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서의 사회 칼럼] 전염병의 시대, 자유와 민주주의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코로나 19는 우리의 삶에 참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마스크, 거리 두기에서 시작해서 우리의 일상생활 전반에 이르기까지, 이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생활이지만 우리는 생활의 변화에 비교적 잘 적응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변화, 우리가 새롭게 적응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우리 일상생활의 모습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것은 가치관의 변화이다. 개개인의 가치관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추구하고 중요하게 여기던 것들의 우선순위가 뒤바뀌고 있다.

 

그 중심에 ‘자유민주주의’가 있다. 우리 헌법의 기본 원리 중 하나인, 자유와 민주주의를 함께 지향한다는 뜻을 나타내는 이 말은,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당연한 것 중 하나이다. 그러나 코로나 19의 시대에서, 우리의 권리의 근본을 나타내고 이념의 지표가 되던 자유민주주의는 혼란의 중심에 있다. 우리가 지금 무엇보다 필요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은 사실 자유와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절대 당연할 수 없는 것들이다. 공익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과 공개, 거리두기를 위한 집회 금지, 강력한 행정명령과 처벌 등은 1년 전만 해도 불가침의 영역이자 당연한 권리로 여겼던 것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5월, 잠잠해질 것 같던 코로나 19의 위협을 되살린 이태원 클럽의 코로나 사태는, 잠깐이라도 경각심을 잃는 것이 전염병 사태에서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였지만, 더불어 국가가 공익을 목적으로 개인의 영역을 어디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사례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클럽 방문자 중 신원이 파악되지 않는 이들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는 경찰과 통신업체에 이태원 클럽 일대 통신 기지국 접속자 명단을 요청했고, 이를 통해 주변 건물에서 휴대전화 전원을 켠 사람들을 추적할 수 있었다. CCTV, 신용카드 사용내역 조회를 통한 추적도 함께 진행되었다.1 그런가 하면, 8월 21일, 서울시는 10인 이상의 집회를 전면 금지했다. 광화문 집회의 여파였다.2 행사 등에 관한 금지 명령, 마스크 착용 명령 등 무엇인가를 금지하고 제약하는 행정 명령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하다.

 

물론 전염병 사태에서 공익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은 법적인 범위 내에서 허용된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4조의2에서는 ‘감염병 위기 시 정보공개’를, 제 18조에서는 ‘역학조사’의 범위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공익과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역학조사를 통한 정보 수집, 보도 매체 등을 통한 정보 공개는 법적으로 인정되는 영역이다.3 집회 금지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역시 ‘코로나 19 예방’이라는 공익적인 목적하에 행해지며, 과도한 금지 처분은 법원에 의해 집행정지 처분을 받고 있기에, 이러한 제약들은 법적 테두리에서 벗어난다고 할 수 없다. 또 법적인 사항 외에도 국민의 전반적인 인식을 고려했을 때, 거대한 공포를 몰고 온 ‘코로나 19’ 예방을 위한 행정명령들은 타당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던 ‘민주주의’의 형태와 한계에 명백하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전염병 상황이 계속되면서 예전에는 당연히 사생활, 자유, 불가침의 영역에 속한다고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하게 공익적인 목적 아래 국가의 통제와 규제를 받는다. 대한민국의 훌륭한 방역과 대처에 기여한 것이 이러한 개인정보를 이용한 역학조사, 강력한 행정 명령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고, 또 무시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이 전염병 사태 속에서 우리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충분히 있다. 또한 계속해서 변화될 민주주의의 실현 방식과 형태에 대해서도 예상하고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국가의 통제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전염병 시대에 자유민주주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앞으로 어떤 형태로 민주주의가 계속될까? 자유와 민주주의, 불가침의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독일이나 미국 등에서는 전염병 상황에서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는 시위가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억측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고, 지금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시위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가지는 두려움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치는 상대적인 면이 있다. 절대적이라 여겼던 자유와 민주주의의 의미와 내용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갑작스러운 전염병 사태에서의 이런 변화는 더욱더 갑작스럽다. 내가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관, 나의 당연한 권리라 여겼던 것들에 변화가 일어날 때, 전염병에 대한 것과는 또 다른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우리가 전염병의 심각성을 더 크게 느끼고 있기에 이런 가치관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한 번쯤은 이런 가치관의 변화도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성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심으로 내놓는 ‘다 금지해버려야 해!’, ‘그냥 다 감옥에 넣으면 안 돼?’, ‘더 강력하게 명령해야 해!’와 같은 의견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가 자유와 권리를, 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무엇인가를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의견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권리를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을, 과도한 금지와 억제는 우리의 다른 권리와 가치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아야 한다. 전염병에서든, 자유와 민주주의에서든, 이성적인 사고가 항상 필요하다. 전염병의 예방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과 더불어, 우리의 가치의  변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낄 때, 진정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인용: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512/100999732/1
2.인용: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58690.html
3.인용: https://www.law.go.kr/LSW/lsInfoP.do?efYd=20201013&lsiSeq=22224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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