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서의 사회 칼럼] 인포데믹(Infodemic), 또 다른 전염병의 시대

 

2020년 현재, 전 세계가 전염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확실한 치료법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확진자 수는 늘고 줄기를 반복하며 사람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를 위협하는 질병이 하나 더 등장했다. 육체적인 고통을 주지도 않고, 우리 일상에 큰 변화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지만, 현대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전염병, 바로 ‘인포데믹’이다.

 

#‘인포데믹’이란 무엇인가?

인포데믹은 ‘정보’라는 뜻의 ‘information’과 ‘전염병’이라는 뜻의 ‘epidemic’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를 통해 마치 전염병과 같이 빠르게 퍼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2003년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인포데믹’이라는 이름하에 이 현상을 정의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지만, 스페인 독감을 비롯한 과거의 전염병, 재난 상황에서도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었다.1 현대 사회에서 ‘정보’가 가지는 힘이 더욱 커졌고, ‘인포데믹’의 심각성이 드러나게 되었다.

 

#코로나 19와 ‘인포데믹’

잘못된 정보의 확산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는 일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이것이 특히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은 전염병 등의 재난 상황이다. 터무니없어 보이기도 하는 거짓 정보들도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의 공포심과 결합하면 사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 전염병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한 번의 잘못된 신뢰와 그로 말미암은 잘못된 대처가 사람들의 생명을 한순간에 앗아가기도 하기에, 재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포데믹’이 중요한 이슈가 되는 것이다.

 

2020년 초유의 전염병 사태에서, 사람들은 SNS,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등의 발달한 의사소통 경로를 통해 전염병 관련 정보를 빠르게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통신 수단과 미디어의 발달이 신속한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는 순기능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사실 검증이 되지 않은 거짓 정보의 유통은 가짜뉴스의 문제점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마늘 섭취, 소금물로 입 헹구기, 구충제, 드라이기 열 쬐기, 참기름 콧속에 바르기 등 거짓된 감염병 퇴치법은 실제로 전염병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많은 이들의 생명을 위협했다.2 지역 커뮤니티나 카카오톡 등의 메신저를 통해서는 ‘OO 백화점 직원이 확진되었다’와 같은 확진자에 관한 거짓 정보가 유통되며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확진자 동선 추적과 역학 조사 과정에 관한 거짓 정보들도 각종 단체를 중심으로 유통되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전염병 상황에서의 인포데믹, 무엇이 문제일까

전염병 상황에서의 인포데믹이 더 심각한 이유는 앞서 말했듯 전염병이 사람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공포심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의 확산이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잘못된 정보가 단순히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유통되기도 하지만,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유통되는 경우도 있으며, 잘못된 정보의 유통은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특정 집단, 지역, 개인에 대해 혐오와 불신의 감정을 부추기고, 그들을 범죄자인 양 낙인찍게 만든다. 잘못된 정보라는 것을 알았더라도 한 번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가 남기는 흔적, 공포심과 함께 생긴 특정인에 대한 혐오의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유통 속도는 항상 예상보다 빠르다. 정보의 사실을 검증하고, 그 정보가 거짓으로 판명되기 전까지, 미디어에서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신상을 털고, 낙인을 찍으며, 비난과 혐오 감정을 표출한다. 정보의 사실 여부가 검증되었을 때에는 이미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게 된다. 사실로 검증된 정보에 따르더라도 신상털기와 낙인화의 문제는 심각한데, 이것이 인포데믹으로 인한 거짓 정보에 의거하는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인포데믹, 심각성을 알자

질병은 육체적인 고통에 한정되지 않는다. 최근에 정신적 질병들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데, 앞으로의 시대에는 그것을 넘어 정보와 미디어로 인한 질병이 새롭게 주목받을 것이다. 이미 시작되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 19와 함께 인포데믹을 겪고 있다. 잘못된 정보는 육체적 질병만큼,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어쩌면 그것을 넘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현대와 미래의 사회에서 정보가 가지는 힘을, 그리고 그것의 잘못된 확산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를 충분히 인식해야 하며, 이것의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정보의 시대, 빅 데이터의 시대, 소셜미디어의 시대가 가져온 새로운 전염병의 위협이, 지금의 사태로 더욱 커졌다. 공포심을 극복하고 이성적 사고를 함과 더불어, ‘인포데믹’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할 때, 우리는 현재와 미래의 전염병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참고: http://m.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5488
2.인용: http://m.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5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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