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린의 독서 칼럼] 페스트가 확산된 이유

한때 유럽의 1/3의 목숨을 앗아갔던 역대 전염병 중 하나, 페스트1 사람들에게 이러한 전염병이 오랜 기간 발생한 원인을 물었을 때, 대부분은 인간이 환경을 지나치게 파괴해서, 병원체의 끊임없는 변이에 의해서, 또는 교통의 발달에 의해서 등으로 대답할 것이다. 모두 틀린 대답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필자에게 동일한 질문을 한다면, 필자는 국가의 '때늦은 대응'과 국민 간의 '분열'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왜 이런 답변을 하였는지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라는 책의 내용을 살펴본다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먼저 페스트라는 전염병 자체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대부분의 사람에게 페스트는 많이 들어본 전염병 이름 중 하나일 것이다. 페스트, 또는 흑사병은 앞서 말한 것처럼 유럽 인구수의 1/3을 죽였다. 주로 벼룩에 물리면서 감염이 되며,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다른 감염된 생물체에 의해 2차 감염이 될 수도 있다.2 치사율이 2% 정도인 코로나 19와 달리3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50%의 치사율, 조기 항생제 치료 시 5~10%의 치사율을 기록하는, 매우 치명적인 전염병이다.4

 

이렇게 생명에 엄청난 위협이 있는 전염병의 주요 원인이 국가와 국민에게 있다는 단서는 이 책 안에 있다. 먼저, 국가가 투명하게 전염의 심각성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병이 빨리 확산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책의 25페이지에 보면 신문 기자들이 무더기로 쌓여가는 쥐의 사체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시 당국의 대처를 요구했음에도 시 당국은 '행동할 용의도 없고 대책을 세우지도 않았지만, 우선 회의를 열어 토의하기로' 했다고 나와 있다. 또한, 뒤이어 26페이지에서는 통신사가 '쥐 소탕 과에서 수거한 약 8,000마리의 쥐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숫자'라고 하고, 42페이지에서는 수위를 비롯한 사람들이 사망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의사회 회장인 리샤르는 자신에게 발병 중인 환자들을 격리시킬 자격이 없다고 하며, 도지사에게 얘기해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이미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약 8,000마리의 쥐가 하루 만에 죽는 것은 어느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다. 어떠한 현상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시 당국은 지속해서 대응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몇 번의 주의 외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람들 몇 명이 죽기 시작할 때에도, 의사회 회장은 환자를 격리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후 나흘 만에 감염자가 16명에서 32명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며, 82페이지에서 도지사는 뒤늦게 페스트 사태임을 알리고 도시를 폐쇄했다. 이를 통해, 도지사의 느린 대처도 감염자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데에 한몫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페스트에 의한 희생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던 이유는 국민의 협동심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페스트 사태를 선언하고 초반에는 국민들이 방황하며 위안을 얻기 위해 종교에 손을 댔지만(116페이지), 이어 타루와 같은 인물을 앞장세워 보건대를 설립하고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 (157페이지) 처음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하려던 랑베르도 결국 공동체의 책임을 깨닫고 도시에 남아 끝까지 보건대를 돕는다. (195페이지) 이를 통해, 도시에 고립된 사람들 사이의 연대 의식이 희생을 조금이라도 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페스트'를 읽고, 유행병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방법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떠한 생물체에 의해 전염병이 처음 발생하고, 소수에 의해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하며, 결국 치료제가 개발되거나 바이러스가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춰 사라지는 순서가 이전에 발생했던 메르스, 그리고 현재 코로나와 정말 비슷했다. 혼란을 틈타 거짓 소문과 종교를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어떤 문제가 닥쳐오든,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 사이의 연대 의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서로를 탓하며 누가 피해자고, 누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현재로선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이 책처럼, 사람들이 서로 협동해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며 같이 이 팬데믹을 이겨내면 좋을 따름이다.

 

1. 참고: https://comfycap.com/244

2. 참고: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663952&cid=51004&categoryId=51004

3. 참고: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97372

4. 참고: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663952&cid=51004&categoryId=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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