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빈의 교육 칼럼] 당신은 감옥 안에 갇혀있습니다

 

‘글 속 인물의 감정으로 옳은 것은?’,‘다음 시어가 나타내는 것으로 알맞은 것은?’.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누구나 눈에 익었을 국어 문제들이다. 학생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이 문제들을 풀어나간다. 수학이나 과학과 같은 타 과목과 마찬가지로, 문학 문제에도 정해진 답이 존재한다. 그리고 학생 중 답지에 기재된 답안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은 없다. 대부분 답안에 수긍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여기에 작은 의문이 생겼다. 그 답이 진짜 정답일까? 다른 말로 바꿔 말하자면, 답지에 쓰여 있는 그 답안만이 문제의 정답인 것일까? 학교에서의 국어 수업 시간, 그것도 문학을 배우는 시간을 한번 떠올려 보자. 모든 학교가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보통은 교과서에 발췌되어 실린 지문을 읽은 뒤 곧장 학습 활동을 통해 요점을 정리하고 교과서나 학습지의 빈칸에 답을 적어 넣을 것이다. 시 작품의 경우에는 대구법, 도치법, 역설법 등 표현 방식과 시인의 의도, 시어에 내재한 의미를 정리할 것이고, 소설 작품의 경우에는 소설의 전개 과정(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별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한 뒤에,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갈등을  이 과정에서 수업 자료로 PPT를 사용하는 교사는 화면으로 학습 활동의 답을 보여 줄 것이고, 혹은 교사용 교과서에 적힌 답안을 직접 학생들에게 알려 줄 것이다.


많은 국문학자는 문학의 효용을 재미와 그곳에서 나오는 감동, 교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대의 학생 중 학교에서의 국어 시간에 스스로 있는 그대로의 감동을 느끼고 삶에 진실하게 도움이 될 것들을 배운다고 느끼는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심하게는 수업 시간 내내 앉아있는 학생 중 단 한 명도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당장 필자의 주변만 보아도 국어라는 과목에 싫증을 느끼는 것에 멈추지 않고 심하게는 혐오하는 친구들과 가족들이 보이고는 한다. 장래 희망이 국어 교사인 필자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되고 싶은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의 모습을 고민하곤 했다. 결국은 학생들이 듣기 싫어하는 국어 교육을 하는 교사가 바로 되고 싶지 않은 국어 교사이기 때문에, 필자는 지금까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국어 수업을 회상해 가며 결론에 다다를 수 있었다.

 

먼저, 되고자 하는 교사는 바로 ‘참고서와 교과서에 의존하지 않는 교사’이다. 필자는 국어라는 과목의 성격이 타 과목과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로운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국어과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시와 소설과 같은 문학 분야는 그 해석에 정답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자유도 높은 과목을 폐쇄적으로 만들고 억지로 답을 도출해 내도록 하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국어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시험제도의 형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암기 위주의 교육이 주가 되어야겠지만, 필자는 학생들이 교과서나 참고서의 답안에 국한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생각할 기회를 주고 싶다. 현대의 학생들은 이미 점점 생각하기를 귀찮아하고 있다. 학생인 필자의 눈으로 보기에도 그렇다. 수업 시간에 교과 이외의 자기 생각이 담긴 작문이라도 하게 되면 얼굴에 오만상을 찌푸린다. 책 두 페이지보다 긴 글을 읽는 것을 두려워한다. 전국연합 학력평가의 긴 길이의 지문에 머리가 아픈지 응시하지 않고 잠을 자는 친구들도 많이 보았다. 필자는 이 모든 것이 그동안 간과해왔던 실용적인 국어 교육의 부재에 의한 것으로 생각한다.

 

되고 싶지 않은 교사의 모습은 이미 위 내용을 통해 충분히 상상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바로 학생들을 폐쇄적이고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학습환경으로 몰아넣는 교사이다. 실제로, 꽤 많은 교사가 수업 도중에 수업 진도를 나가는 것 이외의 활동을 진행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심지어는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한다고 한다.1 궁극적으로 보면 과거와 달리 현재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암기와 이해를 넘어 직접 활동을 기반으로 한 활동일 것이지만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학생들은 보통 이런 교사에게 더 열광한다는 것이다. 요점을 잘 정리해주는 교사와 용이한 암기법을 만들어 내는 교사들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것이 국어교육의 본질과는 거리가 과하게 멀다고 얘기하고 싶다. 국어라는 과목을 정형화해 학생에게 떠넣어 주어도 결국 그 개인의 삶과 가치관에는 아무 영향도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국어 학습은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관습적으로 전해져 온 교육과정이 변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교육계에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학생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스스로 편견과 정답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날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참고: 서적 언어 능력을 기르는 국어 수업, 고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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