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빈의 교육 칼럼] 타의 모범이 되었으므로 상을 수여합니다

선행상과 착한 아이 콤플렉스

 

제목의 문장을 분명 어디에선가 들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매년 학기 말이 되면 한 해 동안 우수하고 모범적인 태도를 보인 학생에게 ‘모범상’, ‘선행상’과 같은 인성과 품행에 관련된 상을 표창한다. 연말의 추운 날씨를 이겨내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관행이다. 이 모범상의 순기능이라 함은 당연히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 개인은 학교생활 속에서 선행을 실천하며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존을 체득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친구들과 교사 등의 인정을 통해 상까지 받을 수 있으니 이는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필자는 모범상 그 자체가 아닌, 그것의 수상 조건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다. 우선 ‘선행상’, ‘모범상’이라는 단어를 뜯어 보자. 한 눈으로 보아도 선행상은 선행하는 학생에게, 모범상은 모범을 보이는 학생에게 주어질 것이다. 다음은, 우리가 평소 상을 받기 위해서 대회에 참가할 때를 떠올려 보자. 참가자들에게는 상이라는 분명한 목표물이 있기 때문에, 대회의 취지와 주제에 맞는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 대회에 제출할 것이다. 이는 대부분 우리가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만들어 내지 않았을 것들이 많고, 오직 대회와 입상이라는 특수한 목적이 우리가 대회를 준비하도록 만든다.

 

자, 이제 두 가지 사실을 결합해 보자. 우리가 ‘선행상’을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두말할 것도 없이, 선한 행동과 단정한 품행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다르게 표현한다면, 선한 행위를 하는 자신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할 수 있겠다. 평소라면 구태여 만들지 않았을, ‘대회 출품용 착한 자아’를 만들어 내야 한다. 물론 이렇게라도 신경을 써서 선행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행위의 결과만 놓고 바라보자면, 선행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긍정적이다. 하지만, 절차를 놓고 생각해 보면 이 대회가 가지고자 하는 목적에서 아주 벗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한 사람이 되는 행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다 보면 진실한 자아와의 간극이 생겨 오히려 마음의 병을 얻게 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부작용 중 학생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바로 ‘착한 아이 콤플렉스’이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란, 타인에게 착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자신의 욕구나 본성을 억압하면서 지나치게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1 이 증후군은 단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는데,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겪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싫어하는 티를 쉽게 내지 못하며, 타인의 일을 먼저 해결해 주기 위해 자기 일을 미루기도 한다고 한다.

 

필자는 이 증후군이 우리나라의 교육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다고 생각한다. 배려는 교육에서 학생들에게 특히 강조하는 덕목이고, 특히나 성품을 중시하는 유교 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학생들이 타인에 대한 거절이나 자신에 대해 집중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표적인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의 행동과 평판은 곧 학생의 미래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학생에게 배려란 압박을 주는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 책임감과 배려심, 사회성. 모두 도덕적인 사람이 되려면 필요한 덕목들이자 결여 돼서는 안되는 것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타인에 대한 지나친 배려와 착한 사람이 되려는 강박은 자신에게 아물지 않을 상처를 남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흔히들 ‘영광의 흉터’라는 말을 사용한다. 단순한 학생 개인의 선행 여부만을 가지고 평가를 행하는 상들은 학생들에게 영광의 흉터 그 이상의 의미는 가지지 못한다. 과연 이것이 학교가 얻고자 한 결과였을까? 영광의 흉터는 영광이기 이전에 상처이다.

 

1(인용): 네이버 지식백과 '착한 아이 증후군' 항목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390587&cid=58345&categoryId=58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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