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연의 KPOP 칼럼] 프로듀스101의 마케팅 요소

수동적인 아이돌, 그리고 불행서사

프로듀스101은 방영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시즌 1, 시즌 2, 48, X 모두 수많은 국민 프로듀서(해당 프로그램 시청자, 혹은 실질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시청자, 준말 국프)들을 모았고 네 시즌 모두 성황리에 종영하였고, 프로듀스101X 종영 후 투표 결과 조작 문제로 한동안 떠들썩하였다. 프로듀스101은 어떤 마케팅 요소로 고정 시청자들을 확보하게 된 것일까?

 

 

먼저 프로듀스101은 국프에게 자신이 원하는 연습생을 골라 데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수동적인 아이돌 이미지를 마케팅 요소로 삼았다. 시청자들은 해당 페이지나 앱에 접속하여 원하는 연습생을 투표한다. 이는 국프들이 능동적이며, 연습생의 앞길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권력을 갖게 함을 뜻하기도 한다. 연습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큰 일부 시청자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을 알리고 투표를 독려하며 그 연습생의 데뷔를 위해 헌신한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열정페이를 하다못해 오히려 돈을 써가며 투표를 부탁한다. 학교 앞에서 100원짜리 동전을 나눠주며 투표를 부탁하는 경우, 특정 연습생 투표 인증 시 n시간을 무료로 제공하는 PC방 이벤트 등등 그들의 헌신은 여러 그림으로 나타난다.


시청자들이 왜 이렇게까지 과몰입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해답은 바로 불행서사에 있다. 프로듀스101은 줄기차게 불행서사를 적나라하게 내보낸다. 안무가 선생님 없이 영상 자료에 의지해 안무를 독학하는 모습이나, 열심히 준비한 무대를 안무가 선생님 앞에서 발표하고 난 뒤 꾸지람을 듣는 장면까지 나온다. 특히 꾸지람을 듣는 장면에서는 연습생의 긴장한 표정과 선생님의 얼굴을 비교하듯 하는 편집은 프로듀스101의 필수 요소이며, 동시에 가장 잔인한 장면 2위라고 생각한다. 프로듀스101에서 가장 잔인한 장면 1위는 바로 순위 발표식이다. 연습생의 실력 향상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시청자들의 투표 결과로 순위를 매기고 또 그에 따라 방출 연습생을 가린다는 점이 잔인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파이널(프로듀스101 한 시즌의 마지막 화로, 생방송으로 진행된다)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데뷔 여부가 정해지므로 더 잔인하다.

 

프로듀스101 특유의 잔인한 장면은 시청자가 자연스레 연습생에 대한 동정심을 갖게 하고, 이때 시청자들의 마음에 동정심이 포함되는 것은 위험하다. 팬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감정이라는 것은 꾸준하기도 하지만 또 언제든지 사그라들 수 있고 다른 곳에 옮겨갈 수 있는데, 동정심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자신의 의지와 달리 묶여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 상황에 팬들은 자신이 소비자라는 것을 간과하곤 한다. 소비자는 유행을 따르거나 모방 소비를 하는 등 한 곳에만 집중적, 한정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원하는 곳에서, 원할 때 언제든지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건강한 소비 생활을 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수동적인 아이돌 이미지를 팔고, 시청자에게는 권력의 맛을 보여준 프로듀스101는 한 시즌을 마무리 하고 최종 11인을 데뷔 시키기 시작하면 바로 돌변한다. 더이상 능동적인 시청자는 없다. 권력을 빼앗긴 상태로 능동적인 행동이 불가하며,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데뷔한 연습생들을 응원하는 것 밖에 하지 못한다. 결국 '수동적인 팬'이라는 원점으로 돌아온다.

 

불행서사는 동정심을 사고, 그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그 동정심의 값도 소비자가 낸다. 말도 안되는 고리를 끊어버리는 것은 소비자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 대중들, 시청자들, 팬들 모두 불행서사에게 이성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며 칼럼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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