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빈의 교육 칼럼] 말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국어교육의 필요성

 

말만 잘하면 되지, 읽을 수만 있으면 되지, 요즘 같은 시대에 문맹인이 얼마나 생긴다고. 누군가 국어 교육의 필요성에 대하여 주장하면 매섭게 돌아오는 대답들이다. 물론, 틀린 의견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수준 있는 국어 교육을 받지 않아도 기본적인 생활에는 크게 지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본디 언어는 생존을 위해 만들어졌고, 생존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대부분 말하는 법과 생활 언어를 습득해 문제없이 살아나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라는 것이 걸림돌이 된다. 우리는 현재 21세기, 무궁한 창의성과 가능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마치 선사시대 사람들처럼 언어를 기초적인 생존의 도구로만 사용한다면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도 딱 그 시대에 멈추어 버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성숙한 언어습관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은 사람은 수준 높은 내용을 이해하기에 큰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본인이 습득한 것을 표현하는 것에도 큰 한계를 지닌다. 이는 명백하게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며, 새 시대에서의 스스로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일이다. 필자는 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조금 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면에서 탐구해 보고자 한다. 우리 민족의 얼과 정신, 나라에 대한 자긍심과 주체성. 많은 교육자와 학자들은 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해 왔다. 물론, 앞서 말한 모두가 중요함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하나 확실히 해야 할 것은, 만약 누군가가 국어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묻을 때 앞에 있는 것들을 운운한다면 분명 대부분이 듣고 흘리거나 속으로 코웃음을 치는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이다. 거창하지만 명백하지 않은 언어들보다는 단순하고 실질적인 언어를 선호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더욱 확실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국어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에 맞추어서 필요를 밝혀내자면, 우선, 사람들은 학교에서 다루는 국어 교육이 우리가 실생활에서 이미 체득해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하여 쓸모가 없다고 느낀다. 이런 모습은 특히나 문법, 그중에서도 높임 표현이나 시제 표현을 학습할 때에 많이 보이는데, 대부분 실생활에서 흔히 쓰기 때문에 굳이 책으로 공부하고 암기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형화되지 않은 지식은 오류를 범하기가 매우 쉽다. 우리가 학교에서 맞춤법을 구태여 배우지 않아도 완벽하게 올바른 문장을 구사해 낼 수 있었다면, 언어생활에서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잘못된 맞춤법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현재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사람들이 국어라는 과목에 있어서 전문성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문과 vs 이과’와 같은 소위 말하는 ‘밈’(meme)(특정 메시지를 전하는 그림, 사진, 또는 짧은 영상으로 재미를 주는 것1)에서의 문과의 이미지는 주로 한자어나 사자성어, 전문 용어를 나열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바꾸어 말하자면 ‘어려운 말’을 사용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이러한 어려운 말이나 단어들은 국어를 전공하거나 전문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만 사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국어를 전공하는 사람들만 대화하고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언어는 우리 모두가 평생동안 사용해야 한다. 그러한 한없이 긴 언어생활 속에서 자신의 격과 자존감을 높이고, 생각을 주장하고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는 등 모든 과정은 방대한 어휘력이 있다면 더욱 질이 좋아질 수 있다. 늘 기존에 쓰던 어휘 또는 표현만 반복해서 사용한다면 어휘력은 절대 발전될 수 없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학습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학교에서의 국어교육은 이렇게 유용한 어휘력을 체화시켜주는 기능을 가지기도 하므로 불가피하다.

 

언젠가 한 번쯤 국어 교육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들었을 때, 혹은 그저 국어를 공부하기가 너무나도 싫을 때, 이렇게 생각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 지금 나는 공부를 하는 동시에 앞으로 평생동안 열고 나가야 할 모든 문을 조금 더 쉽고 수준 있게 열 수 있는 일종의 열쇠를 얻는 것이라고 말이다. 본인이 원시인 정도의 언어 이용 수준을 통해서 그저 힘으로 문을 부수고 나가도 좋다면, 국어 교육은 정말로 쓸모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 아닌가. 우리는 힘보다는 지성으로 문을 열고 당당히 걸어 나가야 하는 21세기 인간들이다.

 

1 인용 출처: (네이버 사전 'meme' 항목)https://en.dict.naver.com/#/entry/enko/43c0d3dab23142fda6cac6898e2f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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