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은의 농사 칼럼] 소리 없이 타들어 가는 나무와 농민의 속마음을 아시나요

우리나라에서 아무도 모르게, 나무들 사이에서 아주 조용히 퍼지고 있는 병이 있다. 이 병은 치료 약이 없으며, 어디서 감염되는지,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만일 어떤 나무가 이 병에 걸린다면 감염된 나무와 감염목 100m 내 주변의 모든 나무는 매몰시켜야 하며 감염목이 발생한 땅에선 최소 3년 동안 농사도 지을 수 없다. 농민의 삶과 우리 식탁을 위협하는  이 병은 바로 ‘과수화상병’이다.1

 


과수화상병은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감염된 나무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까맣게 마르다 죽어버리는 병이다. 주로 장미과 식물에 발생하며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부터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예전부터 그 피해가 심각했지만, 고온에 전염이 잘 되는 특성이 있어 해가 갈수록 기상이변이 심해지는 것에 따라 피해 규모가 커져가고 있다고 한다.

과수화상병이 무서운 이유는 앞서 말했듯 감염목이 발생한 땅에서 3년 동안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것은 오롯이 농민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과수화상병이 일어나는 주 종은 장미과 식물이며 사과, 배, 딸기, 복숭아, 자두, 살구나무 등이 속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먹어오는 과일들이 과수화상병에 걸려 과수들이 사라진다면 최소 5년 이상 동안 우리가 좋아하는 과일들이 시장과 식탁 위에 등장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얘기다.

누군가는 수입과일을 먹는 것을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과수화상병의 진정한 나비효과는 그러한 생각에서 시작된다. 만일 과수화상병으로 인하여 국내 과일 생산량이 줄어들고 국외 과일 수입량이 늘어난다면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싸게 들어오는 수입 과일을 찾게 될 것이다. 수입과일의 인기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국내 과일의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경쟁력이 약해진 국내 과일은 곧 시장 뒤편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며 심각한 경우 국내 과일의 생산이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너무 극단적인 상상으로 공감을 얻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과수화상병의 피해가 심각해진다면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처럼 과수화상병은 단순히 농가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를 흔들리게 할 수 있는 심각한 병이다. 그러나 과수화상병을 알고 있는 사람은 농민 외 얼마 되지 않는다. 잘 모르기에 과수화상병도 그리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과수화상병의 심각성이 제대로 와닿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직접 그 현장을 체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과수화상병에 걸려 매몰된 과수원의 면적은 330.6ha(헥타르)로 여의도 면적과 맞먹는 크기다.2 농민의 가슴엔 그 크기만큼의 상처가 났다. 그동안 정성으로 키워 온 과수들이 땅에 묻히고, 앞으로 3년 동안은 제대로 된 농사를 짓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농민의 마음을 우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상처를 알고 응원의 마음을 보내주는 일은 할 수 있다.

병에 걸려 까맣게 타들어 가는 나무를 바라보며 함께 타들어 가는 속을 삼켜왔을 농민분께 심심찮은 위로의 말씀을 보낸다. 지금 당장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테지만  분명 더욱 잘 되기 위한 양분일 것이라고, 소비자들은 언제나 당신의 과일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본다. 이 글을 읽고 과수화상병에 대해 알게 됐다면 부디 과수화상병을 향한 관심을 계속 가져주기를 바란다. 농민의 크고 많은 상처가 다 아물 때까지 함께 걸어주는 동역자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하루 빨리 과수화상병과 농민의 마음을 치료해줄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오기를 기도한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참고 http://www.rda.go.kr/middlePopOpenPopNongsaroDBView.do?no=1384&sj=과수화상병

2.참고 https://m.news1.kr/articles/?4085815#_enli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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