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재의 축구 칼럼] 승리 이끈 솔샤르의 '대응 전술'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에서 맨유가 4대0으로 레알 소시에다드를 잡으며 16강행에 청신호를 켰다. 맨유가 원정이었다는 점에서, 최소 5대0의 스코어를 거둬야 레알 소시에다드가 상위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셈이다.

 

​솔샤르의 맨유는 자신들의 강점을 살리고 대응 전술을 완벽히 준비하여 소시에다드를 잡아냈다. 빠른 역습과 압박을 무기 삼아 레알 소시에다드를 무너뜨렸고 빌드업 과정에서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이며 위기에 강한 남자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 이 날 경기 솔샤르가 어떻게 소시에다드를 잡아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맨유는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그린우드와 래시포드, 제임스와 같은 빠른 자원들을 기용하여 소시에다드의 뒷공간을 공략하려 했다. 후에 자세히 서술하겠지만 소시에다드는 점유를 중시하고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펼치기 때문에 당연히 수비 라인이 높다는 점, 그리고 센터백의 뎁스가 얇고 아리츠가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소시에다드는 4-3-3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경기 전 워밍업 중 아리츠의 부상으로 수벨디아가 대신 출장했으며 최근 폼이 좋은 오야르사발과 이삭이 라인업에 포함되었다.

 

 

맨유의 1선 압박- 맨마킹 시스템

 

 

맨유는 높은 지역에서 수비 시 4-2-3-1 대형으로 소시에다드를 수비해내려고 했다. 소시에다드가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에 대해 맨 마킹 수비를 펼치는 것이 가능했다. 상황에 따라 각자가 맡은 구역을 수비하기보단 수비수들은 자신의 마크맨을 따라가 강한 압박을 가했다.

 

​이러한 대인 마크 방식을 활용할 때의 문제점은 전방에서의 '-1'의 열세를 안게 된다는 것이다. 후방에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후방에서 '+1'의 수적 우위를 점해야 남은 한 명이 지역을 커버하고 보다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맨유는 필연적으로 전방에서의 '-1'의 열세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크게 5가지의 전술적 움직임을 통해 해결함과 동시에 승기를 잡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첫 번째로 앞선 2FW인 브루노(CAM)와 그린우드(ST)가 볼 주위 지역으로 강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자면 소시에다드가 이야라멘디(CDM)를 활용해 변형 백3를 형성했기 때문에 앞선 2명의 FW가 한 명의 피보테와 2CB를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압박했다. 이때 볼 주위 지역 반대편에 있는 측면 MF가 남은 한 명의 CB을 마크함으로써 수적 열세를 극복하려 했다.

 

​두 번째로는 메리노(LCM)와 실바(RCM)의 경기 영향력을 최소화시켰다. 앞선 2FW가 2CB과 한 명의 피보테를 유동적으로 압박했지만 메리노와 실바에게 종적인 패스를 연결하지 못하도록 패스 길목을 차단하는 것 또한 이들의 주요 임무 중 하나이다. 만약 소시아에드의 3CB이 앞선 2MF(실바와 메리노)에게 볼을 전달했어도 그들을 마크하고 있는 건 맥토미니(LCM)와 프레드(RCM)가 있었기에 소시에다드는 앞선으로 볼을 전진시키기 어려웠다.

 

​세 번째로는 프레싱 트랩에 걸리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두 명의 중앙 MF가 묶였기 때문에 소시에다드의 3CB의 패스 선택지는 측면으로 제한된다. 맨유는 이러한 상황을 의도했고 이때 양 측면 MF가 상대 풀백을 빠르게 압박하여 소유권을 다시 가져왔다.

 

​네 번째로는 윙어가 중앙 쪽으로 좁혀 중앙에서의 수적 열세를 부분적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4-4-2 포메이션이 4-3-3 포메이션을 수비할 때의 문제점은 중앙 MF 숫자가 한 명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윙어는 중앙 지역으로의 패스 길목을 1차적으로 차단하고 상대 CB이 측면으로 볼을 전개할 때 언제든지 자신의 마크맨인 상대 풀백에게 강한 압박을 가했다.

 

​마지막으로 볼 주위 지역 반대편에 있는 풀백이 안으로 좁혀 후방에서 '+1'의 수적 우위를 유지했다. 볼 주위 지역 근처에 있는 윙백은 상대 윙어가 볼을 받아주러 내려올 때 자신의 마크맨을 직접적으로 잡아내기 위해 높은 지역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후방에서 안정성 확보를 위해 상대 공격 숫자보다 1명이 더 배치되는 건 필수적이었다.

 

​특히 이러한 대인 수비 시스템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후방에서 안정적인 수비가 가능했던 것은 넓은 수비 범위를 가지고 있는 바이(RCB)의 기용으로 꽤 해소되었다. 매과이어(LCB)의 파트너로 자주 나섰던 린델로프는 1vs1 경합 상황에서 약점을 드러냈으나 대인 방어 능력이 뛰어난 바이(RCB)가 이러한 린델로프의 약점을 해소한 것이다. 또한, 주력이 빠른 이삭을 묶기 위해 빠른 주력을 갖고 있는 바이가 린델로프보단 무엇을 논해봐도 적합했다.

 

 

소시에다드의 공격 과정에서의 문제점

 

맨유는 하프라인 근처에서 수비 시 4-4-2 대형으로 전환했다. 브루노(CAM)가 그린우드(ST)와 함께 1선 수비 라인을 구축한 형태였다. 라인 간/선수 간 간격을 좁혔고 중앙 MF 지역에서 강한 압박을 통해 수비해내려 했다. 높은 위치에서 수비할 때와 같이 맨 마킹 형태의 수비를 하기보단 낮은 위치에선 지역 방어를 통해 막아내려 했다.

 

​전반 27분 득점 이후 맨유는 기존과 같이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가하기보단 보다 수비적으로 나서 점유율을 헌납하되, 자신들의 장기인 빠른 역습으로 소시에다드의 뒷공간을 공략하려 했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빌드업 시 3-2-5 대형을 형성했다. 양 윙백이 횡적으로 넓게 벌려 전진해있고 양 윙어가 안쪽으로 좁혀 2선과 3선 사이 공간에서 볼을 받아주려 했다. 2명의 중앙 MF는 공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했다.

 

​소시에다드의 공격 목적은 분명하다. 플레이메이커 성향의 실바와 좁은 공간에서 영향력을 보일 수 있는 야누자이, 오야르사발을 활용하기 위해서 반대편 윙백을 제외하고 선수들이 볼 주위 지역으로 밀집해 수적 우위를 형성하여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했다.

 

​특히, 우측에는 실바와 야누자이 두 명이 위치했기 때문에 공격의 무게 중심은 오른쪽으로 쏠리는 경우가 많았고 야누자이와 오야르사발이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맨유의 수비를 교란시키려고 했다.

 

 

소시에다드의 공격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간단했다. 공격이 한쪽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맨유 또한 수비 대형을 한쪽으로 이동시키고 왼쪽 윙백 몬레알(LB)을 측면 MF인 제임스(RM)가 밑선으로 쳐져 마킹하여 대형이 한쪽으로 이동했을 때 반대쪽에서 수비 불안이 노출되진 않았다.

 

​맨유가 수비 대형을 한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풀백은 중앙 지역에 대한 부담감을 갖지 않고 자신의 마크맨인 윙어를 철저하게 마크했고 볼 주위 지역에선 3 vs 3으로 수적으로 동등해졌다. 소시에다드는 측면에 위치한 3명 중 누군가 한 명이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해들어가는 움직임을 가져가거나, 중앙에 있는 이삭 혹은 오야르사발이 침투해가는 움직임을 가져갔을 때 맨유는 전자의 경우 맨마킹을 통해 손쉽게 수비해낼 수 있었고 후자의 경우 바이의 넓은 수비 범위와 빠른 주력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이들이 측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박스 안에 위치한 오야르사발과 이삭에게 볼을 투입하는 것과 개인 능력으로 돌파하는 것을 제외하곤 없었고 결국 볼 소유자의 템포가 죽어버리는 일이 발생하여 결국 맨유의 2선 MF 자원들이 쉽게 압박하여 역습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가능했다.

 

​소시에다드의 공격 실패는 결국 맨유의 역습으로 이어졌고 소시에다드는 2개의 실점을 허용하게 된다. 후반 57분 프레드의 패스를 받은 래시포드가 뒷공간으로 빠르게 쇄도하는 제임스와 브루노에게 연결하여 득점으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후반 64분, 헨더슨의 재빨리 프레드에게 볼을 전달해 빠른 공격을 시도했고 프레드의 뒷공간을 노리는 깔끔한 스루패스가 뒷공간으로 빠르게 쇄도하는 래시포드에게 연결돼 득점으로 이어졌다.

 

​소시에다드 감독은 교체 카드를 사용하여 무언가 변화를 주려 했지만 그 타이밍이 너무 늦었고 경기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다. 소시에다드가 0.38의 xG(기대득점)값을 기록했다는 것만 해도 바이와 매과이어의 수비가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소시에다드가 공격 과정에서 얼마나 무뎠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총평

 

솔샤르가 이날 경기 준비한 전술은 칭찬할 거리밖에 남지 않았다. 압박 방향 설정과 대인 수비, 소시아에드를 수비하는 방식은 소시에다드가 많은 소유권을 잃게 하고 맨유에게 많은 공격 기회를 가져다줬다. 그리고 수비 성공 이후 역습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빠른 템포를 유지하고 질 좋은 패스를 공급할 수 있는 브루노와 제임스, 그린우드, 래시포드와 같은 빠르고 소시에다드의 뒷공간을 위협할 수 있는 선수들의 투입은 맨유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200% 살려낸 경기였다.

 

빌드업 과정에서도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맥토미니를 전진시켜 브루노가 왼쪽, 맥토미니가 우측 하프 스페이스를 점유하고 4-3-3 시스템에서 프레드를 피보테에 기용했을 때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매과이어를 전진시켜 해소했다. 가끔 실수를 저지르지만 그 이외에는 넓은 수비 범위와 빠른 주력을 갖고 있는 바이가 있었기에 꽤 해소되었다.

 

그린우드의 존재도 중요했다. 우측 윙으로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고 있기 때문에 어느 곳으로도 움직일 수 있고 공격진과의 유기적인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다른 2선 자원들이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와 같이 상대가 라인을 높게 끌어올리는 것이 아닌 이상 제임스, 그린우드, 래시포드와 같이 공간과 빠른 역습이 가능할 때 빛을 발하는 선수들은 단단한 수비 블록을 형성하여 깊게 내려앉은 팀들을 상대할 때 지공 시에 침묵할 수밖에 없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볼 점유를 중시하고 높은 지역에서의 압박, 높은 수비 라인에 따른 리스크가 결국 팀을 4대0 대패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게임 플랜을 조정하고 4대0 대패에서 빠르게 빠져나올 필요가 있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