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민의 독서 칼럼] 나는 희망으로 다시 태어난다

나는 어떤 희망을 안고 살아갈 것인가?

이 책은 우리가 한번은 읽었을 법한 유명한 도서이다. 중학교 진로 탐색 시간에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추천받아 다시 읽었지만, 나의 삶에 대해 고민이 없었던 나에게 깊은 의미를 남기지 못했다. 단지 노란색의 책으로만 기억되었다. 그러나 얼마 전 이사로 책을 정리하는 가운데 이 책을 다시 읽을 기회가 생겼다. 옛 생각으로 가볍게 넘긴 책장은 마지막 장까지 읽어 내려갔고 책을 덮을 땐 예전에 읽었던 책과 다른 책이 되어 있었다. 다시 읽게 된 이 책은 단지 진한 노란색으로 꾸며진 예쁜 책이기보다 앞으로 나의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그런 책이 되어가고 있었다.

 

작은 호랑 애벌레 한 마리는 오랫동안 편안한 보금자리에서 다른 애벌레들과 같이 먹고 자는 것을 반복하며 살아가다 어느 날 먹고 자는 것이 삶의 전부는 아닐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또 다른 세상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호랑 애벌레는 무수한 애벌레가 올라타고 올라탄 높은 기둥을 발견한다. 서로 밟고 밟히며 기어 올라 만들어진 기둥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호랑 애벌레는 무슨 이유로 그 더미에 서로가 밟고 밟히며 오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호랑 애벌레도 역시 그냥 있을 수 없었고 그 더미로 향했다. 어떤 생각이었을까? 많은 수의 애벌레가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에 무언가 큰 의미가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일까? 남들은 오르는데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자신에 대한 불안한 마음으로 일단 오르고 본 걸까? 일단 여기에서 나는 진지해진다. 어렴풋이 나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다수의 애벌레가 하늘을 향해 그 방향으로 오르기를 반복한다. 그들은 그것이 목적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묻는다면 이때부터 혼란스러움이 예측된다. 슬프게도 맹목적인 그들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 않다. 다행히 호랑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이들은 애벌레 기둥에서 내려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호랑 애벌레는 ‘그 기둥을 오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고 결국 노랑 애벌레를 두고 다시 그 길을 따라간다. 혼자 남겨진 노랑 애벌레는 고치를 만드는 애벌레를 만나고 자신도 그와 같이 더욱 더 나은 내가 되고자 자신의 길을 간다.

 

한편, 호랑 애벌레는 남과 같이 오르기를 계속하여 그 끝에 거의 올라갔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안다. 그리고 때마침, 하늘로 날아온 노랑나비를 보게 되고 자신의 삶을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한 자신을 깨닫고 다시 노랑 애벌레를 찾지만 이미 노랑 애벌레는 자신과 같은 애벌레에서 벗어나 노랑나비로 태어난 뒤였다. 호랑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의 흔적으로 뒤돌아보고 비로소 자신도 고치를 만들어 호랑나비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많은 애벌레도 그 희망을 안고 기둥에서 내려와 나비로 태어난다.

 

 

예전에는 이 책이 왜 나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단순히 서로 다른 삶을 찾는 나비들의 이야기로 정도로 이해했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어 이 책을 다시 읽은 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수가 향하는 곳으로 따라가는 맹목적인 애벌레의 모습에서 적당히 나 자신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현재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무심코 다시 접한 책으로 나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나는 노력해왔고 내가 선택한 환경에 그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는 나의 삶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며 절실하게 그것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할 수 없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유로울 수 없었고 부끄러워졌다. 지금까지 나는 나에 대한 고민과 절실함을 경험하지 못했다. 환경에 지배되어 그냥 바쁘고 그냥 따라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어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지금 내게 남은 건, 의미를 담지 못해 버려진 나의 지나간 시간에 대한 미안함이다. 그러나 내가 다음의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에 그 죄책감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이제 나는 뚜렷한 목적 없이 살았던 나의 삶에 다시 그 방향을 설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그 삶을 차곡차곡 만들어 가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동안 나는 나를 몰랐다. 내가 얼마만큼 현실에 나와 타협하고 살아왔는지. 다음의 시간에도 때때로 나의 목적이 흐려질 수 있고 적당히 타협하려 유혹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나와의 싸움에 더 물러서지 않는다는 다짐을 해본다. 내가 바라는 삶을 위해 그 과정을 견뎌내어 나의 삶에 주인이 되고자 한다. 나비가 된 애벌레처럼. 그리고 ‘삶이란 진정한 자아 나아가는 과정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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