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아의 음식 칼럼] 식탁 위의 국민성

따로, 또 같이

‘음식은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위안거리다.’라는 명언처럼 인간과 음식은 상부상조하며 발전해왔다. 요리하는 것이 인간이 동물과 다르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되듯 의식주에 있어 ‘식’은 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나라별 가치관에 따라 음식의 성향도 천차만별이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국민적 특징을 함께 알아보겠다.

 

 

먼저 우리의 이웃 나라인 일본의 음식 문화와 국민성에 대해 살펴보자. 오늘 필자가 소개할 일본 음식은 바로 벤또이다. 벤또는 한국어로 쉽게 해석하면 도시락을 의미하며 밥상을 아주 작은 상자 모양으로 축소한 미니어처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물을 보다 좁은 공간에 담아 간단하게 운반하려는 필요성에서 생겨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음식의 맛보다도 밥상을 축소하여 가 동적인 음식으로 만든 일본인의 발상법과 기능적 구조이다. ‘준비해서 쓰기에 편하도록 맞춘다.’라는 벤또의 어원을 살펴보면 일본 문화 전체가 벤또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일본 국민들은 실용적이고 편의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가치관이 내재하여 있으므로 크고 흩어져있는 것들을 보면 무엇이든 좁은 공간에 채워 넣으려고 하는 것이다.

 

한 곳에 다양한 것들을 끼워 맞추는 문화가 지배적인 일본은 음식뿐만 아닌 사물에서도 그 경향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플래시 메모리, 캠코더, 커터칼 등 수많은 축소형 발명품 개발에도 같은 원리가 작용한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거시적으로 개개인의 다양성을 하나의 집단이라는 틀 속에 포박하려는 태도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1억 인구를 마치 한 사람처럼 축소해서 벤또와 같은 작은 상자 안에 빽빽하게 채우려는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은 동양에서 일본이 유일하다.

 

 

다음으로는 유라시아 대륙에 위치한 독일의 식탁으로 가보자. 예부터 자연환경 보존에 관심이 많았던 독일인들의 국민성은 그들의 음식문화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독일인들은 음식의 포장을 최소화하고 포장 재료도 환경친화적인 것을 사용한다.

 

실제 사례로 육류는 생산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초래하므로 가능한 제한하여 적게 먹고자 하는데 이는 개인의 욕구를 억제하고 제한된 자원의 고갈을 막자는 독일인들의 정신이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독일의 음식은 자연의 맛을 소중하게 여겨서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음식으로 일컬어지는 소시지 역시 다른 고기는 넣지 않으며 착색제나 화학조미료 등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1

 

또 최근 독일에서는 식사 시 여러 코스를 즐기며 그릇을 몇 개씩 버리는 것도 환경오염을 초래한다고 생각하여 한 접시에 여러 음식을 담아 먹고 끝내는 간편한 식습관을 정착했다. 이렇듯 환경을 중시하는 독일인들의 습관이 식사 자리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다.2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이탈리아의 식탁이다. 느긋하지만 정이 많고 사교성 좋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사람들은 초면인 손님에게도 마음이 내키면 공짜를 부르고, 단골손님을 위해 좋은 물건을 따로 가져다 두기도 한다. 또 우리가 개인적인 일이라고 여기는 것들도 조금만 친하면 서슴없이 털어놓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성향으로 이탈리아인들은 대부분 아침 식사를 집에서 하지 않고 동네 바에서 한다. 이탈리아의 바는 우리가 아는 술집이 아니라 분식집 같은 존재인데, 간단한 식사와 함께 마실 것들을 곁들여 판다. 이 바에는 식사 전후로 동네 사람들이 꽤 모이며 일종의 소식통 역할도 겸한다. 집이 가깝지 않은 이상 점심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제대로 된 음식점에서 해결한다고 한다. 저녁 식사를 가장 푸짐하게 먹고 하루 중 유일하게 집에서 차리는 식사인 만큼 상다리가 휠 정도로 차려내며 대부분 코스 요리 방식으로 내놓는데 보통 오후 8~9시 정도에 먹는다. 여유롭고 친근한 국민성 덕분에 식사 시간이 상당히 길고 특히 저녁 시간은 가족이 모이는 시간이라 소통 시간이 길어 기본 2시간 정도 식사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3

 

위와 같이 여유로운 국민성과 개방적인 소통을 중시하는 이탈리아인의 국민성은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생산하는 데 기여했다. 대다수의 이탈리아인이 와인을 식사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한 병정도 천천히 마신다고 한다. 앉은 자리에서 30분 내로 최대한 빨리 식사를 끝내는 한국인의 특성과는 확실히 다른 면모가 관찰된다.

 

위의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듯 나라별 음식의 조리법, 재료, 식사방식에서 사회의 다면적 특성이 드러나는 사례들이 많다. 이로써 우리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순서와 무관하게 음식과 사회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먹는 음식들의 유래를 살펴보면 분명 국민성에서 비롯된 것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나라와 국민, 음식은 상호작용하며 고유의 특성을 만들고 다른 민족과는 다르다는 소속감을 자연스럽게 생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식습관이 팽배해있지만, 그 속에서 세계인들은 ‘음식’이라는 같은 카테고리를 함께 공유하며 서로의 문화를 발전시켜나간다.  따로, 또 같이 오늘 저녁에도 세계 곳곳에서 지구의 식탁이 굴러간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인용: https://kin.naver.com/qna/detail.nhn?d1id=13&dirId=130102&docId=162112256
2.참고:https://blog.naver.com/ehanse213/40048668107
3.참고: https://kin.naver.com/qna/detail.nhn?d1id=9&dirId=9020304&docId=30304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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