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한 박싱데이 일정 속에서 치러진 카라바오컵 8강에서 웃은 자는 맨유였다. 카라바오컵은 영국 국내 대회 중 가장 중요도가 낮은 대회지만, 트로피를 필요로 했기에 안첼로티를 선임했던 에버튼은 주전 라인업을 가동했고 경질설이 자주 떠도는 솔샤르는 트로피를 들어 올림으로써 자신의 자리를 지킬 필요가 있었지만, 리그컵보다는 유럽 대항전 티켓을 따내는 것이 더 중요하여 주전 선수들을 대부분 제외하며 로테이션을 돌렸다.

 

에버튼은 단순하게 하메스와 알랑의 부재가 특히 뼈아팠다. 빌드업 상황에서의 불안정함과 수비 상황에서의 아쉬움, 그리고 빡빡한 박싱데이 일정 속에서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을 쉬게 하며 로테이션을 돌린 맨유와 선발 라인업 대부분이 주전이었던 에버튼의 체력적인 차이는 분명했다.

 

​맨유는 프레드, 맥토미니에 비해 확실히 부족한 포그바와 마티치의 느린 기동력으로 인해 수비 시 불안하다는 약점과 빌드업 시 마티치를 내려 백3를 형성하여 흔히 말하는 라볼피아나 대형을 형성할 때, 에버튼의 수비 대형을 어떻게 뚫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방안을 제시한 경기였다. 반더비크와 브루노의 움직임은 에버튼을 갈라놓았고 트로피를 원하는 에버튼의 희망을 깨부쉈다.

 

라인업

 

 

이 날 경기 맨유는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브루노와 매과이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을 휴식시키며 앞으로 있을 빡빡한 박싱데이 일정에 대비했다. 주목할 점은 포메이션 상으로 반더비크를 왼쪽 윙 자리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에버튼은 4-2-3-1 대형을 들고 나왔다. 레프트백은 여전히 디뉴의 부재로 고드프리가 이 자리를 채우고 있고 주전 라이트백인 콜먼의 복귀로 이워비가 더 이상 라이트백이 아닌 라이트윙 자리에서 돌아가게 되었다.

 

맨유 ; 마티치를 활용하기 위해선 라볼피아나 대형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이 날 경기 키포인트는 '마티치를 활용한 라볼피아나 대형에서, 어떻게 빌드업을 전개해나갈 것인가?'이다.

 

그러한 이유는 맨유가 마티치를 내려 라볼피아나 대형을 형성했을 때 상대가 4-4-2 대형으로 2FW와 2MF가 박스를 형성하여 포그바를 고립시켜 강하게 압박함으로써 맨유가 앞선으로 볼을 전진시키지 못하도록 했고 양 CB에겐 사이드로 빌드업을 강제시켜 U자 형태로 볼이 돌도록 유도하는 방식은 맨유에게 자주 통했고, 지난 시즌부터 지적되어왔던 문제점이다.

 

 

                                                         맨유의 빌드업 대형과 에버튼의 수비 대형
 

에버튼은 이러한 문제점을 의식했기 때문에 시구르드손이 올라가 칼버트-르윈과 함께 1선 라인을 구축해 하프라인 근처에서 수비 시 4-4-2 대형을 형성하였으며 컴팩트한 간격을 형성하여 포그바의 고립을 유도하려 했다. 시구르드손은 기본적으로 포그바를 마킹했지만 칼버트-르윈과 함께 상황에 따라 맨유의 3CB을 압박했다. 만약, 포그바에게 볼이 연결되었을 경우에는 좌우 중앙 미드필더의 속도를 활용하여 강하게 압박함으로써 포그바에게서 볼을 탈취해 내려 했다.

 

기본적으로 좌우 중앙 미드필더는 라인 간의 좁은 간격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하였으나,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압박함으로써 맨유의 빌드업 과정을 방해하려 한 것이다.

 

맨유는 3CB의 패스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그린우드나 반더비크, 카바니가 아래로 내려와 볼을 받아주는 움직임을 가져감으로써 수비 라인을 전진시키려고 했으나 고드프리(LB)나 콜먼(RB)이 이들을 잡아내기 위해 빠르게 압박했고 이에 따라 맨유가 볼을 앞선으로 쉽게 전진할 수 없었다.

맨유의 대응 방식 

 

맨유는 크게 3가지 방식으로 에버튼의 수비 대형을 뚫어내려 했다. 첫 번째로는 좌우 CB의 전진 드리블을 활용하는 것이다. 에버튼은 우선 맨유의 3CB에 대해 강한 압박을 가하지 않았을뿐더러, 맨유가 라볼피아나 대형을 형성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3vs2 수적 우위를 형성함에 따라 한 명의 선수가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바이의 전진 드리블을 활용한 다음과 같은데, 칼버트-르윈이 매과이어를 압박함에 따라 바이가 자유로워지게 될 경우, 바이가 적극적인 드리블을 통해 볼을 전개하려 했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인 히샬리송은 바이를 압박하게 되면 튀앙제브에게 볼을 연결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사이드가 열려 바이를 쉽게 압박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드리블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바이는 드리블을 통해 앞선으로 전진하여 포그바에게 볼을 전개하지 않고도 앞선으로 볼을 배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과정에서 만약 두쿠레와 고메스가 만약 브루노와 그린우드를 잡아내기 위해 강하게 압박했을 때, 뺏어내지 못한다면 에버튼의 2선과 3선 사이에 위치해있는 카바니와 반더비크에게 볼을 투입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4명의 공격진의 에버튼의 백4와 1vs 1로 맞붙게 된다.

 

따라서 브루노를 잡아내기 위해선 자신의 자리를 지켜 수비 간격을 유지해야 하는 두쿠레와 고메스를 제외하고 고드프리(LB)가 전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찾아오게 되면서 자연스레 에버튼의 왼쪽 측면 공간이 열리게 되었고 이 공간으로 그린우드가 침투함에 따라 찬스를 만들어냈다.

 

두 번째로는 브루노와 반더비크, 그린우드의 움직임을 통해 빌드업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전문 윙어가 아니었기 중앙과 양 하프 스페이스에서 주로 움직이고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빌드업을 풀어나가려고 했다.

 

우선, 이들이 이 날 경기에서 크게 2가지 임무를 수행했는데 첫 번째로 포그바의 고립을 막기 위해 에버튼의 1선과 2선으로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것과 두 번째로는 양 하프 스페이스 또는 중앙에서 볼을 키핑하고 사이드로의 전환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임무를 수행했던 장면을 보여주는 장면은 다음과 같다. 이 장면은 위에서 말했던 그린우드, 반더비크,브루노가 위에서 언급했던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하는 상황이다. 우선, 브루노는 측면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고메스가 자신을 잡아내게끔 유도하여 고메스와 두쿠레와의 간격을 넓히게 하고 이에 따라 중앙으로 움직였던 그린우드가 자유로워지게 되었다. 만약 자신을 잡아내지 않을 경우에는 매과이어 또는 포그바가 자신에게 패스를 연결할 수 있도록 패스 옵션이 되어주었다.

 

이 과정에서 반더비크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콜먼(RB)과 두쿠레가 자신의 포지션에서 벗어나 자신을 잡아내게끔 움직였고 이에 따라 터치라인에 가깝게 위치했던 텔레스에게 넓은 공간이 생기면서 크로스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만약에, 그린우드를 압박하기 위해 에버튼의 CB이 자신의 위치를 벗어나 볼을 탈취해낸다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도 마찬가지로 에버튼의 2선과 3선 사이로 볼이 투입되었다면 자연스레 4vs4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특히, 맨유가 뒷공간을 활용하는 데에 있어 능한 팀이라는 걸 생각하면 에버튼의 백4가 이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도박에 가까운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맨유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에버튼의 수비 대형을 뚫어내고, 마티치를 활용한 라볼피아나 대형을 활용했을 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성공했지만, 에버튼이 수비 과정에서 드러났던 문제점 또한 존재한다.

 

에버튼의 수비 문제

 

첫 번째로 1선 수비 대형을 구축한 시구르드손과 칼버트-르윈은 맨유의 3CB에 대해 제대로 압박을 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포그바를 수비 범위에 두고 있는 시구르드손을 포함한다고 해도, 3vs2로 수적 우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1vs1 마크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압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3CB이 자유롭게 드리블을 치고 종/횡적인 패스를 전개하는 데에 있어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예시로, 후방에서 강한 압박이 들어왔을 때 불안함을 겪은 마티치가 쉽게 볼을 전진시킬 수 있었다는 건 이 선수의 개인 기량이 뛰어났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만큼 칼버트-르윈이 1선 수비에 있어 끼친 영향력인 적었다라는 걸 뜻한다.

 

두 번째로는 중앙 미드필더의 대인 마크로 인한 간격 유지 실패, 중앙 미드필더의 압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더비크, 브루노, 그린우드가 중앙으로 좁히는 움직임을 가져갔을 때, 수적 우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빠른 압박을 통해 볼을 뺏어내거나 윙어가 좁은 수비 간격을 유지하면서 윙어와 중앙 미드필더의 간격을 좁혀 중앙 미드필더의 대인 마크로 인해 벌어진 간격을 메꿔야 대인마크와 중앙 미드필더의 빠른 압박을 활용하면서 맨유의 빌드업을 억제할 수 있었다.

 

중앙 미드필더의 대인 마크로 윙어와 간격이 벌어지자 이 공간에서 브루노와 반더비크, 그린우드는 볼을 받기 편해졌고 중앙 미드필더의 강한 압박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2선과 3선의 간격이 벌어져 맨유가 그 공간으로 볼을 투입하는 것이 손쉬워졌고 좋은 기회들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바이가 이 날 경기 드리블을 2회 시도하여 2회 모두 성공했다는 점에서 에버튼의 수비 대형에 균열을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결론

 

이번 경기는 꽤나 실험적이지만 의미 있는 경기라고 볼 수 있다. 반더비크와 그린우드가 포메이션 상으론 윙어로 나왔으나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메짤라처럼 움직이며 마티치가 백3를 형성하여 라볼피아나 대형을 형성할 때, 포그바의 고립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선 꽤나 긍정적이다.

 

또한, 반더비크가 공격 시 양 하프 스페이스에서 안정적으로 볼을 키핑할 수 있다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마샬과 래쉬포드에게 느꼈던 아쉬운 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반더비크의 투입이 수비에 끼친 영향도 있었다. 박스 투 박스 형 미드필더답게, 반더비크는 활동량이 꽤나 많은 선수이다. 포메이션 상으론 왼쪽 윙어였기 때문에 왼쪽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마티치의 느린 속도를 커버해주며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라이프치히전과 같이 마티치로 인해 속이 썩을 만한 이유는 적었다는 점이다.

 

물론, 반더비크의 영향도 있겠으나 단순히 에버튼의 역습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고 칼버트-르윈 또한 그리 빠르지 않은 자원이기 때문에, 뒷공간에 대한 부담이 적어 맨유가 라인을 전진하는 데 있어 좀 더 쉬웠던 것은 분명하다.

 

이번 경기는 꽤나 실험적이지만 의미 있는 경기라고 볼 수 있다. 반더비크와 그린우드가 포메이션상으론 윙어로 나왔으나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메짤라처럼 움직이며 마티치가 백3를 형성하여 라볼피아나 대형을 형성할 때, 포그바의 고립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선 꽤나 긍정적이다.

 

또한, 반더비크가 공격 시 양 하프 스페이스에서 안정적으로 볼을 키핑할 수 있다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마샬과 래쉬포드에게 느꼈던 아쉬운 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반더비크의 투입이 수비에 끼친 영향도 있었다. 박스 투 박스 형 미드필더답게, 반더비크는 활동량이 꽤나 많은 선수이다. 포메이션 상으론 왼쪽 윙어였기 때문에 왼쪽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마티치의 느린 속도를 커버해주며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라이프치히전과 같이 마티치로 인해 속이 썩을 만한 이유는 적었다는 점이다.

 

물론, 반더비크의 영향도 있겠으나 단순히 에버튼의 역습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고 칼버트-르윈 또한 그리 빠르지 않은 자원이기 때문에, 뒷공간에 대한 부담이 적어 맨유가 라인을 전진하는 데 있어 좀 더 쉬웠던 것은 분명하다.

 

에버튼은 이 날 경기 알랑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꼈을 경기다. 알랑은 특히 빌드업 과정에서 크나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는데, 앞선으로 볼을 배급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맨유의 압박에 고전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이날 경기 시구르드손 대신 알랑이 출전하여 수비 시 4-1-4-1 대형을 형성했다면, 칼버트-르윈이 포그바를 마크하고 알랑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두쿠레와 고메스가 강한 압박을 하는 데에 있어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공격 전개와 수비 시 움직임 등 여러 가지로 변화가 필요한 에버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