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의 책 칼럼 5] '미세먼지'를 소재로 한 책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은 미세먼지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이전에는 미세먼지가 마스크 착용의 요인이었습니다. 소개하고자 하는 책 [미세먼지]는 미세먼지를 소재로 한 단편들을 담아낸 책입니다.

 

 

첫 번째 단편의 제목은 '놀러 오세요, 지구대 축제' 입니다. 홍콩인 아버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벌가의 외동딸 서민이 주인공인 단편입니다. '놀러 오세요, 지구대 축제' 의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은 익숙한 상황이고, 마스크는 외출 시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네이버 뉴스는 언제나 미세먼지의 원인은 100% 중국이라는 소식을 올립니다.

 

주인공 서민은 아버지가 어느 대학을 가겠냐고 물었을 때, 한국에 가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지구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부자학과에 입학한 서민이 '지구 글로벌 라이프' 시간에 밤새 쓴 에세이를 발표합니다. 서민의 아버지는 입학금, 첫 달 기숙사비만 대 주시고 지원을 싹 끊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서민은 새내기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주도 아르바이트를 쉰 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중식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중식집의 사장님은 중국집이니까 중국인 뽑겠다면서 짜장면을 먹어 본 적도 없는 서민을 채용하였습니다. 서민이 "나는 홍콩 사람입니다."라고 하였더니 사장님은 어차피 다 똑같은 짱개인데 시끄럽고 일이나 하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서민의 발표를 듣고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난 교수님은 인종 차별이란 게, 없어지는 듯하면서도 없어지지 않는 그런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 단편을 보면서 참 씁쓸한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인종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일은 없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의 중국인들이 서민을 중국 피를 가진 사람으로 대하고, 한국인들이 홍콩 사람을 중국 사람으로 차별하는 것이 마냥 보기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중반에는 홍콩과 중국의 차이를 이해시키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다는 부문도 나옵니다.

 

두 번째 단편의 제목은 '서대전네거리역 미세먼지 청정구역' 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이 미세먼지로 변하게 되고, 그 후로 사람이 미세먼지로 변하는 현상들이 번번이 일어나게 됩니다. 미세먼지 인간들은 숨을 들이쉬면서 주변의 미세먼지를 빨아들여 제 몸의 구성물로 삼으며 숨을 내쉴 때는 깨끗한 공기를 내뿜습니다. 그리하여 기계보다 훨씬 성능이 좋고 전기도 필요 없는 인간 공기청정기입니다. 미세먼지 인간이 되면 식비를 내 거나 잠을 자거나 마스크를 끼거나 일자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많은 이들이 미세먼지 인간이 되기를 꿈꾸게 됩니다. 국가는 미세먼지 인간들을 미세먼지 정화 공무원으로 채용하였습니다.

 

주인공 도연은 미래를 초조하게 생각하면서도 열심히 살아가고 남동생을 많이 생각하는 가족에게 섭섭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도연은 아르바이트를 끝나고 가던 도중에 같은 과 선배에 아르바이트도 함께 하는 윤기혁에게 말합니다. 밤늦게까지 연락 오는 것도 불편하고, 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렇게 따라오는 일도 없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기가 막히게도 옳은 소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서 화를 내는 윤기혁에게 손목이 잡히고 도연은 공포심을 느낍니다. 그런 그녀를 한 여성이 도와줍니다. 여성의 이름은 김다정입니다. 이름처럼 다정한 사람이란 게 느껴졌습니다.


도연이 윤기혁에게서 공포심을 느꼈던 다음날, 윤기혁은 뻔뻔하게도 싱글싱글 웃으면서 방정맞게 굴었습니다. 자신의 잘못은 알지도 못하고 당당하게 피해자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는 도연의 분노를 장난, 농담, 삐짐 같은 가벼운 것들로 취급하며 오히려 도연이 예민하다며 혀를 찼습니다. 도연이 그런 그를 상대하지 않으려 무시하자 윤기혁은 도리어 자기가 화를 내며 난동을 부립니다. 같은 알바생 지수가 도연에게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다고 전하고 윤기혁은 현행범으로 체포됩니다. 경찰서 내에서 다정은 도연의 진술을 돕고, 윤기혁은 변이자가 됩니다. 제가 다 절망스러운 기분이었습니다. 윤기혁은 앞으로 인간 공기청정기로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원하는 대로 취업할 수 있고 월급도 많이 받으며 살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청정구역을 만들어 낸 사람의 과거는 쉽게 묻히고 미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곧 깨달았습니다. 윤기혁은 사람과 신체접촉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테고, 술도 못 먹고, 담배도 못 피고, 먼지만 먹을 것입니다. 공기청정기 앞에 간다면 없어질 테고요. 그 점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이건 진정한 성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도연은 휴대용 공기청정기를 구매하였지요. 씩씩한 도연의 앞으로의 걸음을 응원합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너무 신기한 설정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세 번째 단편의 제목은 '미세먼지 살인 사건-탐정 진슬우의 허위' 입니다. 주인공과 진슬우는 한국 탐정 클럽에 소속되어 있고, 급여 역시 이곳으로부터 받습니다. 슬우는 누군가가 하는 말을 하면 그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판별할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그런 슬우의 보조 역할을 맡습니다. 진슬우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굉장히 짙던 날 공기청정기 가동이 누군가로 인하여 중단되어 88세 최길남 씨가 사망한 사건의 진실을 추리해나갑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의 진실이 후에 밝혀집니다. 정말 반전이었습니다. 탐정의 판단이 옳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찝찝하게 느껴졌던 결말이었습니다.

 

네 번째 단편의 제목은 '우주인, 조안' 입니다. 이 단편은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라고도 합니다. 중국을 시작으로 세계의 하늘과 땅 사이에 먼지층이 생겼고, 미세먼지 농도가 극심하게 커지며 인간의 수명이 급속도로 줄어듭니다. 곧이어 청정 복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언뜻 보면 우주복과 비슷하게 생긴 청정 복은 미세먼지를 99.9% 걸러 내는 신체 보호 의상으로 출시와 동시에 엄청난 인기를 끌 게 됩니다. 문제는 금액입니다. 청정 복 한 벌의 값은 대략 5억 원 정도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청정 복을 입는 평균 수명 100세의 C(Clean)와 청정복을 입지 않는 평균 수명 30세의 N(No clean)으로 나뉘게 됩니다.

 

이제 곧 취업을 앞둔 대학생인 이오는 청정복 AS센터 직원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됩니다. 바로 청정복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였습니다. 그는 N이면서도 대학을 다니는 조안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이오는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배우게 됩니다. 하루에 좋아하는 일을 세 개씩은 해야 잠을 잔다고 한 조안의 말이 인상 깊습니다. 각자의 최선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가려 평생을 고민하면서 걸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단편입니다.

 

다섯 번째 단편의 제목은 '먼지의 신' 입니다. 2년 전부터 나타난 급성 먼지바람으로 인해 집에 틀어박힌 수안과  그녀의 고등학교 3학년 때 동창이자 다단계 회사에 가입한 미주가 나옵니다. 미주의 생존과 수안이 집 밖으로 나온 일이 저를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의 몸에 악영향을 끼치는 유해한 미세먼지가 글의 소재로 쓰인다는 게 새롭게 느껴집니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장면을 보면서 복잡한 생각들도 들더군요. 이게 우리의 가까운 미래가 아닐까 하고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미세먼지]에 실린 단편들 모두가 하나하나 마다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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