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연서의 시사 칼럼] 500년이 지난 지금도 양들이 사람을 잡아먹는다

젠트리 계급의 인클로저 운동과 현 상황 비교를 중심으로

세계사 수업에서 청교도, 명예 혁명과 자본주의 발전에 대해서 배우면 ‘젠트리’라는 계층을 자주들었다. ‘젠트리’가 무엇일지 생각조차 하지않고 시험공부를 위해서 교과서를 달달 외우느라 이에 대해서 시험끝나고 조사해보고 싶었다. 또한 세계지리에서 교외화 현상을 배우고 추가로 보고서를 작성할 때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조사해보면서 이 용어가 아마 젠트리에서 연원이 되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었다. 젠트리에 대해 파해져 보자.


고교생을 위한 세계사 용어사전에서는 ‘젠트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젠틀맨 계층이라는 뜻으로 본래는 ‘가문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며, 넓은 의미로는 귀족을 포함한 좋은 가문의 사람들을 지칭해서 쓰이나 본래의 지주가 그 중심을 이루었으나, 도시인이나 그 밖의 사람으로서 토지를 매입해서 지주가 된 사람도 포함하였다. 중세 말기에서 근세에 걸쳐 귀족이 쇠퇴하여 간 데 반해 이 계층만은 지방의 유력자로서 순탄하게 신장되어 절대주의시대에 이르러서는 치안판사 및 그 밖의 사회적 지위를 맡아서 활약하여 사회의 실권을 장악했다.1

 

젠트리 계층이 실권을 쥐어 잡으며 의회에 진출하게 되고 이들이 절대왕정을 타파해 청교도, 명예혁명을 일으키며 현재 영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시행 중인 입헌군주제가 성립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젠트리들은 토지를 매입하고 어떻게 실권을 장악하게 된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인클로저 운동’을 통해 모직물 사업을 독점해 부를 축적하고 이로 사회적 지위도 오르게 된 것이다.


이때 ‘인클로저 운동’이란 16세기 영국에서 모직물 공업의 발달로 양털 값이 폭등하자 지주들이 자신의 수입을 늘리기 위하여 농경지를 양을 방목하는 목장으로 만든 운동으로, 자본주의적인 경영 방법에 눈뜬 젠트리들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으나 다수의 영세농은 몰락하였다.자본가가 소농민의 토지를 흡수하여 대농장을 경영함으로써 농업의 자본주의 경영이 이루어지자 농민들은 토지를 이탈하여 도시의 임금 노동자로 흡수된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공업에 필요한 노동력이 값싸고 풍부하게 제공되었다.2


젠트리는 이 과정에서 장원체제를 붕괴하고 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들고 이로 입헌군주제, 내각 책임제로 새로운 사회를 꾀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의가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이 과정에서 어떤 그림자가 그을려졌을까. 바로 그곳에서 농사를 짓던 소작농이다. 앞서 인클로저 운동을 설명한 것처럼 이들은 이 운동으로 인해 몰락하게 되고 도시노동자로 전업했다. 과연 이 과정에서 그들(젠트리)이 이 운동으로 번 수입은 정당할까?
존 롤스의 절차적 정의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농장에서 양을 직접 키워 돈을 번 당시의 젠트리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노력으로 자본을 쌓고 힘을 기른 것은 정당하다. 그 당시에는 말이다. 직접 돈을 번 젠트리들은 당연히 그들의 노력으로 재산을 축적했으니 당연히 이 과정은 정의롭다. 하지만 이들을 이은 세습계층은 과연 정당할까? 모직물 공업의 유행도 끝나면 그들도 몰락할 거라는 상식은 안 통한다. 그 이유는 땅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소설가인 토마스 모어가 집필한 <유토피아>에서 인클로저 운동을 비판, 풍자하고 이상사회를 그리고 있다. 그가 묘사한 이상사회는 곡물, 가출을 넉넉히 산출해 잉여물을 공유하고 왕과 귀족도 서민들과 같은 옷을 입고 모두가 평등한 사회였다. 하지만 그는 사유재산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기 보단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놀고먹는 사람이 없는 걸 이상사회로 묘사했다. 당시 사회와 굉장히 대립된다. 이상사회는 말 그래도 이상, 상상일 뿐이다. 하지만 그의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바로 인클로저 운동으로 젠트리와 젠트리가 아닌 계층 간의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자신의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는 것이 정의롭다고 말할 것이다. 또한 이 말이 성립했다는 것은 아메리칸 드림을 품은 사람들을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세습계층은 과연 그들의 노력만큼 돈을 벌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 21세기 지금, 우리는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요즘 유행하는 말 중 “조금 일하고 많이 버세요”, “내 꿈은 돈 많은 백수나 건물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대입하면 앞서 말한 젠트리 세습계층이 부를 축적한 방식은 정당화된다. 또한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젠트리 세습계급과 우리나라의 부동산을 다량 소유하고 있는 계급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일해도 땅이 없으면 가난을 면치 못하는 이러한 논리는 진정한 자본주의의 개념이고 정의로운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지는 사회에서 탈피하고 자유를 갈망하기 위해 필요했던 자본이 되려 돈과 소유의 개념이 뒤섞이고 사회구조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의 의미가 무색한 현재의 사회를 만든 것이다.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란, 사회적 지위가 올라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이 가라앉은 가운데 우리는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말하고자 했던 ‘모두가 정의롭게 돈을 벌고 있는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1.인용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42393&cid=47323&categoryId=47323
2.인용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42381&cid=47323&categoryId=47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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