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연의 교육 칼럼] 인공지능이 시험지를 채점한다면

입시에의 인공지능 도입이 가지는 의미

코로나19의 여파로 전 세계의 입시에 변화가 일어났다. 대한민국의 경우 서울대학교는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의 수능 최저 등급을 3개 영역 각 2등급 이내에서 각 3등급 이내로 완화하였고1, 연세대학교의 경우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비교과 활동을 최소한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2 코로나로 인해 등교 수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점을 감안한 것이다. 

 

해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격주 등교제 등의 방안으로 등교를 어느 정도 실현했지만, 인도와 미국 등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국가는 현실적으로 등교가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한민국과 일본 등 몇 개의 국가를 제외한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는 9월 학기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입시가 5월 즈음에 마무리된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4월 전후로 급증했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입시의 마무리에 큰 차질이 생겼다. 미국 수능인 SAT와 미국 정규 교육과정 AP(Advanced Placement)의 시험 응시가 불가능해진 것이 그 예이다. 이에 결국 SAT는 여러 지역에서 응시 자체가 취소되었고, AP는 시험지 링크를 수험생에게 전송해 자택에서 시험을 치루도록 하는 방법을 택했다. 대리시험의 가능성 등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학생의 걱정이 가장 많았던 부분은 바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이다. 바로 인공지능이 채점을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입시에의 인공지능 도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IB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국어, 수학, 과학, 사회, 제2외국어, 예술(혹은 탐구 과목 한 가지 더)의 여섯 가지 영역에서 학생이 각각 선택한 과목 총 여섯 가지와 TOK(Theory of Knowledge)라는 "앎"에 대한 철학적 과목으로 구성된 IB 커리큘럼은 매년 5월 최종 시험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이 시험은 한 과목에 대해서도 paper 1 과 paper 2로 나뉘는 등 그 분량이 매우 방대해서 모든 과목의 시험이 몇 주간 빠짐없이 편제된다. 물론 객관식 영역도 있지만 서술형 영역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논술형 성격이 강한 시험이다. 학생은 이 시험을 치루기 전 그간 보여준 것을 바탕으로 교사로부터 'predict'이라는 일종의 예측 점수를 받게 되고, 대학에서는 이 predict을 반영하는 곳도 있고 최종 실제 성적인 final 점수를 반영하는 곳도 있다. 따라서 5월에는 IB final test가 시행되지 못해서 학생이 final 점수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결국 인공지능이 채점을 하게 된 것이다. 시험을 애초에 치루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채점했다는 것일까?

 

정확히 말하자면, 인공지능이 채점을 한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학생의 IB final 점수를 부여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것 역시 일종의 예측에 불과하다. 정확한 점수 예측 방법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그간 교사의 predict 점수와 final 점수의 정확도, 학생이 속한 학교의 평균 점수, 학생 개인의 predict 점수 등을 종합하여 점수가 부여되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학생의 입장에서 치루지도 않은 시험의 점수를 부여받는 것은 여간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본인이 아무 문제 없이 시험을 치뤘다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 거주 학생이 모인 카페 등에서는 인공지능의 채점 방식 때문에 억울하다는 내용을 쉽게 볼 수 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이공계 과목에 약한 특정 국가의 학생들에게 의도적으로 낮은 수과학 점수를 부여했다는 루머가 생기기도 했다. 학생들이 이 인공지능의 점수 부여 방식이 얼마나 부당하다고 느끼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예측 불가능해진 입시에 따라 학생은 더욱 철저하게 대비할 수밖에 없다. 현재 말레이시아의 국제학교에 재학 중이고 2021 해외 입시를 치룰 예정인 필자의 지인 배모 양(18)은 "이러한 점수 부여 방식은 불공정하다"라며, "차라리 final 점수를 주지 않았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지 모르니 SAT Subject Test(학생이 개인의 진로와 연관된 전문성을 드러내기 위해 추가적으로 보는 과목별 시험)을 더 응시하는 등 추가 스펙을 쌓아서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결국 학생의 부담만 또 늘어나게 된 것이다. 

 

입시에 인공지능을 도입한 것은 분명 기술의 발전을 보여 주는 좋은 근거이다. 동시에, 코로나19 등 사회의 변화에 따른 앞으로의 입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바로 점수 산출 방식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한,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인해 생산되는 인종 및 지역 차별의 문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윤리성도 갖추어 더욱 혁신적이고 공정한 입시가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 참고자료: 이데일리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548566625831896&mediaCodeNo=257&OutLnkChk=Y

2. 참고자료: 조선비즈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9/2020060903858.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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