 수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축구에 있어 아주 기본적인 원리 중 하나는 주어진 필드의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공격은 넓게, 수비는 좁게'하는 것이다. 중앙을 막고 측면으로의 이동을 강제시키면, 골문과 더 멀어지기 때문에 수비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 수비에 용이한 4-4-2 포메이션이 주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4-4-2 형태의 조직적인 수비를 간파하기 위해선 1) 상대 수비에게 자신이 누굴 마크해야 할지 마크맨에 대한 혼란을 주기 위해 스위칭을 적극적으로 가져가거나, 2) 측면에서 개인의 뛰어난 기량을 통해 상대 수비를 제치는 방식이다.

 

전자의 경우, 시메오네의 AT 마드리드와 같은 대인 수비와 지역 수비를 적절하게 혼합하여 뛰어난 수비 조직력을 자랑하는 팀들과 볼의 움직임에 따라 대형을 이동시키면서 잘 대응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4-4-2 수비 대형의 특성상, 측면에서 볼을 잡을 경우 측면 MF와 풀백에게 둘러싸여 윙어가 묶여버리게 되고 드리블 돌파 능력이 뛰어난 윙어에게 주어지는 공간이 너무 협소해진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위 사진과 같이 의도적으로 경기장의 좌우 측면 중 한 곳(위 상황에선 왼쪽 측면)에 과부하를 시켜 상대 수비 숫자들을 한쪽으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반대쪽 측면(오른쪽 측면)에 1vs1 상황에서 드리블 돌파 능력이 뛰어난 한 선수(위 상황에선 RW)를 고립시켜 상대 풀백과의 1vs1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즉, 한쪽 측면을 의도적으로 과부하 시킨 후 반대쪽에 고립되어 있는 선수에게 상대 수비와의 1vs1 상황 혹은 과부하로 인해 공간이 창출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중요한 필수 조건

 

그렇다면,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Overload to isolate), 즉 상대 풀백과의 1vs1 찬스 혹은 반대쪽 측면에서의 공간 창출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 지 본격적으로 생각해 보도록 하자.

 

이에 대해 크게 3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수비 블록이 끌려오는 동안 볼을 안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가? 와 수비 블록을 한쪽으로 이동시켜 과부하가 발생되었을 때 얼마나 안정적으로 풀어 나올 수 있는가?, 그리고 좁은 공간(즉 과부하 시킨 한쪽 측면)에서 반대쪽 측면으로의 전환이 얼마나 빠르고 잘 이루어지는가?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기 위해, 우리는 한 가지의 잘못된 예시를 통해 이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려 한다.

 

 

방금의 조건에서 빨간 팀이 4-3-3 형태로 공격을 전개한다고 생각할 때, 빨간 팀의 한 명의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가 과부하를 위해 왼쪽 측면으로 이동했다고 가정해보자. 빨간 팀의 2명(CAM,ST)의 움직임을 통해 수비 팀의 2번(RB)과 10번(RS)이 각각 마크해야 하는 선수는 빨간 팀의 LW/ST, 그리고 CAM과 LDM이 되었다.

 

하지만 이 상황은 오히려 2vs1의 수적 우위를 허용해 볼을 좀 더 쉽게 전개할 수 있다는 맥락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볼 소유자인 LCB의 패스 선택지가 기존보다 제한되었다는 뜻이고, 수비 팀의 9번은 그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패스 길목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상대 볼 소유자의 패스 옵션을 차단할 수 있다.

 

즉. 이러한 대형은 좁은 공간에서 볼 소유가 어렵게 됨에 따라 상대에게 아주 손쉬운 수비가 가능하게 해준다. 그리고 상대 수비 블록이 한쪽으로 끌릴 필요성이 사라지게 됨에 따라 반대쪽에서의 1vs1 오픈 찬스가 만들어지지 않고 대응하기 쉬워진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이 볼 소유자인 LCB을 제외하고도 왼쪽 측면에 위치한 선수들의 옳은 포지셔닝이 각자에게 최소 3개의 패스 선택지를 가져다준다. 각 선수들이 가질 수 있는 패스 옵션이 많아진다는 뜻은, 상대가 이러한 패스 옵션을 막기 위해 수비 블록을 이동하면서 반대쪽에 공간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또한, 상대 수비의 마크맨에 혼돈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는 안정적인 볼 소유라는 이점을 가져다준다.

 

물론 이러한 전술이 꼭 1대1 돌파 능력이 뛰어난 윙어만을 위한 전술은 아니다. 팀에 따라 반대쪽에 고립되어 있는 풀백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에 관한 예시가 있다.


 

위 상황은 토트넘과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아스날의 두 중앙 MF가 토트넘의 1선 수비를 제쳐낸 상황이다.

 

이 경우에는 아르테타가 풀백인 티어니를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주인공으로 조명했다. 왼쪽 윙어로 나선 오바메양이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좁힘에 따라 상대 풀백을 박스 안으로 끌고 나와 환경을 조성해줬다. 이로 인해 발생한 측면 공간을 발이 빠른 티어니가 빠르게 침투해 들어가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사용한 것이다.

 

라카제트와 페페, 오바메양이 2선과 3선 사이 공간에서 볼 소유자인 쟈카의 패스 옵션이 되어주었다. 만약 상대 수비가 쟈카를 강하게 압박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2선과 3선으로의 볼 투입이 쉬워지기 때문에 쉽게 쟈카를 압박할 순 없었기에, 볼 소유 또한 안정적이었다.

 

수비적으로 보자면, 라인 간의 간격이 좁게 형성되었고 중앙에 많은 선수들을 배치한 형태였다. 최후방에선 백3를 형성한 탓에 볼을 빼앗겼어도 좁은 간격을 활용해 손쉽게 볼을 탈취해낼 수 있었다.

 

-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약점

 

마지막으로 다룰 내용은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 다뤄보려고 한다. 사족을 붙이자면 약 150여 년간 이어진 축구 전술사에 있어 절대적인 승리를 가져다주는 전술은 없고, 약점 없는 완벽한 전술은 없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예시에는 위에서 다루었던 수비 블록이 끌려오는 동안 볼을 안정적으로 소유하지 못할 경우, 좁은 공간(즉 과부하 시킨 한쪽 측면)에서 반대쪽 측면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를 다뤘기에 이를 제외한 약점을 다루려고 한다.

 

 

위 상황은 공격 팀이 왼쪽에 오버로드, 즉 과부하를 시키고 반대쪽 측면 풀백인 라이트백이 그 주인공이다. 공격 팀인 빨간 팀의 의도는 왼쪽 측면에서 볼을 소유한 뒤, 중앙에 위치한 ST를 활용하여 반대쪽에 고립되어있는 RB에게 연결하려 했다.

 

하지만 이 공간을 지키고 있는 수비 팀의 LB이 이를 끊어냈고 과부하 된 왼쪽 측면과는 달리 적은 숫자만이 위치한 우측면은 오히려 역습 대응에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이에 따라 상대 풀백이 전진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며, 역습을 막아야 하는 수비수의 숫자가 적어 숫자 싸움에서도 유리했다.

 

 

- 결론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는 본래 농구에서 주로 사용되었으나, 현재 현대 축구에서 많은 강팀들이 활용하고 있는 전술이다.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감독과 코치들은 아직도 끊임없이 연구해서 약점을 보완한 조금 더 다른 방식의, 자신만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관중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모순과 대립 속에서 발전해 온 축구 전술사의 역사는 관중들에게 더 멋진 경기를 선사하기 위해서, 혹은 팀을 승리로 이끌고 트로피를 따내기 위한 감독들과 코치들의 열정적인 연구에 의해 발전되고 다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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