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재의 EPL night] 리버풀의 공격은 왜 실패했을까

리버풀의 슬럼프가 지속되고 있다. 리버풀이 14R에서 크리스탈 팰리스를 7:0으로 꺾을 때만 해도 여전히 리그 우승 후보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그 경기 이후 5경기에서 89슈팅을 하였고 단 1골만을 기록했으며 안필드 68경기 연속 무패가 깨진 것도 모자라, 리버풀은 99/00시즌 이후 처음으로 리그에서 4경기 연속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헨더슨, 반 다이크 조타,고메즈 등 주축 자원들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티아고와 로버트슨, 알리송이 분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파이널 써드 지역에서 제대로 된 전개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 날 경기 리버풀은 2.06의 기대 득점 값(xg)를 기록했음에도 한 골도 넣지 못했다.

후방에서의 빌드업이 문제가 아닌 파이널 써드 지역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수비가 불안해도 강한 공격력으로 커버해왔던 기존의 클롭의 리버풀을 생각해 봤을 때 분명 실망스러운 결과다.

 

 

번리의 수비 의도와 리버풀의 후방 빌드업

 

리버풀은 공격 시 3-4-1-2에 가까운 대형을 형성했다. 아놀드(RB) 혹은 티아고(CDM)가 백3를 형성하고, 6번 롤(주로 티아고)이 그 앞선에 배치된 형태였다. 양 중앙 MF는 번리의 2선과 3선 사이 지역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상황에 따라 밑선으로 내려와 볼을 받아주고 앞선으로 볼을 전진시키려고 했다.

번리는 수비 시 4-4-2 대형을 형성했다. 선수 간/라인 간에 있어 타이트한 간격을 형성하여 리버풀의 후방 자원들의 패스 옵션을 측면으로 강제시키려고 했다. 번리의 2FW는 상대 CB에 강한 압박을 가하지 않고 적절히 견제하되, 한 명의 FW가 6번 자리에 위치한 티아고(CDM)를 직접적으로 잡아내 리버풀이 1선과 2선 사이 지역으로 볼을 투입하지 못하게끔 압박했다.

번리의 수비 과정에선 양 측면 MF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 날 경기에서 번리의 *양 측면 MF는 직전 경기에서 리버풀과 경기를 치렀던 소튼과 맨유와는 반대로 상대 풀백에 대해서 강한 압박을 가하지 않고 오히려 라인을 유지하고 패스 길목을 막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이로 인해 리버풀은 소튼전, 맨유전과 같은 방식으로 측면 MF의 전진에 따라 발생하는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을 택하기보단, 측면 MF가 자신을 압박하지 않음에 따라 자신에게 생기는 공간을 활용하여 리버풀의 양 CB과 함께 압박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볼을 전진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따라서 리버풀이 이 날 경기 크게 2가지의 방식을 통해 볼을 앞선으로 전진시키려고 했는데, 첫 번째는 변형 백3를 형성해 양 CB이 드리블을 통해서 볼을 전진하는 방법이다. 당연하게도, 2FW가 리버풀의 3CB을 수비했기 때문에 리버풀은 후방에서 수적 우위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했고 이에 따라 양 CB이 볼을 앞선으로 전진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만약, 아놀드(RB)가 백3를 형성할 때에는 아놀드가 비운 우측면으로 샤키리가 이동하여 우측면으로의 패스 옵션을 확보했다.

풀백은 양 높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파비뉴 혹은 티아고가 좌우 측면으로 롱패스를 연결하여 MF 라인을 거치지 않고 1선에 위치한 공격진에게 볼을 배급하는 것이 가능했다.

두 번째로는 번리의 MF 라인 뒤로 양 중앙 MF가 움직이거나, 3FW가 내려오면서 하프 스페이스 지역에서 볼을 받고 전진시키는 방식이다. 번리는 3CB에 대해 그리 강한 압박을 가하진 않았으나, 티아고(CDM) 또는 양 중앙 MF를 견제하기 위해 번리의 두 중앙 MF가 자신의 위치에서 벗어나 압박할 때, 자연스레 측면 MF와 중앙 MF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게 되면서 번리의 2선과 3선 사이로 볼을 투입할 수 있었다.

*리버풀이 상당히 낮은 위치에서 빌드업을 전개할 때는 측면 MF와 풀백의 움직임을 통해 리버풀을 강하게 압박했지만, Mid third(경기장을 3등분 했을 때 하프라인 지역)에서는 강한 압박을 가하지 않았다.

리버풀의 공격 과정에서 문제점

 

 

리버풀이 Final Third(경기장을 삼등분했을 때 상대의 수비 지역) 지역까지 위와 같은 방식을 통해 볼을 전진시키는 데 성공했다면 리버풀은 공격 숫자를 늘려 공격을 전개하는 것이 가능했다. 번리의 역습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는 점에서, 뒷공간에 대한 부담이 적어짐에 따라 많은 공격 숫자를 투입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많은 공격 숫자를 확보한 리버풀의 공격 과정에서 핵심은 '양 사이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냐'이었다. 번리는 수비 시 볼 주위 지역으로 압박하고 수비 간격을 좁게 형성하기 때문에 수비 대형이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고 양 사이드를 커버하는 풀백의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점에서, 맨시티처럼 양 사이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한쪽을 과부하 시켜 헐거워진 반대편에 1대1 돌파에 능한 선수를 배치시켜 상대 풀백과 1vs1 상황을 만드는 전술)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번리는 수비 시 볼 주위 지역으로 압박하기 위해 대형을 한쪽으로 이동시키기 때문에 반대쪽 측면에 공간이 발생했고, 반대쪽 윙백이 높은 위치까지 전진했다면 긴 롱패스를 전달하는 전환 패스를 시도하여 반대쪽 윙백이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션 작전을 사용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는 리버풀이 자주 보여주었던 패턴이고, 가장 자신 있는 패턴이었다.

 

리버풀의 의도대로 진행되었다면 이러한 방향 전환 패스를 시도했을 때 얻을 수 있던 이점은 크게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번리의 수비 간격을 벌려 하프 스페이스에 공간이 생기게 되고, 이 공간으로 FW 혹은 양 중앙 MF가 침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번리의 양 측면 MF가 사이드 지역을 커버하기 위해 측면으로 내려가게 되고 이러한 탓에 중앙에는 2명의 수비 숫자밖에 남지 않게 되어 번리가 6-3-1 혹은 6-2-2에 가까운 수비 대형을 형성하게 되어 중앙에서의 수적 우위 확보로 기존보다 많은 공격 옵션을 챙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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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번리는 양 사이드 지역을 커버하기 위해 많은 숫자를 투자하지 않았고 상황에 따라 풀백 혹은 윙어 한 명을 아놀드(RB)를 압박하는 방식을 택했고 양 윙어와 양 중앙 MF의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잡아냈다.

번리가 이러한 방식을 택할 수 있었던 건 크게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론 양 측면에 위치한 아놀드(RB)의 크로스가 심각할 정도로 부정확했다. 이 날 경기 아놀드의 크로스 정확도는 4.5%로, 22개 중의 1개를 성공했다. 아놀드의 부정확한 크로스는 번리가 아놀드(RB)를 견제하기 위해서 센터백과 풀백의 간격이 벌리지 않아도 큰 리스크가 없었다.

두 번째론 공격진의 결정력이 처참했다. 마네를 제외하고, 아놀드(RB)를 MF 라인으로 끌어올리고 살라 혹은 샤키리가 저 위치에서 1대1 찬스를 만들었을 때도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고 피르미누, 미나미노, 오리기 등 중요한 찬스를 날려먹은 선수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세 번째로는 양 중앙 MF의 움직임이 좋지 못했다. 바이날둠은 맨유전처럼 뒷공간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충분히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가져가 번리의 수비 라인을 뒤로 밀어냈어야만 했다. 샤키리 또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왼발을 고집한다는 점에서 1대1 찬스에서 왼쪽으로만 움직여 피터르스 혹은 맥닐이 수비하기 편한 환경을 제공했다.

닉 포프의 뛰어난 세이브와 더불어 벤 미의 지능적이고 뛰어난 수비 등 번리의 수비를 칭찬하는 것이 맞는 대목이지만, 그러기에는 리버풀의 공격 전개 전술이 대부분 읽혔고 파훼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탓에, 양 풀백은 크로스만을 택할 수 밖에 없었고 장신인 선수들이 많고 공중볼에 강점이 있는 번리에게는 아주 간단한 문제에 불과했다.

결론

 

리버풀은 맨유전, 이번 번리전도 마찬가지로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며 Final Third까지 볼을 전진시킬 때 3CB이 직접 볼을 몰고 올라가는 옵션을 택하거나 양 중앙 MF와 3FW가 빠르게 번리의 2선과 3선 사이에서 볼을 받아내고 전진시키는 데 있어 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Final third 지역에서 킥 능력이 장점인 아놀드의 폼 저하와 로버트슨의 체력 저하로 양 측면에서 위협적인 크로스를 박스 안으로 전달시킬 수 없어 번리의 수비 간격을 벌릴 수 없었다는 점, 2.06이라는 높은 기대 득점 수치를 기록했음에도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던 공격진의 문제, 그리고 양 중앙 MF가 위협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수 없었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국 높은 점유율을 가져갔음에도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번리가 이 날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론 상대 풀백을 윙어가 적절한 타이밍에 압박하되, 수비 간격을 좁게 유지하여중앙에 숫자가 부족해져 리버풀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론 리버풀의 빌드업을 측면으로 강제시키고 박스 안에 최대한 많은 수비 숫자를 배치시켰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선수 간/라인 간 좁은 간격 유지에 성공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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