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현의 독서 칼럼] 실습이 아니라 착취였습니다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의 학생이고, 그래서 특성화고 학생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특성화고의 현장 실습생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고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요지의 뉴스를 본 적이 있었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관련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은유 작가의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읽고 나는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에서 학생 인권 문제를 바라보게 되었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에서, 저자는 CJ제일제당으로 현장실습을 갔다가 상사의 폭력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동준 학생, 생수를 제조하다 기계에 가슴이 끼어 사망한 이민호 학생의 유족을 심층적으로 인터뷰하며 특성화고 학생 노동 착취의 문제점을 고발한다. 사회 시간에 청소년 노동권에 대해 많이 배웠으면서도 실제로 큰 관심 없이 남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정해진 근무시간을 벗어나는 초과 근무, 직장 내 폭력, 보수 설비 부족 등 노동 관련 법률에서 규정한 부분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일부 영세 업체들의 실체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분명히 관련 법은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법만 만들어두면 되는 게 아니라 위법 행위에 대한 적극적 항의와 예방이 이루어질 떄, 비로소 모든 청소년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지 않을까? 

 

 

"사회적으로 워낙 고졸이면 모자란 것처럼 나오니까 ‘고등학교 졸업하면 어쩔 수 없나’ 그런 체념이 깔려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고등학교 졸업하면 위험한 일을 하게 되고 사고당하고 그럴 수 있지. 어쩔 수 없어. 억울한 마음은 들지만 자기는 안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도 세뇌가 되고…. 반항하는 것도 사회적 지위나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인용: 은유,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돌베개, 212p)

 

또한 이 책은 부당한 착취를 당한 '노동자'로서의 학생들만큼이나, 대한민국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소년으로서의 특성화고 학생들도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일터에서 당하는 착취가 아니더라도 특성화고 졸업 청소년을 힘들게 하는 사회적 인식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저자가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공부를 못하거나 전망이 없어서 특성화고에 갔다는 인식이 싫다"라는 답변이 나왔는데, 혹시 나도 은연중에 그런 식으로 생각해 온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인문계와 실업계는 그저 서로 다른 길을 택했을 뿐인데도, 보통 '학생'이라고 하면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만을 떠올리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최저임금만 받고 힘든 일을 해내면서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기도 하는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의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더 직시할 수 있었다. 피해 학생들의 삶과 가족 등,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사람 자체를 비추는 과정에서 특성화고 학생들이 받는 부당한 대우와 인식 개선의 필요성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꽤나 생소했던 사회 문제를 여태까지 본 적 없던 관점으로 바라보게 해 주는 책이 될 것 같다. 나처럼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은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그다지 관심이 없더라도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사건들을 알고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기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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