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우의 법 칼럼] 자전거는 차인가요

1.5미터법의 필요성

자전거는 차일까? 그렇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명백한 ‘차’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도가 아닌 차도에서 주행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길을 다니며 자동차와 자전거의 운전자가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모습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심지어 가끔씩은 뉴스에 자동차와 자전거 운전자끼리 몸싸움을 하는 사례가 보도되기도 한다. 실제로 이는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인 사이클 선수 크리스토퍼 클라이브 프룸은 2017년 프랑스에서 자동차 운전자가 고의로 자전거를 쳐 사고를 당했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도 이런 사고를 당하는데 일상에서는 이런 사건이 얼마나 비일비재하겠는가?

 

 

최근 들어 자전거 인구가 늘게 되어 자동차와 자전거 운전자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영미권에서는 흔히 3피트 법이라 불리는 1.5미터법은 지금 이 상황을 조금이나마 낫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1.5미터법은 말 그대로 자동차가 자전거를 추월할 때 1.5미터 이상의 간격을 두게 하는 법이다. 이미 캐나다, 미국, 벨기에, 네덜란드, 호주 등 많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 본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또, 차도 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한 번 물어보겠다. 무엇이 더 안전하다고 느껴지는가? 자동차와 자전거, 이 두 교통수단이 부딪히면 무엇이 더 많이 부서지겠는가? 답은 당연하다. 자전거이다. 자동차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에어백이 터지고, 시트도 푹신해서 다칠 위험이 비교적 적다. 더 얘기해보자면 창문과 천장이 있어 자전거에 비해서 튕겨 나갈 확률이 현저히 적고, 자동차 운전자는 안전벨트도 맬 것이다. 물론, 자동차는 사고가 나도 안전하니까 험하게 운전해도 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자동차도 위험한 교통수단이고 언제나 안전에 주의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전거와 비교하자면 자전거가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또한 우리나라는 자전거 도로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네덜란드에 가본 적이 있는가? 네덜란드는 차도에 자전거 도로가 같이 있다. 자전거 운전자들이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이미 환경을 조성해 놓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차도에 자전거 도로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본 경험이 얼마나 있는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이 1.5미터법은 우리나라에 더 필요한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전거 인구는 늘어나고 있는데, 자전거 운전자들을 위한 환경조차 조성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최소한으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1.5미터법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 1.5미터법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한 번 묻고 싶다. 왜 반대하는 것인가? 불편할 것 같아서인가? 자동차 운전자들이 불편하기 때문에, 혹은 자동차 운전자 인구가 자전거 운전자 인구보다 더 많으니 자동차를 더 배려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인간의 생명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목숨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사람의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아는 사회라면 불편과 손해를 조금은 겪게되더라도 생명을 지키려고 할 것이다. 1.5미터법을 통해 우리의 생명을 아끼는 사회가 되는 데 한 발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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